파산 신청한 버진오빗 살린다는 한국 기업… “사업성·실체 불분명” 투자 유의 경고
버진오빗은 지난달 파산 신청… 과기정통부 “위성발사 협의한 적 없어”
쌍용차 주가조작 ‘에디슨모터스’ 자회사 지분 보유도
회사 측 “버진오빗과 실제 협업… 강영권 만난 적도 없어” 주장
쌍용차 인수 추진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한 에디슨모터스 세력이 이번에는 우주 발사체 사업에 발을 들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우주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주가 조작 세력이 우주를 새로운 테마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우주산업계와 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이스페이스홀딩스라는 기업이 우주 발사체 사업을 내세우며 장외에서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 이들은 제이스페이스홀딩스를 우주항공 테마주로 소개하며 미국의 우주 발사체 기업이던 버진오빗과 손을 잡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버진오빗은 지난달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설립자인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도 손을 뗀 상태다.
제이스페이스홀딩스는 저궤도 위성 발사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도 실체가 불분명하다. 제이스페이스홀딩스는 내년에 경남 사천공항에서 국내 첫 저궤도 위성 시험발사를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아닌 밤 중에 홍두깨 같은 소리’라는 반응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지난해 중순쯤 제이스페이스홀딩스 관계자를 한 번 만난 적은 있지만, 이후로 협의를 추진한 것은 없다”며 “버진오빗 파산 이후로 과기정통부에 위성발사서비스 관련해서 문의가 온 것도 없다”고 말했다.
주가조작 세력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있다. 제이스페이스홀딩스는 이노시스 지분 5.99%를 보유하고 있다. 이노시스의 최대주주인 스마트솔루션즈는 에너지솔루션즈라는 회사가 모기업이다. 에너지솔루션즈의 최대주주는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이다. 강 회장은 쌍용차 인수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노시스는 제이스페이스홀딩스와 손을 잡은 뒤에 우주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이스페이스홀딩스는 에디슨모터스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민봉기 제이스페이스홀딩스 대표는 “강영권 회장과는 무관한 이노시스의 FI(재무적 투자자)와 협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것도 에디슨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터지기 전이라 이런 상황이 될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강영권 회장을 한 번도 만난 적도 없다며 보호예수가 걸려 있는 이노시스 지분에 대해서는 청산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운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이정훈 사내이사도 우주산업계에선 생소한 인물이다. 이씨는 그래핀 소재 업체로 알려진 스탠다드그래핀의 대표로 2003~2008년 청와대 행정관을 지내기도 했다. 2017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신소재 분야 기업으로 방미 사절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스탠다드그래핀은 사업을 시작한 2015년 이후 이렇다 할 성과가 전무하다. 이씨는 2019년 8월 나노메딕스(현 이엔플러스)라는 회사의 사내이사에도 취임했는데, 이 과정에서 나노메딕스는 이씨에게 스톡옵션 50만주를 부여하고 스탠다드그래핀의 전환사채(CB) 150억원어치를 매수했다.
나노메딕스 주가는 ‘그래핀 테마’를 타고 반년 만에 4배 가까이 올랐다. 2019년 5월 3000원대이던 주가가 같은 해 11월에는 1만20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스탠다드그래핀의 그래핀 사업에서 이렇다할 매출이 나오지 않자 주가는 다시 급락했다. 나노메딕스가 가지고 있던 스탠다드그래핀 CB는 전액 평가손실로 잡혔다. 스탠다드그래핀의 사업에 실체가 있다면 150억원어치의 CB가 0원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육성하는 산업을 테마로 삼는 건 주가조작의 전형적인 패턴”이라며 “장외투자라고 할 지라도 명확한 사업 구조를 확인하거나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이스페이스홀딩스는 여러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민봉기 대표는 사업의 실체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댄 하트나 짐 심슨 등 버진오빗의 임원들과 국내에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협의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며 “버진 오빗이 파산하면서 여러 사업이 중단된 상태여서 일단은 회사를 살린 뒤에 공중발사체 기술을 우리가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 대표는 국내에서 버진 오빗 인수에 관심을 가지는 컨소시엄이 두 군데나 있고 총 투자금이 13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이 컨소시엄에 참여하는지는 확인을 거부했다.
장외에서 제이스페이스홀딩스의 이름으로 투자자를 모으는 것에 대해서도 자신들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민 대표는 “피치프라임이라는 투자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그걸 이용해 블로그에 장외투자자 모집 글을 올리고 있는 것”이라며 “투자자 모집 글에 잘못된 내용도 너무 많아서 모집을 중단하라고 했지만 아직 남아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제이스페이스홀딩스의 이름을 내세워 장외투자자를 모으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회사에서도 인정한 셈이다.
이정훈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스탠다드그래핀에도 연락을 했지만, 해외 출장 중이라 연락이 어렵다는 답변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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