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이어 생보사도 역대급 실적…IFRS17 논란 가열

[서울=뉴시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뉴시스 DB) 2021.02.0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새로운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의 첫 성적표가 공개된 가운데 손해보험사들에 이어 생명보험사들에서도 역대급 실적을 거둠에 따라 IFRS17의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이익 부풀리기란 비판과 함께 보험사들의 혼란도 가중되면서 금융당국이 이달 내를 목표로 하고 있는 가이드라인에 관심이 모아진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교보·한화 등 3대 대형 생명보험사의 올해 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소유지분)은 총 1조6296억원으로 전년동기(1조630억원) 대비 53.3% 증가했다.

보험사별로 생명보험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7068억원의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소유지분)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2684억원) 대비 163.4%나 증가한 것이다.

교보생명도 1분기 당기순이익이 500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3157억원) 대비 58.5% 늘었다.

반면 한화생명은 1분기 당기순이익이 4225억원으로 전년동기(4789억원) 대비 11.8% 감소하며 희비가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이들 보험사의 1분기 실적은 올해부터 도입된 IFRS17이 처음 적용된 것이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자산은 시가로, 부채는 원가로 평가해 이익을 계산해 실적으로 공개해 왔지만 올해부터 도입된 IFRS17에서는 부채도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

이에 따라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보험계약의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나타낸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이 보험사 실적을 좌우할 주요 지표가 됐다. CSM은 미래예상이익을 계약시점에 부채로 인식한 후 보험계약 기간에 상각해 이익으로 인식한다.

문제는 CSM 산출의 구체적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CSM 산출에 필요한 손해율, 해지율, 할인율 등의 계리적 가정을 보험사가 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보험사가 스스로에게 유리한 낙관적 전망을 적용해 실적을 부풀릴 수 있고 계리적 가정을 소수점 몇 자리로 찍느냐에 따라 산출값도 출렁일 수 있어 신뢰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앞서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손해보험사들도 합산 순이익이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서는 역대급 성적표를 내놓은 바 있다.

삼성화재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6127억원으로 전년동기(5183억원) 대비 18.2% 늘었고 메리츠화재는 4047억원으로 전년동기(3251억원) 대비 24.5% 증가했다. KB손해보험은 2643억원으로 전년동기(2049억원) 대비 28.9% 늘었다.

반면 DB손해보험(4060억원)과 현대해상(3336억원)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16%, 3.5% 순이익이 감소하는 등 생보사와 마찬가지로 손보사에서도 실적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IFRS17 도입 전과 비교해 보헙업계 영업환경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만큼 올해부터 변경된 회계기준을 어떻게 적용했느냐에 따라 실적이 크게 출렁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IFRS17 도입 이후 가장 큰 변화는 회사 간 비교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보험사들의 1분기 실적을 단순히 이익 증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며 "IFRS17 이후의 실적 수치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조정을 거친 후에야 신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일부 보험사가 유리한 실적 산정을 위해 CSM 산출시 과도하게 낙관적인 계리적 가정을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장은 실적이 개선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실제값과의 차이가 드러나게 되고 결국에는 보험사의 부채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역대급 실적을 낸 일부 보험사에서조차 새 회계기준의 신뢰성을 지적하며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지난 15일 컨퍼런스콜에서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이 무해지보험 해지율과 실손보험 손해율 가정을 부풀리고 있다"며 "금융당국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내놓으면 혼란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CSM 산출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했으며 지난 11일에는 23개 보험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소집해 계리적 가정 등을 자체 점검해 적정하게 적용할 것을 당부헀다.

금감원은 이르면 이달 중으로,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는 미래 실손보험 손해율, 무·저해지 보험 해약률 등 CSM 산출을 위한 계리적 가정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회사별로 또 상품별로 사정이 제각각이어서 일률적인 가이드라인을 한꺼번에 내놓기보다는 우선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부터 합리적으로 고치며 시장 상황을 살피는 등 연말까지 관련 작업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큰 틀의 시스템 변화는 없을 것이지만 계리적 가정을 무엇을 썼느냐가 문제이기 때문에 수정 필요성이 있는 계리적 가정에 가이드라인을 준비하는 것"이라며 "한번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서 중요한 부분부터 우선 순위를 두고 차근차근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