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러시아 ‘앞마당’ 중앙아 파고든다···‘일대일로’ 고리로 영향력 확대
중국이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을 초청해 첫 대면 다자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협력을 고리로 영향력 확대에 나선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약화된 틈을 파고 들면서 미·중 갈등 속 우군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부는 오는 18∼19일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서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에는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이 참여한다. 위쥔(于駿) 중국 외교부 유라시아사 부사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6개국 정상은 중요 정치 문서와 경제무역 투자 등 다양한 영역의 협력 문서에 서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중앙아시아 5개국을 동시에 초청해 대면 다자 정상회담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1월 이들 5개국과의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화상으로 정상회의를 가진 바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회의에 대해 “올해 중국의 첫 주요 홈그라운드 외교 행사이자 수교 31년만에 6개국 정상이 처음 실체적 형식으로 개최하는 정상회의”라며 “중국과 중앙아시아 국가 관계 발전사에서 이정표적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중앙아시아 5개국은 옛 소련에서 독립했지만 독립 이후에도 전통적으로 러시아의 영향권 아래 있던 나라들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생 이후 안보 위협을 이유로 러시아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중국은 그 틈을 적극적으로 파고 들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 가까이 중국을 벗어나지 않았던 시 주석이 지난해 9월 첫 해외 방문지로 택한 곳도 중앙아시아였다.
중앙아시아는 시 주석이 집권 이후 추진해 온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도 상징성을 갖는 곳이다. 시 주석은 2013년 카자흐스탄 방문 당시 일대일로 구상을 처음 제안한 바 있다. 중앙아시아는 지리적으로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실크로드의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성격도 갖는다. 때문에 시 주석이 집권 3기 들어 서방의 견제 속에 주춤해진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기 위해 이번 정상회담을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것도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 중 하나로 해석된다. 대중 견제를 화두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선진국이 결집하는 데 맞서 개발도상국의 맏형 역할을 자임하며 세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 관영매체들은 대대적으로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담과 관련한 사전 보도를 통해 분위기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기사에서 “중국과 중앙아시아 관계가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도 우크라이나 사태 속에서 중앙아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중국과 중앙아시아의 협력은 윈윈과 상호신뢰, 존중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서방 국가들이 아무리 불화를 조장하려 해도 중국과 중앙아시아 관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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