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수렴인가? 책임회피인가?" 부산시 현안 공론화 부실 논란

부산CBS 박중석 기자 2023. 5. 1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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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쟁점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전달 없이 여론조사로 결론…여론 왜곡 우려
권한 없는 위원회에 결정권 위임…판단에 대한 불복 가능성 남겨 놔
시민단체 "형식만 갖춘 요식 행위로 판단에 대한 책임 회피"
부산시청사. 부산시 제공


부산시가 쟁점이 있는 지역의 주요 현안 결정에 앞서 실시하는 공론화 절차가 연이어 부실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 전달 없이 여론조사를 실시하거나 권한이 없는 위원회를 구성해 결정권을 위임하는 등 또 다른 논란의 여지를 남기는 이른바 '회피 행정'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대 효과와 현실 인식 속에서 혼란스러운 부산·경남 행정통합…공은 시·도민 4천명에게?


먼저, 부·울·경 특별연합의 대안으로 제시된 부산·경남 행정통합의 추진 여부를 가를 공론화 절차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높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행정통합과 관련해 3차례에 걸친 토론회에 이어 부산과 경남 각각 2천명의 시·도민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를 통해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경남과 부산에서 각각 1차례씩 토론회가 열렸는데, 행정통합에 대한 각 토론회의 분위기는 극명한 온도 차를 보였다.

경남 토론회에서는 행정통합에 따른 기대 효과를 조명한 반면 부산에서는 행정통합의 실현 가능성이 집중적으로 지적됐다.

부산 토론에 나선 박재욱 신라대 교수는 심지어 부산·경남 행정통합을 '불가능한 일을 굳이 하려한다'는 뜻의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빗대기도 했다.

15일 오후 부산시청에서 부산·경남 행정통합 2차 토론회가 열렸다. 박중석 기자


두 지역의 분위기가 이처럼 차이가 나는 배경에는 부·울·경 특별연합 무산에 대한 두 지역의 입장차이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별연합 탈퇴를 선언하며 대안으로 행정통합을 제안했던 경남도의 경우 판단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토론회에 반영된 반면 부산은 특별연합 무산에서 경험한 행정통합 추진의 현실성을 직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처럼 전문가 그룹에서조차 의견이 나뉘는 행정통합 추진 여부를 제대로 된 정보 전달 없이 불과 4천명의 시·도민 대상 여론조사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에 응하는 시·도민이 접한 행정통합에 대한 관점과 정보의 양에 따라 여론 왜곡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어떠한 결과가 나오던 또 다른 논란이 불가피해진다.

박재율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는 토론회에서 "현 상태에서 행정통합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권한 없는 입지선정위원회에 결정권 위임한 교정시설 이전…후보 지역은 '불복' 예고


부산의 해묵은 난제인 교정시설 이전 문제에 대한 공론화 절차도 뜨거운 감자다.

시는 각계 인사가 참여한 입지선정위원회에 부산교도소와 부산구치소 등의 교정시설 이전 방식과 이전 부지 결정을 위임했다.

문제는 입지선정위원회가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교정시설 이전 주체인 법무부가 아닌 부산시가 구성한 입지선정위원회의 판단은 아무런 법적·제도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11일 오전 김형찬 부산 강서구청장과 강서구의회가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부산시의 교정시설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혜린 기자


더욱이, 입지선정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인 이전 후보 지역의 의견이 배제돼 해당 지역에서 위원회가 내놓는 결정을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실제, 강서구는 입지선정위원회 구성 자체를 부정하며 시의 계획에 따라 교정시설 이전을 강행할 시 관련 건축 승인 등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현안 역시 논란의 불씨가 살아 있는 것이다.

논란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는 부산시 상징물 교체


부산시의 상징물(심볼)을 변경하는 '도시브랜드 리뉴얼 사업'의 공론화 과정도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가시지 않고 있다.

시는 앞서 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1%가 찬성했다는 것을 근거로 상징물 변경 작업을 추진했다. 이어 민간 업체가 제시한 3개의 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온·오프라인 조사를 통해 상징물 변경을 결정했다.

더욱이 시는 관련 조례가 제정되기도 전에 도시브랜드 선포식을 개최해 시민 여론 수렴이 요식행위였다는 비판을 키웠다. 이후 상징물의 표절 의혹 등 추가적인 논란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같이 쟁점이 있는 지역 현안에 대한 시의 공론화를 놓고 연이어 논란이 불거지는 것과 관련해 지역 시민단체는 시가 공론화를 여론 수렴과 소통의 수단이 아닌 결정에 대한 책임 회피의 근거로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깜깜이 상태로 여론조사를 하고 자기 입맛에 맞는 전문가들을 불러서 공론화를 한다면 형식과 요식만 갖춘 행정 행위에 불과하다"며 "현재의 공론화 방식은 소통과 협치를 악용하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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