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노동자’ 혹사한 카타르가 ILO 국제회의 의장국 된다고?
“ILO 평판 달린 문제” 비판 쏟아져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가 다음 달 열리는 국제회의 의장국으로 카타르를 선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카타르는 월드컵 경기 준비 과정에서 열악한 근무 환경과 인권 침해로 수많은 노동자를 숨지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 세계 노동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ILO가 부적절한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영국 가디언은 16일(현지시간) “알리 빈 사미크 알마리 카타르 노동부 장관이 다음 달 5일부터 16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ILO 국제노동회의 의장을 맡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국제노동회의는 매년 한 차례 열리는 ILO 최대 행사로, 전 세계 노동 규칙을 정하고 각국 노동 관련 입법을 지원하는 등의 다양한 논의가 이뤄진다.
하지만 월드컵 경기장 건설 과정에서 노동자 혹사 논란을 일으킨 카타르가 회의 의장국을 맡게 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카타르가 월드컵 개최국으로 선정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월드컵 경기장 건설 과정에서 사망한 노동자들은 가디언에 따르면 최대 6500여명에 달한다. 당시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에서 건너 온 노동자들은 40도가 훌쩍 넘는 더위에 노출된 채 강도 높은 업무에 시달려야 했다.
여기에 카타르는 지난해 말 불리한 여론을 잠재우고 유럽 내 각종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유럽의회 고위 인사에게 대규모 불법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유럽의회 현역 의원인 그리스 출신 에바 카일리 의원이 체포되는 등 여파가 컸다. 가디언은 “뇌물 게이트 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카타르를 국제노동회의 의장국으로 지명한 결정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라고 전했다.
국제노동조합연맹(ITUC)은 유엔에 항의 서한을 보내 “카타르는 불충분한 노동 개혁과 매우 부적절한 방식으로 유럽의회 의사 결정자에게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했다”며 “ILO 평판이 달린 문제다. 강력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카타르가 ILO 최대 후원자라는 점이다. 가디언은 “카타르 정부는 ILO에 노동자 보호를 명분으로 2500만달러(약 335억원)를 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ILO 내부에선 카타르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ILO 관리는 “월드컵 기간 제기됐던 문제는 서방 매체의 편향된 시각이 반영됐다”며 “카타르는 노동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감쌌다.
하지만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카타르가 노동자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는 의견에 회의적”이라며 “월드컵 이후 카타르 ‘불량 고용주’의 자신감이 더욱 담대해졌다”고 꼬집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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