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의 MLB스코프] 미네소타 바이론 벅스턴 유리몸 오명 벗어날까

이창섭 2023. 5. 1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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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론 벅스턴

[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미네소타 트윈스 바이론 벅스턴은 메이저리그 대표적인 유리몸이다. 본격적으로 풀타임 시즌을 보낸 2016년 이후 한 시즌 100경기 이상 출장한 적이 단 한 번밖에 없다.

2016 : 92경기

2017 : 140경기

2018 : 28경기

2019 : 87경기

2020 : 39경기

2021 : 61경기

2022 : 92경기

벅스턴은 부상을 달고 다녔다. 커리어 내내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어깨, 무릎, 손목, 햄스트링, 엉덩이 등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화려한 부상 이력을 자랑했다. 최고의 운동 능력을 가졌지만, 그 운동 능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내구성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미네소타 입장에서도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2021년 벅스턴은 첫 24경기 타율 .370 9홈런 17타점을 올리며 최고의 출발을 했다. 리그 평균(100)에 비해 얼마나 공격력이 좋은지 알 수 있는 조정득점생산력(wRC+)도 218을 기록했다(마이크 트라웃 221). 건강한 벅스턴의 진가가 드디어 나오는 듯 했다.

그러나 벅스턴은 봄이었다. 반가웠지만, 짧게 스쳐 지나갔다. 벅스턴은 5월 초 오른쪽 엉덩이 인대 손상으로 한 달 넘게 빠졌다. 그리고 복귀 세 경기 만에 투수가 던진 공에 왼손 골절상을 입었다(벅스턴을 맞힌 투수는 현재 동료가 된 타일러 말리였다). 불운한 부상이 겹친 벅스턴은 8월말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마지막 26경기에서 타율 .314 9홈런 13타점으로 다시 폭발했다. 그러나 미네소타가 지구 최하위로 내려앉은 시즌이었기 때문에 가을의 벅스턴은 구경할 수 없었다.

벅스턴은 그 해 전체 일정의 37.7%만 소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스볼 레퍼런스 승리기여도에서 4.6을 만들어냈다. 1900년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61경기 만을 뛰고 승리기여도 4.6까지 도달한 선수는 2021년 벅스턴이 유일했다(2020년 무키 베츠 55경기 3.6). 건강한 벅스턴의 풀타임 시즌이 더욱 궁금해졌다.

이처럼 벅스턴은 위험하면서도 치명적이었다. 미네소타는 벅스턴의 매력을 외면하지 못했다. 2021년 11월 벅스턴과 7년 1억 달러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2010년 조 마우어 8년 1억 8400만 달러 계약에 이은 팀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였다. 타석 수와 MVP 순위에 따른 보너스가 있었고, 2026년까지 전 구단 트레이드 거부권도 보장했다(2027-28년은 트레이드 불가 5팀 지정).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부상이 잦은 선수에게 1억 달러는 너무 큰 돈이라는 주장이었다. 계약 마지막 해인 2028년이면 벅스턴은 34세 시즌이다. 20대 때 건강하지 못했던 선수가 30대에 건강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무리였다. 일각에서는 병원비를 줬다고 혹평했다. 반면, 지금까지 건강하지 못했기 때문에 1억 달러에 붙잡았다는 반론도 있었다. 실제로 벅스턴이 건강했다면 최소 3억 달러에서 협상이 시작됐을 것이다. 또한 미네소타가 책정한 연평균 1500만 달러는 현재 시장 가격을 감안하면 지나친 액수가 아니었다.

2022년 벅스턴은 정확성 대신 파워로 승부했다. 전반기 73경기 23홈런으로 리그 5위에 올랐다. 덕분에 마이크 트라웃이 부상으로 빠진 올스타전에 출장할 수 있었다. 벅스턴의 첫 올스타전이었다. 벅스턴은 올스타전에서 지안카를로 스탠튼의 동점 투런포 뒤 곧바로 백투백 홈런을 날려 경기 결승점을 책임졌다. 8년의 기다림 끝에 나온 홈런이었다.

물론 벅스턴은 지난 시즌도 건강하지 못했다. 8월말부터 모습을 감췄고, 9월 오른쪽 무릎 관절경 수술을 받았다. 벅스턴은 5개월 전부터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고통을 참고 뛰었지만, 팀이 백기를 든 상황에서 무리하지 않았다.

벅스턴은 또 한 번 반쪽짜리 시즌을 보냈다. 한 시즌 개인 최다 28홈런을 때려내고도 뒷맛이 개운하지 않았다. 미네소타 역시 아쉬운 건 마찬가지였다.

양측은 올해 무조건 경기 출장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그래서 나온 해법이 벅스턴의 지명타자 출장이다. 로코 볼델리 감독은 "4월의 추운 날씨는 무릎 수술을 받은 벅스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벅스턴은 당분간 지명타자로 내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벅스턴은 최고의 중견수다. 2017년 이후 중견수 디펜시브런세이브(DRS)와 평균 대비 아웃카운트 처리(OAA)에서 모두 상위권을 차지했다. 센터라인 수비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선수였으며, 엄청난 수비로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2017-22년 중견수 DRS 순위

70 - 케빈 키어마이어

63 - 마이클 A 테일러

61 - 바이론 벅스턴

2017-22년 중견수 OAA 순위

61 - 로렌조 케인

59 - 바이론 벅스턴

55 - 케빈 키어마이어

문제는 부상이었다. 워낙 몸을 아끼지 않다 보니 수비 도중 부상이 너무 많았다. 수비가 선수 생명을 갉아먹고 있었다. 스스로 자제를 하려고 해도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그러다 보니 수비가 양날의 검이었다. 벅스턴은 수비에 자부심이 있었지만, 수비 부상으로 손해를 보는 시간이 늘 고민이었다.

미네소타는 이 고민을 없애기로 했다. 벅스턴의 부담을 덜어주는 관리에 들어갔다. 데릭 팔비 사장은 "NBA 로드 매니지먼트(Load Management)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미네소타의 성적 변화를 보면 당연한 결정이었다. 미네소타는 2017년 이후 벅스턴이 선발로 나온 경기에서 승률 .569, 그렇지 않은 경기에서 승률이 .473에 그쳤다. 수비를 포기할지언정 벅스턴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에 미네소타는 일찌감치 중견수를 볼 수 있는 마이클 A. 테일러를 데리고 왔다.

벅스턴도 팀 결정에 따르고 있다. 수비를 하지 않는 건 어색하지만, 벅스턴 역시 건강과 관련된 의문부호를 지우는 것이 우선이었다. 수비에서 배제된 벅스턴은 올해 팀의 43경기 중 39경기에 출장 중이다(타율 .234 8홈런). 2017년에 이은 두 번째 시즌 100경기 출장을 노리고 있다.

건강한 벅스턴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존재였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보여줘야 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현재 미네소타는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벅스턴도 올해 목표로 "우승"을 내세웠다. 그 어떠한 벅스턴보다 건강한 벅스턴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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