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지상파 시사라디오, '100만 유튜버' 되다
[미디어오늘 28주년 창간기획]
최근 1년간 주요 방송사 시사라디오 유튜브 구독·조회 추이
김어준 퇴장 후 TBS 조회수 극적 추락…KBS·CBS·MBC 100만 달성
정치분야 집중되는 조회·구독 영향, 업무 증가 못 미치는 인력 등 과제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지난 1년간 주요 방송사의 시사라디오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극적으로 증가했다. '김어준'이 떠난 TBS 시사라디오 채널은 수개월 만에 추락했지만 100만 구독을 달성한 KBS, MBC, CBS를 비롯한 '유튜브 라디오' 구독은 순증하고 있다. 유튜브에 올라탄 라디오가 보고 듣는 콘텐츠로 진화하면서 새로운 활로와 파급력을 얻은 한편, 정치 이슈에 구독·조회가 집중되는 현상이 새로운 고민을 남기고 있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 플레이보드로 2022년 5월~2023년 5월(15일 현재) 주요 방송사의 시사라디오 채널별 구독자 수를 종합·분석한 결과 'TBS 시민의방송'이 138만 명으로 1위를 유지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주요 프로그램이 폐지된 12월부터 6개월간 20만 명이 이탈했으나 상당한 구독자가 남은 것이다. 이어 'KBS 라디오'(117만), 'MBC 라디오시사'(107만), CBS '김현정의 뉴스쇼'(101만). 'YTN 라디오'(46만1000), 'TBS FM95.1MHz'(37만7000), 'SBS 시사교양라디오-시교라'(22만7000) 순으로 구독자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의 TBS 구독자 규모가 늘거나 지속되기는 어려운 추세다. 전년 동월 대비 5월 구독자 증감률은 MBC 87.1%(+49만8000), SBS 75.9%(+9만8000) YTN 62.3%(+17만7000), CBS 48.9%(+33만2000), KBS 43.0%(+35만2000) 순이다. TBS의 경우 FM은 0.8%(3000명 증가), 시민의방송은 11월까지 늘었던 구독자가 빠져나가면서 0%로 나타났다. TBS 채널에서 이탈한 구독자 상당 수는 구독자는 기존 출연진이 하차 후 만든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130만 명), '짤짤이쇼'(7만300명), '정준희의 해시티비'(6만5600명) 등으로 이동했을 거라 추정된다.
특히 조회수에선 TBS 시사라디오 추락이 극명하게 확인된다. TBS(시민의방송) 월간 조회수는 지난해 8월 5860만회까지 오르며 독보적 1위를 지켰으나 주요 프로그램이 폐지된 올해 1월 154만 회로 고꾸라졌다. 이 기간 MBC, KBS, CBS, YTN, SBS 등 시사라디오 전반의 조회수는 반등해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1위 TBS와 격차를 두고 KBS와 2·3위를 다투던 MBC가 올해 2월부터 월간 조회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유튜브가 시사라디오의 주된 플랫폼으로 떠오른 시기는 최근 3~4년여에 불과하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가 본방송 종료 후 스핀오프(번외) 콘텐츠인 '댓꿀쇼'를 시작한 2018년 11월경만 해도 유튜브를 통한 시사라디오 라이브, 콘텐츠 업로드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댓꿀쇼'가 반응을 얻고 이듬해부터 온라인 팬덤이 강한 김어준씨 등이 방송사 라디오 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사라디오 유튜브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2016년부터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수용자 조사의 '4대 매체'에서도 제외될 정도로 쇠퇴해가던 라디오가 유튜브를 통해 청취자와의 새 접점을 찾은 것이다. 2021년 라디오를 대체할 플랫폼으로도 꼽혔던 '클럽하우스' 등은 되레 영향력이 미미해졌다.
지금은 시사라디오 본방송 외에도 유튜브 전용 콘텐츠가 보편화되고 있다. CBS '댓꿀쇼'가 주 2회 방송으로 명맥을 이어가는 가운데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은 요일별 연장방송 코너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는 주간 단위의 심층 인터뷰·토론 코너 '이슈오도독'을 유튜브로 내보내고 있다. 한 지상파 라디오 PD는 본방송이 아닌 연장방송에서 출연자가 한 발언이 기사화될 정도로 파급력, 영향력이 높아진 걸 체감한다고 전했다.
동시에 유튜브에서의 인기가 정치 분야에 집중되는 특징이자 한계도 지속되고 있다. 시사라디오 중계·업로드가 활발한 5개 채널(MBC·KBS·CBS·YTN·SBS)별 인기 동영상 상위 3건씩 총 15건을 분야별로 나누자 '정치' 10건, '사회' 3건, '경제' 2건으로 나타났다. 정치 이슈는 여야가 대립하는 주제가 주를 이뤘다. 사회 분야 3건 중 2건은 JMS, 1건은 계곡살인에 대한 내용이다. 유일하게 KBS 채널 1·2위에 경제 관련 콘텐츠(부동산, 한·일 경제)가 올랐다.
채널별 1순위 인기 영상과 조회수는 △MBC <장성철 작심발언, 대통령실 발칵? 장성철&장윤선>(198만) △KBS <300만뷰 돌파 집값 하락, 금리는 방아쇠일 뿐! (최영일의 시사본부 특집! 30분 인터뷰-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306만) △CBS <“유명 연예인, 교수, 법조인…JMS 피해자 셀 수 없어”[30년 추적기]>(205만) △YTN <친박 조원진, 김제동 앞에서 '尹 개똥같은 소리', '김종인 영감' 막말 쏟아내[황보선의 출발 새아침]>(175만) △SBS <금태섭 인터뷰/검수완박? 어이없다/공수처 폐지해야(중략)>(279만) 등이다.
이런 콘텐츠를 통해 시시각각 확인되는 유튜브 조회·구독수, 댓글·좋아요 등 반응은 제작진 입장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성과다. 유튜브 특성상 주제, 출연진은 물론 영상의 대표 이미지(썸네일)·제목·자막 등 구성 요소가 조회수에 영향을 미치기에 더 '잘 팔릴' 콘텐츠와 포장을 위한 유혹을 느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제작진은 방송사 시사라디오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신뢰도를 지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정욱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PD는 “방송 내용 자체는 라디오로도 나가니까 못 넘는 선이 있는데 (전반적으로) 썸네일 등이 자극적이 되어간다. 저도 썸네일 제작을 하면서 의식을 부단히 하고 균형도 맞추려고 한다”며 “내부에서 논의가 많다. 회의체도 만들고 여러 가지를 하는데 딱 떨어지는 기준을 만들기가 어렵다. MBC 공영성을 어느 정도 지켜야 하는데 조회수도 포기할 수 없고. 원칙은 모호하게 만들고 문제가 생기면 제작하는 PD들 몫인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주영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PD는 “유튜브 동시접속하는 분들은 정치 성향이나 지향이 뚜렷한 분들이기에 전체를 대변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있다. 동접 숫자가 올라가면 제작진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고민하게 되는데 그런 걸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것 때문에 정치 콘텐츠를 늘리진 않은 것 같다. 정치 비중은 늘 하던 만큼 해왔다. 기본적으로는 라디오 생방송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업무 부담 증가에 따른 인력 문제도 관건이다. 방송사, 프로그램에 따라 유튜브 업로드 전담 인력을 두곤 하지만 오디오 방송에 얹어진 영상 제작 업무량에 비하면 충분치 못하다는 것이다. '댓꿀쇼' 기획자이자 연출·진행자인 유창수 CBS '김현정의 뉴스쇼' PD는 “(댓꿀쇼를) 매일 하다가 제작진이 힘들기도 해서 줄였는데 회복이 안 되고 있다”며 “매일 준비해서 하려면 인력이 필요하고, 처음이라 재미 있어서 다 같이 하던 것이 지속 가능하지 않았다”고 했다. 초창기 '김현정의 뉴스쇼' 단일 채널로 시작하면서 다른 프로그램을 아우르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전했다. 조직적 전략과 투자가 뒷받침돼야 새로운 플랫폼에서의 성과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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