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1분기 역대급 실적에도 배당 확대 ‘주저’

허지윤 기자 2023. 5. 1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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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기준 IFRS17로 바뀌자 실적 역대급
“보험 계약서비스마진 산정 재정비 영향”
“준비금 더 늘면 배당 여력 축소”
왼쪽부터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현대해상, DB손해보험 사옥 전경. /각사 제공
“배당성향을 전년보다 확대할 계획이 있나요?” “준비금 이슈로 배당 여력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요?”

최근 보험사가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1분기 실적설명회(콘퍼런스콜)에서 나온 질문이다. 주요 보험사들이 올해부터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을 적용하면서 1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배당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처음으로 IFRS17을 적용한 보험사들이 이달 1분기 실적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IFRS17은 보험 부채를 평가할 때 원가가 아닌 시가 기준으로 평가하고, 손익을 인식할 때도 현금흐름에 따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 전 기간에 걸쳐 나눠 인식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자산은 시가로, 부채는 원가로 평가해 실적을 발표했다.

전날 오전 한화생명이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을 진행했고 앞서 삼성화재, 한화생명,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이 1분기 실적을 잇따라 발표했다. 오는 18일에는 삼성생명 등이 콘퍼런스콜을 진행한다.

올해 1분기 전체 보험사의 회계 장부상 순이익은 7조원 정도로 추정됐다. 지난해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를 모두 합친 보험업계 연간 순이익이 9조2000억원이었는데, 불과 1분기 만에 지난해 전체 순이익에 버금가는 역대급 실적을 낸 것이다.

시장에선 보험사들의 주가 가치 상승 및 주주를 대상으로 한 배당금 확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설명회에서 주요 보험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은 배당 정책에 관한 물음에 각사의 방침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거나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올해 도입된 회계기준 IFRS17에 따라 신설된 미래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의 불확실성이 남아있어서다.

그래픽=손민균

최근 보험사마다 다른 CSM 산정 방식을 두고 논란이 생겼고, 금융 당국이 CSM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미래 실손보험 손해율, 무‧저해지 보험 해약률 등 CSM을 산출할 때 보험회사가 적용하는 주요 계리적 가정 등에 관한 세부 기준을 조만간 제시할 방침이다.

즉, CSM 가이드라인이 마련·적용되면, 보험사들이 자체적으로 매긴 수익성 및 실적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CSM 평가 시 낙관적인 가정을 설정해 1분기 실적을 내놓은 보험사의 경우 금융 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계리적 가정을 보수적으로 수정하게 되면서 실적이 예상치보다 축소 조정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손해보험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금융 당국이 CSM 가이드라인 마련 작업에 나서면서 자사도 예실차 분석을 통해서 회계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데 초점을 맞춘 상황이라 현재로선 배당정책을 어떻게 하겠다는 등 구체적으로 얘기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CSM 관련 세부 지침이 마련되고 제도 운영이 안정화하면, 분기 결산을 통해 구체적인 배당정책을 검토해 발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IFRS17 도입에 따라 보험사들은 올해부터 보험계약 해약 시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해약환급금 준비금을 별도로 쌓아야 한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법정 준비금이기 때문에 배당가능 이익에서 제외된다.

즉, 해약환급금 준비금을 늘려야 하는 보험사의 경우, 이로 인해 적극적인 배당 정책을 펼치지 못하거나 배당 성향을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옛 회계제도상에서는 해약환급금은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임에도 별도 적립 의무가 없었다. 하지만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 제도상에서 생겨나는 부채 감소 효과로 인해 보험사들이 쌓아야 하는 해약환급금이나 보증준비금이 줄게 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보증준비금은 해약환급금과 종신·변액보험 등 상품에서 투자실적 저조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보험금과 환급금을 지급하고자 적립하는 준비금이다. 기존에 부채 항목으로 적립해 온 보증준비금도 이익잉여금 내 법정준비금으로 옮겨진다.

지난 2020년을 끝으로 2년간 배당을 하지 않은 한화생명 측은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한화생명의 해약환급금준비금은 2조원 정도로, 추후 추가 증액이 예상되고 이로 인해 배당 가능 이익 재원이 감소하는 게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올해 배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화생명 측은 “배당 가능 이익 확보를 위한 상법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노력을 지속하고 있어 2023년 말엔 배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올해 1분기 연결 지배주주 당기 순이익은 7068억원으로 전년 동기(2684억원) 대비 163.4%나 급증했다. 교보생명 역시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은 50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5% 늘었다.

지난해 삼성생명은 전년보다 약 7.9% 늘어난 1조7243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는데, 결산 배당금은 전년과 동일한 수준인 보통주 1주당 3000원으로 동결했다. 삼성화재의 2022년 결산배당금은 전년보다 1800원 늘린 1만3800원, 현대해상은 전년보다 485원 늘어난 1965원이었다. KB손해보험은 전년에 결산 배당을 하지 않았는데, 2022년 결산 1주당 배당금을 5263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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