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이력, 이제 대입에도 반영됩니다
학교에서 교직이수 과정을 밟고 있는 나는 졸업하기 전까지 교직 관련 수업을 꾸준히 들어야 한다. 이번 학기에 수강하는 교직 과목 중에는 ‘학교폭력 예방 및 학생의 이해’가 들어 있다. 조별 과제로 학교폭력 사안 처리 진행 절차와 관련된 내용을 조사하고 발표하게 되었다.
과제를 준비하면서 지난 4월 정부에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대책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2025학년도부터 147개의 대학이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대입 전형에 자율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는 지점이었다.
기존에는 가해학생을 조치할 때,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주로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반영했다면, 이제는 학생부, 수능, 논술, 실기/실적 위주 전형에 조치사항을 모두 반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자퇴한 가해학생의 경우도 해당하며, 이때도 학생부에 조치사항을 빠짐없이 표기하여 대입에 반영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학교생활기록부 내 가해학생의 조치사항 기록의 보존 기간을 졸업 후 최대 4년으로 연장했다는 조항이 추가되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졸업 후 최대 2년 간 보존되었던 전학처분(8호), 출석정지(6호), 학급교체(7호)의 조치사항 기록이 대입 전형에 반영될 수 있게 되었다. 교육부에서는 대학 입학뿐만 아니라 졸업 시까지도 불이익이 있다는 경각심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관련 조항을 보강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에 대해 같은 수업을 듣는 학우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역사교육과에 재학 중인 21학번 A양은 “조치사항 기록이 연장되고, 대학 입시에도 반영됨에 따라 학생들이 학교폭력과 관련된 경각심을 기를 수 있을 테니 예방 차원에서 더 바람직한 시도”라고 말했다.
국어교육과에 재학 중인 20학번 B군은 “대학 진학을 하지 않는 학생의 경우를 고려한다면 4년의 기간 연장이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이는 학교생활기록부를 요구하지 않는 회사에 취업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그는 조치사항의 생기부 기록 기간을 늘리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해당 사건과 관련된 학생들의 사후 지도를 어떻게 하는지가 더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여주었다.
수업을 함께 수강하는 대부분의 학우들이 동의한 부분은 조치사항에 대해 생기부 기재는 꼭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휘발되지 않는 활자의 힘이 강력하다는 것을 알기에 이번 생기부 기재 연장 조치와 대입 전형에서의 반영이 더 강화된 거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교육부나 교육청 차원에서도 끊임없이 학교폭력 예방 자료나 공문을 보내며 아이들이 안전하고 화목하게 학교생활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학교폭력은 완전히 뿌리 뽑히지 않았다. 나 역시 중고등학생 시절에 다른 반 아이들 사이에서 학폭위가 열리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고, 학생들 사이에 주먹 다툼 혹은 비속어로 점철된 언어폭력이 수없이 이뤄지고, 쉬쉬하며 덮이는 것을 보기도 했다. 아직은 아이들의 마음에 봄이 찾아오지 않았다는 걸 의미하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학교폭력을 대할 때 무조건적인 처벌을 위주로 진행해야 하는 건 절대 아니다. 학교는 학교폭력 가해학생들의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공간이 아닌, 교육과 지도를 위한 공간이다. 학교는 아이들이 바른 길로 나아가, 훌륭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사회 기관이자 울타리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의미를 갖고 있기에 이번 개정안에서도 학교의 교육적 조정 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보강이 진행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신규로 지정된 조항에는 ‘학교장 자체해결 범위를 확대하여 가해학생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이끌 수 있는 교육적 해결 기능을 강화하고자 노력해야 하며, 학교장이 자체적으로 종결한 사안의 가해학생에게 상담 및 캠페인 활동 등 별도의 선도 및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도록 필수화하고 있다’라고 밝혀져 있다.
그 외에도 학교 구성원의 사회, 정서 교육을 더 많이 지원하도록 체계를 구축할 거라고 밝혔으며, 교과교육 활동과 늘봄학교, 방과 후 학교 등 현장 여건에 맞는 인성교육 프로그램과 스포츠 체험활동, 예술활동 지원도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최근 학교폭력 관련 내용을 다룬 드라마, ‘더 글로리’의 흥행과 더불어 학교폭력 사건들이 수면으로 드러나고 있다. 학교폭력은 피해학생의 학창 시절을 암흑으로 덮어버리거나, 상처투성이로 만든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갈 길이 멀다. 갈 길이 멀다는 건, 다시 말하자면 발전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 아닐까? 제도는 거듭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더 촘촘한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 더욱 촘촘해지는 제도는 아이들이 가해자나 피해자라는 수식어를 달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야 한다.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싱그러운 계절을 즐겁게 추억할 수 있기를, 앞으로는 마음의 상처를 끌어안고 굳어버리는 아이들이 없어지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한지민 hanrosa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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