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전월세신고, 계도만 3년…'깜깜이 계약' 어쩌나
빌라 전월세거래·가격 투명성 언제쯤
임대차3법 무력화? "시장 혼란 클듯"
전월세신고제 시행일이 1년 더 미뤄졌다. 국토교통부가 전세제도를 비롯해 임대차3법의 '대수술'을 구상하면서 전월세신고제도 '일단 스톱' 해놓은 셈이다.
정식 시행은 아니지만 계도 기간인 만큼 당장 주택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해보인다. 그러나 벌써 3년째 시행이 미뤄지자 신고를 최대한 늦추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등 '깜깜이 계약' 문제가 좀처럼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계도기간 1년 추가…"당장 영향 없어"
국토교통부는 주택 임대차 신고제(전월세신고제)의 계도기간을 당초 올해 5월31일에서 1년 더 연장한다고 지난 16일 밝혔다.▷관련기사:원희룡 "전세제도, 수명 다해 근본 검토…신고제는 1년 유예"(5월16일)
전월세신고제는 임대차시장의 실거래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해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보증금이 6000만원을 넘거나 월세가 30만원을 초과하는 전월세계약의 경우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임대인과 임차인이 계약 내용을 신고해야 하고, 미신고 시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는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과 함께 '임대차3법'에 포함됐으나 시행 시점은 1년여 뒤인 2021년 6월1일로 밀렸다.
이후에도 대국민 홍보, 임대차3법 개정 요구 등에 따라 계도기간이 1년씩 연장돼 이달 말 만료를 앞두고 있었는데 또다시 1년 연장됐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날 취임 1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월세신고제는 임대차시장 전체의 큰 틀을 공사하면서 어느 정도 큰 줄기를 잡은 시점에서 행정 적용할 것"이라며 연장의 이유를 밝혔다.
또 계도기간에 신고량이 증가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월세 신고량은 2021년 6월 6만8353건에서 올해 3월 19만266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 이번 전월세신고제 유예에 따른 부작용은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오히려 이번 조치가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거란 분석도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계도기간을 1년 더 연장한다고 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해보인다"며 "오히려 아직까지 전월세신고제에 대한 인식이 안 잡혀있기 때문에 계도 기간을 연장하면 제도가 정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전세사기 문제로 전세시장이 움츠러든 가운데 신고제를 앞두고 월세는 내리고 관리비를 올리는 식의 '꼼수 매물'이 나타나기도 했는데 이같은 문제도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사각지대' 언제쯤…폐지 우려도
그러나 전월세신고제 시행이 미뤄질수록 장기적으로 전월세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애초 전월세신고제는 '깜깜이' 계약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다.
임대인들이 임대소득이 드러나면 혹시라도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걱정으로 신고를 꺼리면서 실제 거래량이나 거래 가격을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가구수나 매물 자체가 적은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은 그중에서도 '사각지대'로 꼽혀왔다. 실거래가 파악이 어렵다보니 작정 하고 가격을 부풀리는 사기 피해도 잇따랐다.
전월세신고제가 이같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시행이 미뤄지면서 자칫 '미신고' 분위기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일부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시행 시점이 계속 미뤄지니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신고 의무는 있지만 계도기간 연장으로 과태료도 안 내는데 굳이 할 필요가 있느냐"며 "이러다가 조금 있으면 폐지 발표가 날 지도 모르니 신고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말했다.
전날 원희룡 장관이 임대차3법의 폐지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전월세신고제 폐지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시장에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인만 경제부동산연구소장은 "원래 전월세신고제가 먼저 시행되고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따라가야 하는데 이미 늦었다"며 "신고제를 통해 거래 데이터를 축적하고 관리하면 이상 거래가 있을 때 잡아내고 확인하는 식으로 시장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와서 신고제를 손 보게 되면 시행까지 하세월이 걸릴테고, 만약 전월세신고제를 비롯한 임대차3법을 무력화한다면 정책 신뢰도가 떨어지고 시장에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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