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존스 前암참회장 “요리매연 위험성 심각, 관련법 필요”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요리 매연’은 초미세먼지 일종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여러 초미세먼지 배출원 가운데 각국에 뚜렷한 저감책이 없어 ‘미세먼지 마지막 난제(難題)’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선 최근 학교 급식 조리사의 폐암 사망이 산업재해로 처음 인정되면서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3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ALC)’에선 ‘요리매연: 미세먼지 마지막 난제를 풀다’라는 주제로 요리매연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했다. 이날 연사는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이창훈 한국환경연구원(KEI) 원장,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 박찬승 UC리버사이드 명예교수, 한대곤 칸필터 대표가 참여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하지원 대표는 “삼겹살이나 돼지갈비 구울 때, 식당이나 빵집 앞 지날 때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그 속에 초미세먼지가 가득하다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못한다”며 “우리가 미세먼지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발암물질로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인데 요리매연에 대한 심각성은 잘 알려져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대기 중 초미세먼지 30% 저감’이 포함돼있고 환경부가 올해부터 10년 간 시행되는 제3차 대기환경종합계획에 처음으로 조리시설을 미세먼지 배출원에 포함시키며 우리나라도 이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정부가 요리매연 감축을 위한 정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기술을 육성해야 근본적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요리매연을 최초로 주목한 국가는 미국이다. 2003년 외국인 최초로 정부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과 미국에서 각종 정책을 이끌어낸 제프리 존스 전 회장은 “삼겹살집 갈 때마다 담배 1000개피를 피는 꼴이라는 사실을 아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은 미세먼지에 큰 관심을 갖고 신경쓰는 나라인 만큼 이 문제를 국민에게 잘 알려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가 미세먼지 저감에 쓴 예산은 13조 안팎. 그런데도 요리매연 저감책이 만들어지지 않은 데 대해 이창훈 원장은 “배출량 기준으로 2020년 발생한 초미세먼지 가운데 1%가 고기·생선구이에서 나온다는 통계가 있었고, 배출량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먼저 저감 논의가 있었다”며 “요리매연이 배출되는 조리시설 대부분은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가게이기 때문에 여기에 규제를 도입하는데 정치적 부담감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요리매연은 유증기가 포함돼있어 이를 저감할 기술도 그동안 불확실했다”고 했다.
박찬승 교수는 “미국에선 1980년대부터 요리매연 문제를 보고 있었고, 기술이 필요없는 부분은 개선이 다 이뤄졌다”며 “고기를 불에 직접 닿게 굽는 방식과 불판 위에 굽는 방식은 미세먼지가 10배 이상 차이나기 때문에 미국에선 1997년부터 맥도날드나 버거킹 같은 대규모 레스토랑에 직화를 금지시켰다”고 했다. 그는 “버거킹이 직화구이로 맛을 낸다고 하는데 이 규제 이후부턴 더 이상 그 광고를 하지 못했다”면서 “직화구이 한 것처럼 패티에 줄이 나오게 하는 장치를 써서 다른 방식으로 맛을 내고 있다”고 했다.
요리매연 문제 해결과 관련, 이창훈 원장은 “가장 시급한 건 기준을 만드는 것이고, 그 다음 시험방법을 만들어야한다”며 “이런 법제화까진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관련 법을 만들 수 있는 선행 연구부터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책화 부분에 있어서 늦어져버리면 ‘가습기 살균제’ 사례처럼 사후약방문이 될 수도 있다”며 “당시에도 전문가들 중심으로 위험하다는 의견은 나왔지만 공론화 되지 않았고, 연구가 안되니 입법화도 안돼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갔다”고 했다.
제프리 존스 전 회장은 “우리나라(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은 엄마들”이라며 “요리매연에 노출될 때 가장 위험한 건 아이들이므로, 이 문제를 해결할 가장 빠른 방법은 엄마들에게 위험성을 알려 환경부에 관련법 제정을 요구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찬승 교수는 “지속적인 요리매연 제거 효율 낼 수 있는 장치가 빨리 만들어지고 보급돼야 한다”고 했다.
이날 세션에는 뉴욕시에서 요리매연 저감기술 공인을 받은 국내 기후테크 기업도 참여했다. LG화학 시절 일본 천하이던 DPF(diesel particulate filter·디젤 미립자 필터) 기술의 국산화를 성공시킨 한대곤 칸필터 대표는 DPF 기술을 응용한 요리매연 필터 기술에 대해 소개하면서 “2021년부터 세계 최초로 요리매연 규제를 시작한 뉴욕시에서 ‘뉴욕환경청 공인 필터’로 인정받은 기술을 우리나라 기업이 만들었다”며 “요리매연에도 해법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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