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일의 유산, 드디어 터지나…유격수 후계자 이제는 못 박을 때

김민경 기자 2023. 5. 17.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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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복덩이 보상선수로 평가받던 내야수 박계범(27)이 뒤늦게 기지개를 켰다.

박계범은 올 시즌 개막부터 무려 38일 동안 2군에 머물렀다.

박계범이 2군에서 절치부심하는 사이 1군에서는 좀처럼 주전 유격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올 시즌 개막 때도 외면을 당하면서 박계범은 지난해 악몽이 되풀이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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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계범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한때 복덩이 보상선수로 평가받던 내야수 박계범(27)이 뒤늦게 기지개를 켰다.

박계범은 올 시즌 개막부터 무려 38일 동안 2군에 머물렀다. 냉정히 경쟁에서 밀렸다. 지난해 가을 마무리캠프부터 올해 호주 스프링캠프까지 이유찬, 안재석 등 유격수 후배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는데, 이승엽 두산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지 못했다.

박계범이 2군에서 절치부심하는 사이 1군에서는 좀처럼 주전 유격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개막 유격수로 낙점했던 이유찬, 경쟁을 붙이려 했던 김재호와 안재석 모두 자리를 꿰차지 못했다. 와중에 안재석은 허리 부상으로 이탈하고, 김재호는 개막 한 달 넘도록 11경기 출전에 그친 뒤 2군으로 내려갔다. 이 감독은 바라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박계범에게는 보이지 않던 희망이 조금씩 보인 순간이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은 덕분일까. 절실한 마음을 장착하고 돌아온 박계범은 180도 다른 선수로 돌아왔다. 지난 9일 처음 1군의 부름을 받은 뒤 7경기에서 타율 0.308(26타수 8안타), OPS 0.629, 3타점으로 활약했다.

사실 타격은 부수적이었다. 박계범이 유격수로 안정적인 수비를 펼쳐주는 게 이 감독이 바라는 첫 번째였을 텐데, 박계범은 이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박계범이 유격수로 중심을 잡아주니 이유찬은 2루로 이동해 다시 수비와 타격 모두 안정감을 찾았다. 이 감독은 이유찬이 2루에서 훨씬 좋은 수비가 나온다며 당분간 박계범-이유찬 키스톤콤비 체제로 갈 뜻을 내비쳤다.

개막부터 꾸준히 불안했던 키스톤콤비가 안정감을 찾자 두산 역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4연승을 달리며 시즌 성적 18승16패1무로 5위를 달리고 있다.

▲ 박계범 ⓒ 두산 베어스

박계범은 2021년 시즌을 앞두고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한 FA 오재일의 보상선수로 두산에 합류했다. 그때 두산이 본 박계범의 강점은 안정적인 수비였다. 박계범의 수비 수준이면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와 차기 유격수감인 안재석 사이에서 중간다리 임무를 충분히 해주리라 믿었다.

박계범은 두산 이적 첫해 곧바로 기대에 부응하며 '복덩이'라 불렸다. 유격수, 2루수, 3루수까지 내야 어디든 내보내면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고, 프로 데뷔 이래 가장 많은 118경기에 출전해 0.267(322타수 86안타), 5홈런, 46타점을 기록하며 타격으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구단은 박계범에게 지난해 연봉 1억4500만원을 안기며 주전 내야수로 한 단계 더 성장하길 기대했다.

하지만 강점인 수비가 흔들리면서 슬럼프가 길어졌다. 지난해 갑자기 승부처에 결정적 실책이 반복되면서 점점 위축됐다. 유격수와 3루수로 나선 55경기에서 실책 8개를 기록했다. 박계범은 지난해 부진 당시 "한번 실수를 하면 계속 실수하는 스타일이다. 어쩌다 한번씩 경기에 나가는데 실수하니까 많이 위축됐다. 아무것도 아닌 걸로도 위축이 되고, 그래서 내 플레이를 못했던 것 같다"며 자책했다. 박계범은 지난해 9월 초 2군으로 내려갔고, 2군에서 그대로 시즌을 마무했다.

올 시즌 개막 때도 외면을 당하면서 박계범은 지난해 악몽이 되풀이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찾아올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칼을 갈았고, 당장 그 간절한 마음이 빛을 보고 있다.

물론 이제 1군 7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오재일이 남기고 간 유산이 '드디어 터졌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어서 오길 두산도 박계범도 바라고 있다. 바람이 현실이 된다면, 두산의 유격수 김재호 후계자 찾기도 끝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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