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조직문화 개선, 몇 년을 해도 안되는 까닭은…
MERCER와 함께하는 'HR 스토리'
국내 중견그룹 A사는 수년동안 정기적으로 조직문화 진단을 실시해왔다. 구성원들의 조직몰입도와 인식을 살피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가기 위해서였다. 진단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짚어보고, 이를 토대로 조직문화 개선 활동도 꾸준히 펼쳐왔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구성원의 조직만족도는 크게 변화가 없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펼쳐온 다양한 개선활동이 분명 도움이 되었지만, 근본적으로 구성원의 인식 변화를 만들기에는 부족했다. 일부 구성원들은 이러한 조직문화 프로그램을 회사의 ‘보여주기식 활동’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비단 A사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최근 조직문화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많은 기업들이 조직문화를 점검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의 노력에 비해 구성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한 경우가 많다. 어렵기만한 조직문화 혁신, 어떻게 하면 성공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우리 회사가 지향하는 조직문화의 모습을 규명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A사는 오랜 기간 조직문화 변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하지만 회사가 지향하는 문화는 무엇인지, 구성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불분명했다. 매년 조직문화 진단 결과에 따라 당장의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그램을 고민하는 것에 매몰되었다. 그렇다 보니 외부의 최근 우수 사례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 주를 이루었다.
실제로 상당수 기업들이 조직문화 개선에 실패하는 이유가 그럴듯한 외부 사례를 따라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데에 있다. 타사의 좋은 사례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지향하는 고유한 조직문화의 모습을 선명하게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의 경영철학(Top-down)과 구성원의 니즈(Bottom-up)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리만의 지향점을 설정해야 한다. 이를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것이 조직문화 변화의 첫 단추라고 볼 수 있다. 그 이후 우리의 지향점에 맞게 나아가고 있는지 점검하고, 이와 연계한 변화·혁신 활동을 전개해야 효과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다음은 조직문화 지향점을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게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문화는 단기적인 구호나 이벤트로 형성될 수 없다. 장기적인 실행계획을 가지고, 점진적 변화를 위한 인내가 필요하다. A사도 매년 조직문화 프로그램의 내용이 수시로 변화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단기적이고 단편적인 개선 활동은 일시적인 효과는 줄 수 있겠지만, 회사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구성원들을 이끌어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변화에 대한 큰 그림(Big Picture)과 장기적 실행계획 없이 산발적으로 개선과제를 실행할 경우, 오히려 조직 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고유의 조직문화를 성공적으로 안착한 기업들은 일관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아마존은 ‘Day 1 Mentality(창업 첫 날의 혁신·도전정신)’에 기반한 ‘16가지 리더십 원칙’을 정의하고, 이를 전직원에게 강조해왔다. 조직 내 혁신 DNA가 유지·발전할 수 있도록 이러한 정신을 계속적으로 강조하고, 문화나 분위기 뿐만 아니라 제도적 영역까지도 이와 연계해 운영한다. 구성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일관되고 명확한 지향점을 제시하여, 견고한 조직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조직문화는 변화 방향과 필요성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지속적이고 일관적으로 그 메시지를 강조해야 실질적인 변화와 체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끝으로, 최고경영진의 관심과 강력한 실행 의지가 중요하다. 기업문화 분야 최고 석학으로 불리는 에드거 샤인(Edgar Schein)은 조직문화를 혁신하는 과정에서 가장 위험한 일은 ‘경영자가 조직문화를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직문화를 단순히 일하는 방식, 조직 분위기, 구성원 행동과 같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그 내면에는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기본 신념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문화 활동은 그저 실무자들의 일이 아니라, 기업을 이끌어가는 최고경영진의 관심과 의지가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조직문화 개선에 실패하는 대부분 기업의 경우, 현장 또는 직원의 변화만을 촉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양한 과제들은 담당 부서가 주도해야 하는 하나의 ‘업무’로 치부하고, 경영진은 관리자 역할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다. A사의 경우도 매년 조직문화 개선 활동을 활발히 펼쳐왔지만, 그 안에서 최고경영진의 역할은 미미했다. 조직문화 담당자들이 고군분투하는 동안, 경영진들은 왜 문제가 계속되는지, 왜 다른 회사처럼 우리는 변화하지 못하는지 채근만 할 뿐이었다.
진정한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서는 리더들이 주도자가 되어야 한다.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문화를 설정하고 이를 만들어가는 과정 전반에서 최고경영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CEO를 비롯한 경영진은 다소 보여주기식으로 비춰질지라도 상징적 행동을 통해 회사의 지향점을 명확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전달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구성원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CEO 레터(Letter), 타운홀 미팅(Town Hall Meeting) 등이 대표적 활동이다. 구성원들에게 요구하기 이전에 본인의 행동, 일하는 방식부터 바꾸는 솔선의 모습도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기존 문화를 고수하는 주요 경영진을 교체하는 과감한 결단도 필요하다.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핵심성공요인이 경영진 자기자신임을 인지하고, 변화 선도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조직문화가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MZ세대로 대표되는 새로운 세대는 회사가 어떠한 문화를 추구하고, 어떠한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하는지를 중요하게 바라본다. 즉, 일하기 좋은 회사, 건전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회사가 앞으로도 지속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조직문화는 기업의 성과에도 영향을 준다. 직원 만족도가 높고, 효과적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이 실제 재무성과나 고객만족 등에서 더 좋은 성과를 보여준다는 연구결과도 상당수다. IBM 전 CEO 루 거스너는 ‘조직문화는 승부를 결정짓는 하나의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승부’라며,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어쩌면 조직문화가 기업의 성패와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일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조직문화를 개선하거나 자신들만의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단순히 유행을 따르기 위함이거나 파편적 활동, 이벤트만을 고민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남들이 하는 방식 그대로를 통한 변화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조직문화는 사람의 성격, 인성과도 같아, 구축하고 변화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변화 노력과 의지가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근본적 지향점은 무엇인지, 우리는 그 안에서 올바른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하겠다.
손송민 Mercer Korea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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