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10만 마리 새 가족 연결해 준 이 사람의 ‘눈물 버튼’

김지숙 2023. 5. 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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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숙이 만난 애니멀피플][애니멀피플] 김지숙이 만난 애니멀피플
포인핸드 10주년 입양문화센터 개관한 이환희 대표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열린 ‘포인핸드 입양문화센터’ 개관식에 참석한 배우 이기우씨가 양평군 동물보호센터가 보호 중인 개를 만나고 있다. 포인핸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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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핸드 대표 이환희씨에게는 ‘눈물 버튼’이 있다. 수의사인 그는 10년 전 군 대체 복무로 경기 가평군의 유기동물 보호센터에서 공중방역 수의사로 일했다. 보호소에 들어온 동물을 씻기고 돌보고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등록하는 것이 그의 일이었만, 동시에 입양을 가지 못하는 동물들이 안락사되는 모습을 지켜보 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지자체 보호소는 나의 ‘눈물 버튼’

“그 시절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아직도 떠나보냈던 동물들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게 느껴져요.”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포인핸드 입양문화센터’에서 만난 이 대표의 눈가는 다시 촉촉해져 있었다. 지난달 28일 포인핸드 입양문화센터 개관식 때도 그는 ‘포인핸드’의 취지를 설명하다가 감정이 격해져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포인핸드 이환희 대표가 지난 3일 10년간의 포인핸드 활동과 입양문화센터 개관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국내 최대 유기동물 입양플랫폼인 포인핸드의 시작에는 유기동물보호소의 동물들이 있다. 2013년 이 대표는 제대로 된 입양기회조차 없이 죽어가는 동물들을 도울 방법을 궁리하다 직접 앱을 개발했다. 수의과대학 시절 독학으로 배운 코딩으로 밤잠을 설쳐가며 몰두했다. 그렇게 두 달 만에 포인핸드가 만들어졌다. 포인핸드는 전국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의 입양 공고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보기 쉽게 만든 앱이었다. 그로부터 10년, 현재까지 포인핸드를 통해 새 가족을 만난 동물은 10만 마리에 달한다. 최근에 회원 후원을 받고, 여러 지원 사업을 신청해 예산을 충당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이 대표가 자비로 운영하다시피 했다.

유기동물을 입양했거나 입양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포인핸드는 이미 ‘필수 앱’이다. 보호소 동물을 돕는 각종 활동의 플랫폼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앱에는 유기동물 공고뿐 아니라 반려동물의 실종 소식부터 임시보호, 이동봉사 요청, 입양 후기까지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다. 개관식 깜짝 손님이었던 배우 이기우씨도 2021년 반려견 ‘테디’를 포인핸드를 보고 입양했다.

유기동물 입양플랫폼 ‘포인핸드’가 지난달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포인핸드 입양문화센터’를 열었다. 40여 평 규모의 센터 3개 층은 각각 카페, 전시, 교육 시설, 라운지로 운영된다. 포인핸드 제공

이미 10만 입양 가족의 온라인 연결고리인 포인핸드가 오프라인 센터를 만든 이유는 뭘까. 이환희 대표는 지난 10년간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은 많이 늘어났지만 그만큼 입양으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했다. 그 이유는 여전히 보호소는 어둡고 열악하고, 유기동물은 우울하고 아플 것이란 편견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왜 홍대에 센터를 냈냐고요?

이 대표는 “‘사지 말고 입양하자’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에스엔에스(SNS)에 입양 정보가 많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지자체 보호소 공고는 미흡하고, 개인 입양 홍보글은 기준이나 설명이 충분치 않아 입양자 입장에선 혼란스럽다. 그러다가 입양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좀 더 표준화된 입양 정보를 제공하고 입양까지 실질적인 도움을 줌으로써 ‘유기동물 입양은 어렵다’는 이미지를 개선하고 싶다고 했다. “포인핸드가 입양문화센터를 만든다고 했을 때 모두 유기견 보호소를 만드냐고 물었어요. 입양 문화를 만들고 알린다는 것이 어떤 건지 상상이 안 됐던 거죠.” 포인핸드는 앱 개발 이후에도 잡지 발간, 디자인 굿즈 발매, 사진전 개최 등을 통해 입양의 중요성을 알려왔다.

센터 곳곳에 입양을 기다리는 동물들의 개체카드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들이 배치됐다. 포인핸드 제공
달라진 지자체 보호소의 풍경을 브이알(VR)로 둘러보는 체험 부스를 운영 중이다. 포인핸드 제공

지난달 28일 입양문화센터가 처음 공개됐다. 센터는 입양된 동물의 행복한 모습을 알리고 입양이 결코 어렵지 않다는 걸 알리는 경쾌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번화가인 홍대에 자리 잡고, 별도의 예약 없이 손쉽게 들를 수 있도록 한 것도 그런 의도다. 40여 평 규모의 센터 3개 층은 각각 카페, 전시, 교육 시설, 라운지로 운영된다.

센터 곳곳에는 입양을 기다리는 동물의 개체카드가 전시되어 있어 큐알(QR) 코드만 입력하면 손쉽게 입양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3층에는 전국 지자체의 동물보호소 위치와 달라진 동물보호소의 모습을 브이알(VR)로 둘러볼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마련됐다. 최근 경기 남양주시, 가평군, 양평군, 강원 강릉시 등과 협약을 맺고 입양시스템 제도화와 보호소 개선에 협조하고 있는데 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코너였다.

센터 모든 공간은 반려견 동반으로 운영되는데 그 중에서도 옥상 라운지는 이 대표가 공을 들인 장소이기도 하다. “앞으로 이곳에서 입양 가족 ‘홈커밍 데이’를 할 거예요. 입양 문화를 알리는데 가장 좋은 건 역시 새 가족을 만나 행복해진 친구들을 만나는 거니까요.”

“입양 문화 오염시키는 신종펫숍”

이 대표는 센터를 통해 신종펫숍의 편법 영업을 알리는 목표도 갖고 있다. 신종펫숍은 ‘안락사 없는 보호소’는 광고 문구로 영업을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동물을 사고파는 기존 펫숍과 동일하다. 그는 “신종펫숍은 그간 수많은 자원봉사자, 동물보호단체, 시민들이 피땀 흘려 만들어온 입양 문화를 오염시키고 있다. 센터를 통해 유기동물을 이용하는 이들을 견제하고 입양 문화의 구심점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열린 ‘포인핸드 입양문화센터’ 개관식에 참석한 임순례 영화감독(맨 오른쪽)과 참석자들이 입양을 기다리는 개들과 만나고 있다. 김지숙 기자

홍대 입양문화센터를 연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지방에도 센터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2호점은 제주에 생길 가능성이 크다. 제주 관광을 간 시민들이 찾는 ‘필수 코스’ 그리고 제주의 유기동물 문제로 고심하는 주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장소를 구상 중이다. 펫숍보다 깔끔하고 찾고 싶은 공간 만들기, 포인핸드 입양문화센터의 목표라고 한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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