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때 협의하라” “전임자 불법 간섭말라”… 법 위의 공공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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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노사의 단체협약에 들어간 '고용세습' 조항이 사회적 비판을 받은 가운데 공공부문 노사에서도 인사권 침해·상급단체 탈퇴 방해 등 노조의 전횡적 요구가 단체협약에 그대로 반영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정부는 인사권과 함께 일부 공공부문 노조의 과도한 요구가 그대로 단체협약에 반영되는 등 도덕적 해이 사례도 다수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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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에도 없는 특별휴가 주고
조합활동 사고도 공무상 재해
상급단체 민노총인 공무원노조
82곳 중 79곳 불법·특혜 조항
정부 “민간기업보다 더 전횡적”
대기업 노사의 단체협약에 들어간 ‘고용세습’ 조항이 사회적 비판을 받은 가운데 공공부문 노사에서도 인사권 침해·상급단체 탈퇴 방해 등 노조의 전횡적 요구가 단체협약에 그대로 반영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과거 노조 활동을 하면 불이익을 받던 시대에서 벗어나 노조 활동을 하지 않을 경우 해고 규정을 둔 곳도 있었다.
1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한 공공기관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단체협약에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노조 간부에 대한 임기 중 인사이동을 금지한다”는 조항을 포함시켰으며, 교원노조 중에는 “노조 집행부 인사 시에는 노조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두 사례 모두 인사 및 경영권을 침해한 대표적 사례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부문이어서 민간기업처럼 고용세습만 할 수 없었을 뿐 인사권 침해를 놓고 보면 더 전횡적인 내용이 단체협약에 들어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민간기업의 인사보다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돼야 할 공공부문에서 단체협약으로 노조에 인사권을 넘긴 사례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한 공무조직 노사는 단체협약으로 “조합원에 대한 타 기관과의 인사교류 시 노조와 합의한다”는 조항과 “인사(승진)위원회에 노조의 추천을 받은 외부인사를 포함시킨다”는 조항을 넣었다. 감시가 강한 정부 중앙부처와 달리 지방자치단체 중에는 이같이 노조의 인사권이 강한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상 재해는 ‘공무원 재해보상법’으로 판단해야 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조합활동 중 질병·사고 등의 재해가 발생할 경우에도 공무상 재해로 판단토록 하는 내용을 단체협약에 규정하기도 했다.
공공부문 479개 노조 중 상급단체를 민주노총으로 둔 곳이 199개(41.5%)로 가장 많다. 특히 상급단체를 민주노총으로 둔 공무원노조 82곳 중 79곳(96.3%)에서 불법·무효인 단체협약이 확인됐다. 지난해 민주노총 탈퇴를 시도했다가 제명 처분을 받았던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노조 간부들의 사례처럼 공공부문에서도 노조를 탈퇴하려는 조합원의 권한을 위원장이 직권으로 정지할 수 있는 등 실질적으로 상급단체 탈퇴를 방해하는 규약이 확인됐다.
정부는 인사권과 함께 일부 공공부문 노조의 과도한 요구가 그대로 단체협약에 반영되는 등 도덕적 해이 사례도 다수 확인했다. 교원노조의 정치 활동에 대한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노조 선전문 배포 등 노조 홍보활동을 보장하는 내용과 학교시설인 방송시설을 노조 홍보 활동에 허용할 수 있게 하는 단체협약도 드러났다. 한 공공기관은 노조가 “단체행동과 쟁의행위 중 고의에 의한 파괴·방화방법이 사용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민·형사 및 인사상의 책임·배상을 노조 또는 조합원에게 묻지 않는다”는 내용을 요구하자 단체협약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노동계에선 공공부문 노조의 월권행위와 함께 내부 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한 공무원노조의 경우 노조 위원장과 임원을 총회 또는 대의원회에서 직접·비밀·무기명 투표에 의해 선출해야 하지만 위원장 당선자가 사무총장을 지명·선임했다. 지자체 중에는 ‘5월 중 1일의 특별휴가’ 등 조례에도 없는 휴가를 단체협약에 넣기도 했다. 노조 추천 위원 30% 이상을 승진심사위원회에 참가하도록 한 단체협약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부는 “불합리한 단체협약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권고하고 지도·감독 권한이 있는 관계부처와 함께 이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며 “불법인 단체협약 및 노조 규약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에 불응하면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형사처벌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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