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무서워 한달에 수십만원 더 낼 각오로 찾아봐도… 월세 씨말라”

김영주 기자 2023. 5. 1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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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화곡역.

A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을 구하러 오는 이들은 전세가 불안하니 월세를 구하려고 하지만 월세 물건은 거의 없고, 있어도 비싸다"며 "1∼2인용 방 2개짜리, 2010년 이후 입주한 빌라를 기준으로 할 때 얼마 전까지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가 50만∼60만 원이었지만 이제는 70만∼80만 원은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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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서구 ‘화곡동 빌라촌’ 가보니
전세 사기 기승에 월세만 선호
신축 빌라 월세 100만원 훌쩍
이달 전세보증보험 한도 축소
‘빌라 갭투자’ 집주인도 아우성
“차액 반환해 줄 돈 없어 걱정”
빌라촌 출근행렬 17일 오전 다세대·연립주택이 몰린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촌’에서 주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지난 16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화곡역. 아침 출근 시간을 맞아 3·4번 출구 뒤쪽의 빌라촌에서 20∼30대 인파가 쏟아져 나왔다. 서울 여의도, 광화문 등 주요 업무지구로 향하는 1∼2인 가구 직장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강서구 화곡동은 신축 빌라가 많은 대표적인 빌라촌으로, 젊은 층이 많고 지난해부터 시작된 빌라 전세 사기의 폭탄을 집중적으로 맞은 곳이다. 이로 인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공포로 전세를 피하고 월세를 찾는 세입자가 많지만, 정작 월세 물건은 씨가 마르고 전세 물건만 넘쳐나는 수급 불균형 현상 현상이 곳곳에서 목도됐다. 월세 가격마저 오르면서 2030 세대 직장인들이 높은 주거비를 버거워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날 화곡동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올해 봄에 화곡동 연립·다세대주택(빌라)의 월세 가격은 15∼20%가량 급등했다. A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을 구하러 오는 이들은 전세가 불안하니 월세를 구하려고 하지만 월세 물건은 거의 없고, 있어도 비싸다”며 “1∼2인용 방 2개짜리, 2010년 이후 입주한 빌라를 기준으로 할 때 얼마 전까지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가 50만∼60만 원이었지만 이제는 70만∼80만 원은 줘야 한다”고 말했다. 입주 5년 이내의 신축 빌라의 경우 월세는 1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실제로 지난 4월에 거래된 전용면적 23㎡ 빌라(2018년 준공)는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100만 원에 계약됐다. 2003년에 준공한 전용 60㎡ 빌라 역시 같은 시세에 월세 거래가 이뤄졌다. 한국부동산원의 연립·다세대 월세가격지수는 강서구가 자리한 서울 서남권이 지난해 5월 100.3이었지만 올해 5월에는 100.7로 오름세다.

월세 물건이 부족하자 대부분의 중개업소는 집을 찾는 이들에게 전세가율(매매 가격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은 물건을 권하고 있었다. B 공인중개업소에서 권한 전세 물건은 보증금 1억4000만 원인 방 2개, 전용면적 33㎡ 빌라였다. 매매 시세는 1억5000만∼1억7000만 원으로 추정된다. 한 고객이 ‘전세가와 매매가격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불안하다’고 하자 공인중개사는 “새로운 전세보증보험 한도를 적용해도 보증금은 보호받을 수 있다. 월세보다는 전세를 구하는 편이 이득이다”고 말했다.

빌라 시장에 혼란이 이처럼 가중된 것은 화곡동 빌라 투자자들이 대부분 과거 전세를 끼고 매수했던 ‘갭투자자’들이기 때문이다. C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매매 가격 하락에다, 이달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보험 한도 축소로 집주인들이 수백만∼수천만 원을 낮춰서 재계약해야 한다”며 “차액을 돌려줄 돈을 지닌 집주인들이 별로 없어 아우성이고, 급한 불을 끄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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