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나랏빚 폭증시킨 野의 재정준칙 훼방

2023. 5. 1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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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은 제 빚에는 민감하지만 나랏빚에는 둔감하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이제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 제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OECD 회원국 중 재정준칙을 제정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튀르키예뿐이다.

안건 심의 순서에서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안'을 1번에,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마지막 순위인 40번에 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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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개인은 제 빚에는 민감하지만 나랏빚에는 둔감하다. 나랏빚은 자신이 갚을 빚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일이 없다면 향락주의(YOLO·You Only Live Once)가 최고의 선택이다.

우리에게 큰 좌절을 안겨준 1997년 외환위기를 돌아본다. 당시 국가채무는 60조3000억 원으로 GDP 대비 11.9%에 지나지 않았다. 부채가 무겁지 않은 국가가 재정을 넉넉히 풀어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

지금 국가 경제는 ‘연간 100조 원 적자’ 상태다. 지난해 ‘관리재정수지’는 117조 원 적자였다. 코로나 팬데믹 때문만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내내 실력 이상으로 재정을 팽창시킨 탓이다. 부족한 재원은 부채로 조달했다. 그 결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18년 35.9%에서 지난해 49.6%로 폭증, 국가채무 1068조 원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천조(千兆)시대’를 열었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이제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 제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OECD 회원국 중 재정준칙을 제정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튀르키예뿐이다.

지난 15일 여야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재정준칙 도입을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고무적이다. 하지만 복병이 있다. 안건 심의 순서에서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안’을 1번에,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마지막 순위인 40번에 올린 것이다. 심의는 하되 가장 늦게 하겠다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설상가상으로 “재정 건전성 원칙엔 동의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확장 재정이 필요한 시기”라는 발언이 야당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야 의원에게 재정준칙은 의지가 수반되지 않은 구두선이다.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남의 얘기처럼 제3자화했다면 유체 이탈 화법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균형 재정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 둔화와 자산시장 침체로 인한 세수 부족 상황에서도 추경 편성에 선을 긋고 있다. 세수 부족을 세계잉여금, 기금의 여유 자금, 불용예산, 재정 집행 효율화 등으로 대응해 추경 편성의 타성에서 벗어나겠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문제 의식조차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의문점은, 입법에 실패해 자동 폐기된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안’을 무슨 이유로 1순위로 올렸느냐는 것이다. 인간은 가능하면 고통스러운 노동을 피하고 남의 노동 결과를 차지함으로써 자신의 생존을 유지하려는 본성을 갖고 있다. 법이 규제·보호·장려 등의 명분으로 ‘누군가의 것을 덜어내 다른 누군가에게 준다면’ 입법을 요구하지 않을 집단은 없을 것이다. 국가가 박애주의의 실천자가 된다면 모두 입법을 통해 특혜를 받으려 할 것이다. 국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을 추가하지 않고는 또 다른 사람에게 편익을 제공할 수 없다. 그 결과 국고(國庫)는 약탈의 대상이 되고 국가는 ‘만인이 만인을 착취하는 거대한 허구’로 전락한다.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레데릭 바스티아는 법이나 정치의 도움으로 타인의 재산을 강탈하는 것을 ‘합법적 약탈’이라고 했다.

사회적 경제 기업의 대부분을 좌파 운동권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려되는 것은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합법적 약탈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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