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I] 깨어난 지우멍
(MHN스포츠 이솔 기자) 여권을 늦게 가져와서 '대체 선수'가 뛰기라도 한 걸까? 비리비리 게이밍(BLG)이 바텀 라인의 부진을 털어내고 끝내 승자조에 올랐다.
지난 16일 오후 9시, 영국 코퍼 박스 아레나에서 펼쳐진 2023 MSI 패자조 2R 경기에서는 각성한 엘크의 활약 속에 BLG가 G2 이스포츠를 3-1로 꺾고 패자조 3R로 향했다. 상대는 젠지-C9 중 승자다.
특히 이날 극과 극의 활약을 선보인 BLG의 원거리 딜러 엘크, 자오자하오에게는 독특한 밈이 있다. 바로 엘크의 옛 닉네임 '지우멍'과 현 닉네임 '엘크'가 다른 사람이라는 밈이다.
- 지우멍-엘크 밈의 유래
WE시절 그는 '지우멍'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했다.
미스틱의 후임자로 시작한 첫 시즌은 미진했으나, 엘크는 WE와의 마지막 동행이었던 2021 서머에서는 최하위 시드(7위)에서 시작한 플레이오프를 3위로 이끄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엘크'로 닉네임을 변경한 2021 서머시즌을 지나, 2022시즌 울트라 프라임에서는 리그 최악의 원거리딜러로 활약하며 울트라 프라임이 최하위권으로 추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화 사용조차 정확히 하지 못한 최악의 시기였다.
중국 현지팬들은 이를 두고 '엘크와 지우멍은 다른 사람', '쌍둥이가 아닐까'라는 재미있는 밈을 만들기도 했다. 단순히 '기복'이라고 할 수 없는 기량 차이 때문이었다.
이번 MSI, 특히 이번 G2전에서도 이 밈은 이어졌다. 1-2세트에서는 엘크가, 3-4세트에는 지우멍이 출전해 극과 극의 활약을 선보였다.
- 1세트, '미드 갭스' 캡스
1세트에서는 마치 '엘크'가 출전한 듯, 엘크는 라인전부터 실수가 있었다.
9분경, 상대 야이크(마오카이)가 대놓고 대자연의 마수를 사용, 미키엑스(블리츠크랭크)와 함께 바텀을 습격했다.
온은 플래시로 이를 피했으나, 유체화를 아끼려던 엘크는 대자연의 마수에 적중당했다. 끝내 '눈물의 희생'을 선보인 온은 150골드의 추가 제압 골드를 상대 징크스에게 헌납할 수 밖에 없었다. 엘크 때문이었다.
12분 용 교전에서도 팀원들과 동떨어져 합류하다 사망하는 등, 엘크는 엘크다운 활약으로 MSI에 재미를 선사했다.
그러나 1세트의 진정한 주인공은 캡스였다. 브로큰 블레이드(그라가스)와 함께 야스오를 꺼내 든 캡스는 이날 아무런 활약도 하지 못했다. 냉정히 공성 미니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24분 G2의 바론 버스트에서 엘크의 화염포-월광포화를 막아낼 장막조차 의미 없이 사용해버린 캡스의 '미드 갭스'로 BLG는 가볍게 1세트를 선취했다.
- 2세트 '엘크' 그 자체
문제는 2세트였다.
3분경 라인전에서 '서폿 일기토'를 승리한 '온(룰루) 형님' 때문이었을까? 21분, 엘크는 상대 크산테가 버티고 선 앞으로 돌풍을 활용하는 기적의 이니시에이팅을 선보였다.
상대 미키엑스(잔나)의 울부짖는 돌풍(Q) 에어본이 없었더라도 크산테의 점멸-총공세로 언제든 적진 한 가운데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엘크의 부진으로 부담감을 짊어진 야가오 또한 상대 딜러진을 노리려다 크산테-마오카이 앞으로 혼령 질주(R)를 활용, 전사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고 결국 딜러진의 거듭된 부진 끝에 BLG는 2세트를 내줬다. 브래킷에서는 젠지에 이어 서구권 팀을 상대로 한 두 번째 세트 패배였다.
- 돌아온 지우멍
이를 보다못한 지우멍이 출전하기라도 한 걸까? 3-4세트에서는 지우멍(엘크)가 맹활약하며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자석이라도 달린 양, 야가오가 상대 잔나의 울부짖는 돌풍에 계속해서 에어본되는 와중에도 지우멍(엘크, 아펠리오스)은 단 한번의 실수 없이, 도리어 자신을 노리는 캡스(애니)의 이니시에이팅을 무위로 돌리며 승리를 거뒀다.
특히 3세트 30분, 그리고 35분 교전에서 상대와 떨어진 캡스(애니)를 유혹하며 '1인 티버'를 사용하게 유도했으나, 이를 뚫어내고 안전하게 살아가며 교전 승리를 결정지은 장면은 백미였다.
4세트에서도 지우멍의 활약은 이어졌다.
루시안-나미로 꾸려진 BLG의 바텀 조합. 지우멍(엘크, 루시안)은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앞으로 파고들며 상대 한스사마-미키엑스(아펠리오스-브라움)에게 위협을 가했다.
15분경 이를 통해 한스사마를 솔로킬한 것을 시작으로 22분 5-5 교전, 26분 브로큰 블레이드(제이스) 솔로킬 등 상대 딜러진을 압도한 끝에 승리를 결정지었다.
정글러 슌(비에고)의 활약도 뛰어났지만, 사실상 지우멍이 이니시에이터 역할을 한 BLG는 유일한 이니시에이터인 야가오(리산드라)에게 기대지 않고 교전을 개시할 수 있었다.
이날 승리로 패자조 3라운드에 진출하게 된 BLG. 부진하던 원거리 딜러 엘크 대신 지우멍이 다시 등장한 BLG를 상대할 팀은 꽤나 피곤한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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