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개 1200마리 방치해 죽게 한 60대에 개 넘겨준 농장주들 송치

농장주 A씨와 B씨가 냉동탑차에 개를 싣는 장면. 양평경찰서 제공

경기 양평군에서 개 1200여마리를 방치해 죽게 한 60대에게 개를 넘긴 농장주들이 검찰에 송치됐다.

양평경찰서는 17일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농장주 A씨 등 32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개 1200여마리를 죽게 한 B씨(60대)에게 수차례 개를 넘겨준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한 번에 20~30마리씩 마리당 1만원을 주고 B씨에게 개를 넘겼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 등은 B씨에게 노령견과 사육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된 개들을 넘겼다. 한 농장주는 짖는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수의사 면허 없이 개 50여마리의 성대를 제거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등으로부터 개를 넘겨 받은 B씨는 공기가 통하지 않는 냉동탑차에 개를 장기간 방치했다. 당초 개들은 굶어 죽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 조사에 따르면 주택에 가기도 전 대부분의 개들은 탑차 안에서 질식사했다.

A씨 등은 반려동물 경매장에서 ‘B씨 개를 싼 값에 처리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B씨에게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개를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앞서 체포된 B씨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 1년6개월여치를 분석, 1000여건의 통화기록 중 동물번식업자의 번호를 일일이 조사해 차례로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처리비용 대부분을 현금으로 받아 추적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적극적인 수사로 농장주들을 특정했다”면서 “이같은 사건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B씨는 2020년 2월부터 최근까지 애완동물 번식장 등에서 ‘개나 고양이를 처분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데려온 동물들에게 밥을 주지 않아 굶어 죽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처리비로 마리당 1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B씨는 1심 재판에서 동물학대 범죄로는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