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의사 부족하다더니..응급실 찾아 헤맨 '5세 아이' 서울 한복판서 숨졌다

40도 고열에도 빈 병상을 찾지 못해 입원치료를 받지 못하던 5세 아이가 결국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SBS)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서울에 사는 한 5세 어린이가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향했지만 응급실 병상이 꽉 차 거리에서 헤매다가 결국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16일 SBS에 따르면 지난 6일 밤 서울 군자동에 사는 5세 A군은 40℃ 고열에 시달리며 호흡이 가빠져 부모와 함께 119 구급차에 올랐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에는 빈 병상이 없었다. 구급대원이 응급실 안 담당자와 직접 대화했지만 5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날의 구급 활동 일지에는 응급실을 찾아 헤맨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구급대원이 이리저리 애썼지만 첫 대학병원을 포함해 4곳의 병원에서 "병상이 없거나 진료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A군은 "입원 없이 진료만 받겠다"라는 조건을 달고 간 5번째 병원에서 '급성 폐쇄성 후두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받은 뒤 다음 날 새벽 귀가했다.

하지만 아이는 집에 와서도 계속 숨쉬기 힘들어 했다. 이에 부모가 전날 갔던 응급실에 전화했지만 또 다시 "입원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진료라도 받기 위해 응급실에 갈 채비를 하던 중 아이는 화장실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아이 엄마는 "(아이가) '엄마, 쉬가 안 나와' 하더니 갑자기 주저앉았다. '엄마, 나 목소리 왜 이래' 그러더니 그냥 바로 1초도 안 돼서 (쓰러졌다)"라고 회상했다.

A군을 이송했던 대원의 구급활동일지. (SBS) /사진=뉴스1

이윽고 다시 구급차를 타고 가까운 응급실에 간 아이는 도착 40여 분 만에 숨졌다.

아이의 아버지는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병실이 없다고 진료가 거부되고 그런 현실이 참…"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A군을 진료했던 병원 측은 입원이 안 된다고 했던 것에 대해 "12명이던 소아과 전공의가 최근 3명으로 줄었고 그 상태에서 24시간 소아 응급실을 운영하다 보니 의료진이 번아웃돼 운영을 중단해야 할 때가 있다"라며 "소아과 당직 교수가 (A군을) 정상적으로 진료했지만 하필 그전 주에 운영이 잠시 중단됐었고 복귀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던 안내 직원이 착각했다"라고 설명했다.

A군이 '응급실 뺑뺑이'를 돌아야 했던 것과 관련해 4개 대학병원의 소아과 전공의 현황을 살펴보니 소아과 전공의가 아예 없거나 있는 병원은 3~4명이 전부였다. 이 인원으로 24시간 365일 당직 일정표를 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한편 올해 소아과 전공의 정원은 159명이었지만 단 32명만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병원 50개 중에서는 38곳에 소아과 지원자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