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 조용필도 반했다 ‘팔색조 응원봉’

2023. 5. 1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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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세븐·빅뱅 응원봉이 시초
가수 정체성·팬덤 반영 디자인 제작
최신 유행 화두는 DIY봉꾸·웨어러블
응원봉 기술=콘서트 수준 좌우 시대로
가왕 조용필의 콘서트 사상 처음으로 중앙 제어 방식의 응원봉이 등장했다. 지난 13일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공연에서다. 3만 5000명의 관객이 손에 쥔 응원봉은 시시각각 점멸하며 다채롭고 통일감 있는 현장을 만들었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블랙핑크(왼쪽)와 트레저의 응원봉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13일 3만 5000명이 운집한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 가왕 조용필의 55주년 콘서트에서 ‘고추잠자리’가 날아오르자, 새하얀 응원봉은 새빨갛게 물들었다. 거대한 야외 공연장이 붉은 물결로 타오른 장관이 펼쳐졌다. 노래가 바뀌자 응원봉은 ‘팔색조 배우’처럼 얼굴색을 바꿨다. 형형색색으로 시시각각 점멸하고, 철저한 중앙 통제로 또 하나의 ‘연출 포인트’를 만들었다.

‘응원봉’은 K-팝 공연의 ‘화룡점정’이다. 콘서트의 ‘연출적 완성도’를 높이면서 가수와 팬을 연결하는 도구다. 대형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최근의 응원봉은 단순히 응원만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아티스트와 팬들이 서로의 존재를 파악하고 이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체”라고 강조했다.

K-팝 ‘최초의 응원봉’은 2008년 즈음으로 본다. YG엔터테인먼트에서 가수 세븐과 빅뱅의 응원봉을 제작한 것이 가요계 전체로 확산됐다. YG 소속 가수들의 응원봉을 제작하는 YG플러스 프로덕션 그룹 안동일 리더는 “팬과 아티스트가 하나가 될 수 있는 도구로서, 가수의 아이덴티티를 반영해 팬들의 소속감을 높일 수 있도록 응원도구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K-팝 응원봉의 생명은 ‘디자인’이다.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뉴진스 등 K-팝 대표 주자들이 소속된 하이브에선 “아티스트의 정체성과 로고, 색상 등에 담긴 디자인 에셋을 기반으로 아티스트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느껴지도록 디자인 전략을 수립한다”고 말했다.

응원봉에 그룹의 정체성이 가장 분명하게 투영된 그룹은 단연 블랙핑크다. 블랙핑크의 응원봉은 그룹의 상징색인 블랙과 핑크를 조합, ‘블랙핑크 응원봉’일 것이 분명한 디자인으로 완성됐다. 블랙핑크 응원봉이 배트 형태인 것은 “나오는 음악마다 히트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반영했다. YG 소속의 트레저는 “보물을 담는 보석함의 오브제를 연상하는 응원봉”으로 제작했다.

‘K팝 종가’ SM엔터테인먼트가 응원봉을 처음 만든 것은 2015년이었다. 당시 그룹 엑소의 응원봉이 공식적으로 출시됐다. SM 관계자는 “기존에는 아티스트별 공식 색상을 녹인 응원도구만 있었는데, 로고를 활용한 공식 응원봉을 통해 아티스트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확고하게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SM 소속 가수 응원봉의 기본 방향성도 ‘공식 색상’이다. 여기에 앨범 콘셉트와 로고 등을 더한다. 에스파 응원봉의 경우 싱글 ‘포에버(Forever)’의 디지털 커버 이미지를 모티브로 디자인됐다.

JYP엔터테인먼트에선 소속 그룹의 세계관과 앨범의 스토리, 음악적 콘셉트까지 담아낸다. JYP 관계자는 “스트레이키즈의 나침반, 트와이스의 캔디봉 등 그룹의 앨범에 담긴 요소와 세계관을 느낄 수 있는 오브제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팬덤을 담아낸 응원봉도 많다. 팬타곤은 팬덤 유니버스의 이름을 따 우주의 형상을 한 응원봉을 내놨다.

최신 응원봉 트렌드는 이른바 ‘봉꾸’(응원봉 꾸미기)와 ‘웨어러블 디바이스’로의 진화다. 단순히 불빛이 들어오는 응원도구에서 팬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형태로 나아간 점이 큰 특징이다. 에스파의 응원봉처럼 멤버별 엠블럼을 바꿔 끼울 수 있도록 하거나, 있지처럼 링 형태로 팔목에 착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응원봉은 디자인의 측면에선 2D 시절을 거쳐 입체형 4D로 진화했고, 팬들의 요구에 따라 데코 키트 등 꾸미기 요소를 넣는가 하면, ‘봉’이라고 특정해 부르지만 다양한 형태로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응원봉의 또 다른 진화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한다. K-팝 그룹이 커지고 응원봉이 다양해지며, ‘기술 경쟁’도 시작됐다. 중앙 제어는 기본, 응원봉간 통합 제어, 수만 가지의 색상 출력, 음악 인식 등으로 압도적인 연출을 완성한다.

SM에서 엑소 응원봉이 처음 나왔을 당시만 해도 ‘원컬러 LED’에 온·오프 기능, LED의 점멸 기능 정도만 담고 있었다. 이후 2016년 2.0 버전으로 진화하며 “LED 색상과 점멸을 조정할 수 있는 ‘중앙 제어 기능’”이 마침내 추가됐다.

SM 관계자는 “이 버전을 통해 팬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무대 연출의 시작을 알렸다”며 “연출 업체와 함께 최초로 응원봉 연동 어플(Wyth)을 선보이고, 콘서트 좌석별 응원봉 연동과 중앙 제어 기능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팬들이 생동감 있는 공연을 즐길 수 있었던 첫 걸음이었던 셈이다.

하이브에선 ‘응원봉 간의 통합 동시 제어’ 기능을 자체 개발해 모든 공연마다 적용 중이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연 중 무대의 조명이나 LED 영상과 연계해 구역별로 다양한 색과 디자인을 구현한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 공연 중 자주 등장하는 응원봉을 통한 객석의 ‘ARMY(아미)’ 디자인이 대표적이다. 응원봉이 구현하는 색상도 어마어마하다. “최대 6만 5000여 가지의 색상(RGB 기준)으로 출력”한다.

YG의 자체 기술도 있다. “BLE(저전력 블루투스) 연동 사운드캐스트 기술력의 적용”이다. 콘서트 현장에선 물론 음원 플랫폼의 음악에도 응원봉의 불빛이 반응하는 기능이다. 안동일 YG플러스 프로덕션 그룹 리더는 “YG 응원봉만의 독창적인 기술이다. 현재 대형 공연장 적용을 위해 테스트 중에 있다”고 귀띔했다.

K-팝 기획사들이 응원봉 기술력에 투자하는 것은 ‘응원봉의 진화’가 콘서트 미학의 퀄리티를 좌우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무대뿐 아니라 수만 석의 객석까지 연출의 범위에 포함되는 K-팝 공연은 응원봉을 통한 시각적 변화와 함께 공연의 질을 높여왔다. 더불어 응원봉의 역할을 통해 팬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연이라는 점에 무게를 둔다.

안동일 리더는 “응원봉의 가장 큰 장점은 팬들과의 무대 연출”이라며 “공연의 묘미는 아티스트의 퍼포먼스와 팬들이 하나 되는 순간이다. 팬들이 응원봉을 들어올려 아티스트를 응원하고, 그것을 바라보며 퍼포먼스를 하는 아티스트, 그 모든 것이 합쳐졌을 때 최고의 무대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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