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50층? 70층? 빨리만 해다오"…잠실주공5단지 신통기획 '도전'
성사되면 명실상부 '랜드마크'…기간만 더 소요될까 반신반의 의견도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50년 돼가는 아파트잖아요. 안방 보일러가 터져서 아랫집 고급장농값을 1000만원 물어준 집도 있어요. 주민들 중에 수돗물 마시는 사람 아무도 없고, 맨 꼭대기층은 아래서 끌어올리는 물은 안 나와요. 다들 외풍 때문에 비닐 치고 살고. 어떻게든 좋으니까 재건축 빨리 좀 제발 됐으면 좋겠어요." (2003년 입주한 A씨, 60·여성)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 이사가지. '내년에 한다, 내년에 한다' 희망고문만 십수 년째예요."(1980년대 초반 입주한 B씨, 81·남성)
17일 찾은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입구에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 반영을 위한 신속통합기획(자문방식) 동의서 제출에 적극 참여해 달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실행 시 △높이제한해제 △ 한강변 고층화 △단지 쾌적화 △신속한 사업추진 등이 장점이란 소개도 곁들였다.
잠실5단지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이달 2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이 같은 내용의 주민 동의서를 받고 있다. 여러 항목이 있지만, 기존 인허가절차에서 승인된 한강변 준주거지역 층수를 '50층'에서 '60층 이상으로 변경'하는 것과, 오세훈 시장이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으로 진행하는 '신통기획'으로 정비사업 방식을 변경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서울시는 기존에 시가 직접 방향성을 제시하던 '기획방식'에서 소요 기간을 좀 더 앞당기기 위해, 주민제안을 통한 '자문방식'을 마련했다. 주민제안이 있거나 정비계획이 수립된 지역은 자문과정을 거쳐 수권소위원회에 바로 상정돼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신통기획 자문방식 신청을 위해선 주민(토지 등 소유자) 30%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번 주까지 동의서를 받아 송파구를 통해 시에 제출하고, 시의 심의를 기다리는 동안 내달 말에서 7월 초쯤 총회를 열어 확정, 결정 시점을 좀 더 앞당긴다는 게 현재 조합의 구상이다.
조합 관계자는 "이미 45%가량 동의서가 들어와 기본 요건은 충족했고 더 들어오고 있어서 동의율이 올라갈 것 같다"면서 "이렇게 내서 서울시 심사받고 총회에서 확정하고 나면 올 연말에는 시행인가가 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업시행인가만 10년째 '준비 중'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은 2013년 조합설립인가 이래 10년째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한 채 묶여 있다. 기본계획수립→안전진단→정비구역지정→추진위원회승인→조합설립인가→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철거·착공신고→일반분양→준공인가로 이어지는 정비사업 단계 중 추진위원회승인이 이뤄진 것만도 2003년이다.
그 사이 잠실주공1단지는 잠실엘스(2008년 입주), 2단지는 리센츠(2008), 3단지 트리지움(2007), 4단지 레이크팰리스(2006)로 재건축됐고, 인근 잠실진주아파트와 미성크로바도 착공 신고를 마치고 이르면 올 하반기 분양 채비를 하고 있다. 덩그러니 남은 5단지만 낡을 대로 낡은 상황. 1978년 입주해 올해로 45년차다.
입지가 주변 단지들 사이에서 가장 좋다 보니 매번 바뀌는 정책의 적용 대상이 되면서 재건축이 늦어진 탓도 있다.
A씨는 "박원순 전 시장 때는 국제현상공모한다고 몇 년을, 그 뒤에는 학교 때문에 몇 년을 끌었다"면서 "오 시장이 이번에 신통기획 허가해주면 2025년 착공이라고는 하던데 그 말은 믿을 수 있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단지는 2017년 국제적인 건축가가 참여해 최고 50층까지 올리는 국제현상설계에 공모했지만 5년 뒤인 지난해 6월에서야 재건축사업 정비계획 결정(변경) 및 고시를 받았다. 단지내 위치한 학교가 교육청 소유 부지라 대체 부지를 마련해 학교를 이전해야 하는 문제도 발목을 잡았다.
이제 사업을 추진하는가 싶었는데, 작년 3월 오 시장이 층수 규제 등을 대폭 완화한 '2040 서울 플랜'을 발표한 게 또 다른 변수가 된 것이다. 명실상부 '랜드마크'가 될 기회가 열렸지만, 한강변 초고층·더 넓어진 동간 간격 확보 등을 반영한 설계변경을 거쳐 다시 사업을 추진하다가 자칫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인근 개업 공인중개사는 "지금 자재 부족 문제도 심하고 우리나라가 대단지 고층 아파트를 해본 적이 없는데 잘못하면 재건축이 많이 늦어지고 경제 상황에 따라 공사비도 늘어날 수 있다"면서 "고층 아파트 해준다고 하면 다들 좋아할 것 같지만 주민들 내에 반대파도 적지 않아 어떻게 될진 모른다"고 귀띔했다.
현재로선 분담금의 경우 용적률 100% 상향 시 50%는 임대아파트로 돌리고, 50%를 일반분양하면 가구당 약 1억5000만원을 돌려받을 수도 있다는 게 조합 측 설명이다.
한강변 초고층 랜드마크 아파트로의 탈바꿈 여부는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마다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일단 인근에 들어서는 잠실진주재건축(래미안아이파크)과 미성크로바(잠실르엘) 그리고 청담삼익(청담르엘), 신반포4차(신반포메이플자이) 등 착공신고를 마친 단지는 기존대로 최고 35층 단지로 거듭난다.
이 밖에 아직 사업 추진 단계에 있어 35층 이상 사업을 추진 중인 재건축단지로는 △신반포2차(50층) △압구정 2~5구역(49층) △대치 미도아파트(50층) △서초 진흥아파트(59층) △여의도 시범아파트(65층) △여의도 한양아파트(54층) △여의도 대교아파트(59층) △여의도 진주아파트(58층) △여의도 삼부아파트(56층) △여의도 공작아파트(56층) 등이 있다.
한편 반포1단지 1·2·4주구도 기존 35층 설계를 49층으로 변경하는 안을 추진해 왔지만 전날(16일) 총회 투표에서 부결됐다. 반포1단지 사례는 초고층 재건축을 준비하는 다른 단지에서도 주목한 이슈였다.
다만 반포1단지 1·2·4주구는 이미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2021년 6~11월 이주 후 단지가 전면 철거된 상황으로, 잠실주공5단지 등 다른 단지보다 사업 진행 절차가 많이 진척돼 추가 소요 비용과 기간을 고려한 기회비용이 좀 더 커 부결될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sab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사우나 간다던 남편, 내연녀 집에서 볼 쓰담…들통나자 칼부림 협박"
- 장재인, 당당한 '노브라' 패션…이미지 파격 변신 [N샷]
- "음주 뺑소니 사고 낸 친구 손절…지인들은 '너무하다', 제가 과한가요?"
- "남편 몰래 코인 투자, 3000만 원 빚까지…이혼 사유 될까요" 아내 고민
- 이동건, 공개연애만 다섯번…父 "솔직해서 의자왕 별명 생겨"
- 서동주, 183㎝ 듬직한 연하 남친 공개 "어깨 기대면 체온 상승"
- "아이 있는데 좀 도와주면 안되나" 불평…셀프 사진관 온 부부, 별점 테러
- 김정민 "보험 30개 가입, 매달 600만 원 내…사망 시 4억 보장"
- "버려달라는 건가" 손님이 건넨 휴지…"가격 올라도 괜찮아" 응원
- 산다라박, 글래머 비키니 자태…마닐라서 환한 미소 [N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