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숲 대형 산불’, ‘소각행위에 의한 잦은 산불’…산불 트렌드 맞춘 대책 마련
지난 4월 11일 발생한 강원 강릉 산불은 최근 발생하는 산불의 특징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우선 강풍 속에서 발생한 이번 산불은 불에 유난히 약한 소나무 숲을 타고 생활권으로 빠르게 번지면서 수많은 주택과 펜션 등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중 상당수 역시 산불에 약한 소나무 숲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 이번 강릉 산불은 강풍으로 쓰러진 나무가 송전선을 덮쳐 전선이 끊어지는 순간 발생한 불꽃으로 인해 시작된 것으로 지목되면서 송전선로 인근에 마구 자란 나무가 대형 산불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보여줬다.
올해 발생한 산불 497건 중 107건(21.5%)은 영농 부산물·쓰레기 및 논·밭두렁 소각인 것으로 집계됐다. 영농부산물 등을 태우는 행위를 막는 것이 산불을 막는데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산림청은 올해 발생한 산불의 중요한 특징 및 흐름을 이렇게 분석한 뒤 이에 맞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산림청은 올해 발생한 산불의 주요 특징으로 산불에 약한 소나무 숲에서 발생한 산불이 대형 산불로 이어진 점, 송전선로 인근의 나무가 쓰러지면서 산불이 발생한 점, 그리고 영농부산물 등의 소각 중에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점 등을 들었다.
산림청은 우선 소나무 중심의 침엽수림이 산불을 급속도로 키우고 주택 등 시설에 막대한 피해를 낸다는 사실을 중시해 도로를 포함한 생활권 100m 이내에 있는 산불위험도 A등급지 1만3000㏊의 숲을 2027년까지 소나무 중심의 침엽수림에서 불에 강한 활엽수림이나 침엽수·활엽수의 혼합림으로 바꾸기로 했다.
산림청은 또 전력선 주변의 나무가 대형 산불의 잠재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송전선로 인근에 있는 산불 위험목을 정리하기로 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전신주 반경 1.5m 이내에 있는 큰 나무를 베어버리고 키가 작은 나무로 교체하는 등의 작업을 올해 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산림청은 또 영농부산물 등을 소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화가 끊이지 않음에 따라 산림 연접지 100m 이내에 거주하는 고령 경작자를 대상으로 영농 부산물을 파쇄기로 파쇄해주는 서비스를 2024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의 원인이 되는 불씨를 아예 만들지 않기 위해 영농부산물을 수거해 기계로 파쇄해 주는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 속에 대형 산불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산불재난특수진화대, 고성능산불진화차량, 초대형진화헬기 등 인원과 장비를 대폭 확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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