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형제단 활동하다 종신형 받은 이집트인…법원 "난민 인정"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이집트 정부가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무슬림 형제단' 단원으로 활동했다가 자국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달아나 한국에 밀입국한 이집트인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인천지법 행정1단독 남승민 판사는 이집트인 A씨(29)가 인천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7월 한국 법무부로부터 '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가 규정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난민 불인정 결정되자 그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1928년 이집트에서 결성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이슬람주의 정파인 '무슬림형제단'에서 활동했다. 무슬림형제단은 2011년 지지하던 모하마드 무르시가 대통령이 되면서 실권을 잡았으나, 1년만에 반정부 시위로 실각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이집트 정부는 2018년 기준 이 단체를 테러 조직으로 명명하고 활동하다 적발 시 최고 사형까지 중형에 처하고 있다.

A씨는 부모의 영향으로 이 단체에서 2008~2011년 활동했으며, 2015년 살인미수, 정부 전복 시도, 불법단체 조직 및 공공기물 파손 등 혐의로 2차례에 걸쳐 종신형인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A씨는 결국 이집트에서 도주해 2018년 3월 비자를 발급받고 한국에 입국했다가 난민신청 의사를 밝혔다. 이후 법무부로부터 불허 결정이 나자 지난해 10월 네덜란드로 떠났다. 그럼에도 행정소송은 이어갔다.

A씨는 본국 귀국시 판결 집행 등으로 구금과 박해의 우려가 존재한다며 난민신청 불허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남 판사는 A씨가 당시 무슬림형제단 의장과 함께 찍은 사진, 부모가 당원임을 증명하는 당원증, 단체 활동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판결문 등을 근거로 A씨가 실제 무슬림형제단 단원으로 활동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씨가 증거 등에 비춰 실제 살인미수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고,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것에 대한 보복차원에서 기소돼 국내 입국 시 구금, 고문 등의 탄압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남 판사는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만한 충분한 그거가 있는 공포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태에 있다고 보인다"며 "원고의 난민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피고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aron031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