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 형에게 모든 걸 의지” FA 재벌 1위 예찬론…29세 사이드암, 단호하게 NO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의지 형에게 모든 걸 의지한다.”
두산 선수들은 'FA 재벌 1위' 양의지 얘기만 나오면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양의지가 단순히 야구만 잘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선수들까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선수라는 정황, 증거가 속속 드러난다.
투수가 포수에게 게임 플랜 및 피치디자인 설정을 전적으로 맡기는 것도 좋은 건 아니다. 결국 2명이 머리를 맞대는 게 최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젊은 투수들이라면 양의지를 믿고 따라가며 느껴보고 부딪혀보는 경험을 하는 것도 좋다. 철저히 상대 약점을 파고드는 볼배합으로 유명한 포수다.
16일 고척 키움전에 선발 등판한 사이드암 최원준의 최대 승부처는 역시 2-1로 앞선 6회말 2사 만루, 김휘집 타석이었다. 김휘집은 14일 고척 NC전서 NC 마무리 이용찬의 포크볼을 공략해 투런포를 터트릴 정도의 타격 잠재력을 갖춘 선수다. 만만하게 볼 수 없는 타자. 그러나 전반적으로 변화구에 대한 약점도 있다.
최원준은 “사실 어지간하면 고개를 안 흔드는데, 그때는 흔들었다. 슬라이더가 그 전부터 계속 빠졌다. 변화구 제구에 자신이 없었다”라고 했다. 실제 이원석과 박찬혁에게 구사한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 존에서 많이 빠졌다.
그러나 양의지는 자신이 다 잡아줄 수 있으니, 과감하게 구사하라고 사인을 낸 듯했다. 심지어 2B1S라는 불리한 볼카운트였다. 결국 최원준이 고개를 흔들면서, 최종 결정은 패스트볼. 김휘집의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아갔지만, 타구는 중견수 정수빈에게 걸렸다.
최원준은 “잘 맞았는데 탄도가 낮아 수빈이 형이 잡을 것이라고 봤다”라고 했다. 그러나 최원준은 덕아웃으로 내려가며 양의지에게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왜 마운드를 하늘에 맡기냐”라며. 이런 에피소드만 봐도, 최원준은 양의지의 사인대로 던지는 게 좋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최원준은 “의지 형에게 모든 걸 의지한다. 사실 평소에 밥도 자주 사주시고 좋은 말도 많이 해줘서 위로가 된다. 팀을 위해 희생하고, 잘 다독여준다. 모든 걸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 의지 형 사인대로만 던지면 투구수도 절약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날 최원준은 6이닝 5피안타 5탈삼진 3볼넷 1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뒤늦게 챙겼다. 이 경기 전까지 6경기서 평균 1.25점만 지원받을 정도로 야수들과 궁합이 안 맞았다. 그러나 최원준은 “힘들지 않았다. 미안하다는 야수들의 말이 더 미안했다. 선발투수가 선취점을 안 주는 게 첫째 임무인데, 선취점을 준 적이 많았다”라고 했다.
6전7기에 성공했다. 7경기서 1승3패 평균자책점 3.64. 충분히 좋은 출발이다. 그러나 그는 토종 에이스이길 거부(?)한다. 최원준은 “(곽)빈이는 범접할 수 없다. 빨리 돌아오면 좋겠다. 외국인투수처럼 던진다”라고 했다.
[최원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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