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에 물 찼던 1kg 아기 용우, 산소호흡기 벗고 웃었다
“기분 좋아? 옷 입자.”
지난달 27일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생후 2개월의 용우는 병상에 누워 간호사들을 번갈아 보며 활짝 웃었다. 박미정(29·6년차)·김은정(30·8년차) 간호사가 용우 양 옆에 서서 직접 만든 곰 무늬 배냇저고리를 입히고, 뜨개질 모자를 씌웠다. 용우가 산소호흡기를 뗀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용우는 출산 예정일보다 한 달 정도 이른 지난 2월 24일 세상에 나왔다. 엄마 뱃속에 있던 용우의 폐에 물(흉수·胸水)이 차올랐기 때문이다. 급히 제왕절개를 진행해 태어난 용우를 바로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겼다. 박미정 간호사는 “처음엔 용우가 숨 쉬는 걸 어려워했다”며 “주먹만한 가슴에 흉관을 4개나 꽂고 얼굴엔 산소호흡기를 붙였다”고 했다. 김은정 간호사는 “가슴에 꽂힌 흉관이 얼마나 아플까 싶어 퇴근할 때도 발이 잘 안 떨어졌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달부터 용우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중환자실에 들어올 때 1kg대였던 몸무게도 지난달 말에는 3.79kg으로 늘었다. 가슴에 박혀 있던 흉관과 입·코를 덮고 있던 산소호흡기도 뗐다. 이젠 가족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중환자실에 들어가 면회도 한다. 아버지 김명수씨는 “산소호흡기에 얼굴이 반 이상 가려지고, 가슴은 여러 관들로 덮여 있는 것을 보고 아내와 함께 많이 울었다”며 “지금은 아기 얼굴이 잘 보여 너무 기분이 좋다”고 했다.
박미정·김은정 간호사는 1년 전부터 신생아중환자실 아이들에게 옷과 모자를 직접 만들어 입히고 있다. 박 간호사는 “옷을 만들 때 집중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릴 것 같아 작년 명절 보너스로 재봉틀을 샀다”며 “처음 만든 아기 옷은 정말 엉성했는데 그걸 보고 산모가 너무 좋아하시는 걸 보고 계속 만들었다”고 했다. 김 간호사는 “신생아중환자실에 들어오는 아이들은 체구가 왜소해 시중에 맞는 옷과 모자가 거의 없다”며 “그래서 모자를 만들어 씌워주면 부모님들이 ‘이 사이즈 모자 어디서 파는 것이냐’고 물어본 적도 많다”고 했다.
이들은 “용우가 빨리 퇴원해 부모님이 계시는 제주도 집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용우 어머니는 아들에게 주려고 매일 유축기로 짠 모유를 냉동실에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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