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방산, ‘실패할 기회’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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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체계를 개발하다 보면 늦어질 수도, 실패할 수도 있는 건데 지금은 실패에 대한 패널티(벌칙)가 커서 두렵죠. 방위사업계약법은 업계에선 일종의 숙원 같은 겁니다."
최근 방산 업계에서는 연구개발 의욕을 저해하는 이유로 방위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의 계약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방위산업은 국방력과 직결되며, 급변하는 세계 국방 정세를 고려하면 장기간 고액을 투자한 도전적인 연구개발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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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체계를 개발하다 보면 늦어질 수도, 실패할 수도 있는 건데 지금은 실패에 대한 패널티(벌칙)가 커서 두렵죠. 방위사업계약법은 업계에선 일종의 숙원 같은 겁니다.”
한 방산 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에 어려움은 없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최근 방산 업계에서는 연구개발 의욕을 저해하는 이유로 방위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의 계약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현재 방위산업은 다른 산업분야와 마찬가지로 국가계약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최저가 입찰이라는 시장경제 논리를 적용하면서도 연구개발 실패나 시행착오를 쉽게 용인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들은 “방위산업은 국방력과 직결되며, 급변하는 세계 국방 정세를 고려하면 장기간 고액을 투자한 도전적인 연구개발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개발 도중 최신 방산 트렌드에 맞춰 요구 조건과 규격 등을 끊임없이 수정하고 최적화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개발되지 않은 무기체계의 경우 가격과 연구개발 기간을 정확하게 설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와 업체는 이를 어림잡아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예상치 못한 변수로 연구 기간이 늘어나는 경우도 불가피하게 생기곤 한다.
현행 국가계약법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개발 과정에서 이뤄지는 기술 변경이나 성능 보완은 물론 단순 실수나 착오까지도 처벌의 대상이다. 개발이 늦어지면 지체상금을 업체에 물린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도산안창호함은 중소 협력업체가 제작한 어뢰기만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로 당초 계획보다 함정 인도가 110일가량 늦어졌는데, 대우조선해양은 950억원의 지체상금을 물어야 했다. 이는 계약가(1조원)의 10%에 달하는 수준이다.
방위산업 선진국으로 불리는 미국은 어떨까. 록히드 마틴은 F-35 스텔스 전투기의 개발 일정이 6년이나 늦춰지고 사업 비용도 60%가량 늘어났지만, 미국 정부는 지체상금을 전액 면제해 줬다. 유럽도 ‘유로파이터’ 전투기 개발 사업이 계획보다 8년이나 늦어졌지만 개발사에 책임을 묻지 않았다.
방위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방위사업계약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데는 여야도 힘을 모으고 있다. 이헌승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해와 올해 방위사업계약법 제정안과 수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개발에 실패하거나 개발이 늦춰지더라도 업체가 성실하게 연구개발을 수행한 것이 인정될 경우, 지체상금이나 부정당업체 지정 등 각종 제재를 감면해 주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최근 윤석열 대통령 주관 국방혁신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안건 상정 자체가 무산되면서 별도 법안 제정의 가능성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 방위산업은 수출액 170억달러(약 22조7000억원)를 기록해 세계 방산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고, 올해는 200억달러(약 26조7000억원)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폴란드를 비롯한 구매국들은 무기의 성능이 가장 뛰어나서라기보다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다른 국가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빠른 납기가 가능하다는 사실 때문에 한국 무기를 선택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국 한국 방위산업이 ‘반짝 뜨고 지는 별’이 되지 않기 위해선 최첨단 무기 개발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도, 성공도 할 수 없다. 한국 방위산업의 미래를 위해선 ‘실패할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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