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넷플릭스 시청시간 1위…한국 SF 부진 씻어낼까

황재하 2023. 5. 1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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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택배기사'가 참신한 소재와 볼거리를 앞세워 공개 첫 주 비영어권 시청 시간 1위를 기록하면서 한국 SF(Science Fiction)가 겪어온 부진을 씻어낼지 주목된다.

17일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넷플릭스 톱(TOP) 10'에 따르면 5월 8∼14일 '택배기사'의 시청 시간은 3천122만 시간으로 비영어권 TV 부문에서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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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제작경험 부족해 잇달아 고전…"시행착오 과정" 분석도
드라마 '택배기사'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택배기사'가 참신한 소재와 볼거리를 앞세워 공개 첫 주 비영어권 시청 시간 1위를 기록하면서 한국 SF(Science Fiction)가 겪어온 부진을 씻어낼지 주목된다.

17일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넷플릭스 톱(TOP) 10'에 따르면 5월 8∼14일 '택배기사'의 시청 시간은 3천122만 시간으로 비영어권 TV 부문에서 가장 많다.

넷플릭스는 매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시청 시간을 집계한다. 이를 고려하면 '택배기사'는 지난주 금요일인 12일 처음 공개되고도 주간 최다 시청 시간을 기록해 일단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서도 '택배기사'는 공개 이튿날인 13일부터 16일까지 매일 TV 부문 2위를 기록했다. 집계 자체가 공개되지 않은 15일을 제외하면 3일 연속 2위에 오른 것이다.

'택배기사'는 혜성 충돌로 지구가 멸망한 지 40년이 지난 2071년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 부족해진 생필품과 산소를 안전하게 배송하기 위해 폭력 집단 '헌터'와 사투를 벌이는 택배기사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드라마는 제작비 250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공개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참신한 설정으로 흥미를 유발하고 사막이 된 서울 속 미래 거주 구역의 모습, 액션 장면 등 여러 볼거리를 제공한다.

드라마 '택배기사'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초반 흥행 면에서 비교적 준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택배기사'가 "한국은 SF의 불모지"라는 팬들의 아쉬움을 떨쳐낼 만한 평가를 받을지도 관심사다.

국내 SF 콘텐츠 가운데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작품을 찾기란 쉽지 않다. 프랑스 만화를 원작으로 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2012)가 유일하게 흥행에도 성공하고 작품성도 인정받은 사례로 꼽힌다.

특히 OTT의 시대가 열린 이후로는 국내에서 콘텐츠의 소재가 차츰 다양해지고 SF물도 제작이 활발해졌으나 장기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2021)는 송중기와 김태리, 유해진, 진선규 등 대세 배우들을 내세웠으나 5일 동안 넷플릭스 전 세계 1위에 올랐다가 자리를 내줬다. 올해 초 넷플릭스가 공개한 영화 '정이' 역시 10일 만에 글로벌 10위 밖으로 순위가 밀렸다.

OTT뿐 아니라 극장에서도 SF 영화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최동훈 감독의 SF 영화 '외계+인 1부'(2022)는 관객 150만 명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시리즈물도 예외는 아니었다. 드라마 '고요의 바다'(2021)는 넷플릭스 시청 시간 전 세계 3위를 최고 기록으로 남기고 2주 만에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티빙 드라마 '욘더'(2022), 디즈니+ 드라마 '커넥트' 등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한국의 콘텐츠가 줄줄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최근까지도 유독 SF 장르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외국에서는 이미 SF 걸작들이 수십 년 전부터 쏟아져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콘텐츠 제작업계는 SF에 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제작 노하우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금까지 나온 한국의 SF물은 대개 서양에서 했던 작품의 '한국버전' 정도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며 "국경을 뛰어넘어 해외 SF 걸작들을 봐온 대중들의 눈높이에 못 미치는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SF 콘텐츠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만큼 지금은 부족해도 꾸준히 대중의 비판을 수용하면서 수준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발전을 위한 시행착오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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