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없이 "투톱" 강행했나? 위기의 BIFF
[파이낸셜뉴스] 지난 11일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이용관 BIFF 이사장이 "BIFF 사태 수습하고, 사퇴하겠다"고 밝히면서 개막 5달 앞둔 부산영화제가 어떻게 치르질지 우려를 자아낸다.
15-16일 영화계에 따르면 이용관 이사장은 지난 15일 부산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건의 발단이 된) 조종국 운영위원장 임명은 그대로 두고, 허 위원장 복귀를 설득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당초 올해 영화제를 마치고, 2023년을 끝으로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언론에 밝혔지만, 이번 사태로 조기 사퇴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사퇴 시기는 이번 사태가 정리되는 대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2021년부터 집행위원장을 역임해온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BIFF가 지난 9일 임시총회를 열고 조종국 영화진흥위원회 전 사무국장을 운영위원장으로 위촉하고, 공동 위원장 체제로 전환한 것과 관련하여 비난이 거세지자 자진 사퇴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9일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허문영 집행위원장과 함께 부산국제영화제를 이끌어갈 운영위원장으로 조종국 씨를 위촉했다"라고 밝혔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초청작 선정과 영화제 행사 기획을 총괄하여 한국과 아시아의 유망한 감독과 작품을 발굴해 내고 전 세계 영화의 큰 흐름을 조망하는 데 집중해 나갈 것이며, 조종국 운영위원장은 법인 운영 및 일반 사무, 행정, 예산을 총괄하며 조직 운영에 내실을 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화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 이사장 측근인 신임 위원장에게 행정, 예산 관련 등 주요 권한을 이전했다고 봤다.
부산국제영화제 인사 논란에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부산영화평론가협회는 "허문영 위원장 복귀"를 촉구하고 나섰다.
먼저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15일 '부산국제영화제는 잘못된 결정을 철회하고 허문영집행위원장의 복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제목의 설명서를 통해 "지난 9일 부산영화제가 조종국 전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을 운영위원장으로 선임한 후 이틀 후의 전격 표명이다. 올해 영화제를 단 5개월 앞두고 벌어진 일들이라 영화인들은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라며 유감을 표했다.
이어 "이용관 이사장은 “조직이 커진 영화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결정으로 허 위원장과도 논의를 마친 사안”이라고 주장했는데 왜 허문영위원장은 “어떻게든 버티다가 이런 결정을 하게 됐다”라고 하며 9일 총회 이틀 만에 사의를 표명 했는가"라며 의구심을 표했다.
"허 위원장의 사의 원인이 사실상의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를 만들어낸 지난 9일의 부산영화제 총회결정 때문임에도 불구하고 허 위원장의 사의 표명 이후 여론이 들끓자 부산영화제는 SNS를 통하여 5월 15일 부산지역 언론인 간담회를 포함하여 향후 영화인 및 언론을 대상으로 기자회견, 공청회를 예고하며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다"고 지적했다.
"아직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부산영화제가 우선 해야 할 일은 급조된 기자간담회가 아니라 사실상의 공동위원장체제를 돌이켜서 허위원장 중심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간담회가 ‘오해를 불식하고 해명’ 하는 자리보다는 ‘잘못된 결정을 철회하고 허위원장의 복귀를 위한 노력을 천명’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2021년부터 영화제를 이끌어온 허문영위원장은 영화계 안팎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으로 대다수의 영화인들은 그가 앞으로도 한동안 부산영화제를 이끌어나가야 할 적임자라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부산영화평론가협회 역시 공식 SNS에 '부산국제영화제 운영위원장 위촉과 집행위원장 사퇴에 관한 부산영화평론가협회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영화제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이용관 이사장은 사퇴하고, 허문영 위원장의 복귀하도록 노력하며, 조종국 운영위원장의 위촉 철회하라"라고 촉구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5월 9일 임시총회를 열어 조종국씨를 운영위원장으로 위촉하였다.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의 구조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상하게 생각할만한 방식이었다. 운영위원장이라는 직책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임시총회까지 열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조종국씨가 이용관 이사장과 함께 해왔던 속칭 ‘이용관 라인’으로 알려진 인물이라는 점은 더욱 문제다. 6개월 전부터 논의했다던 운영위원장 자리에 왜 조종국씨를 위촉하게 되었는지, 또 왜 영화제 개최가 5개월 남짓 남은 이 시점에 무리해서 인사를 강행한 것인지 이용관 이사장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화제 측에서는 행정과 네트워킹 분리의 일환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집행위원장이 행정이나 예산 부분에 관여할 수 없다면, 영화제의 실권은 사실상 이사장의 측근인 운영위원장이 쥐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의 경우 코로나 상황에서도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여 영화인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이미 행정적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따라서 행정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영화제 측의 해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결정적으로 조종국 운영위원장이 출근한 첫날, 5월 11일에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사실은, 운영위원장 위촉이 내부 조율을 전혀 거치지 않은 상태로 강행된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을 갖게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부산영화평론가협회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이용관 이사장에게 세 가지를 촉구했다.
"지역 영화인들이 반대하고 있는 운영위원장 인사를 철회하고 영화제를 다시 정상화하기 위하여 허문영 집행위원장의 복귀를 위해 노력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운영위원장의 위촉과 관련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측근 인사로 영화제를 사유화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용관 이사장의 명확한 책임을 밝히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이사장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운영위원장 신설은 허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내부 인사들과 공유했다"고 답했다. 또 조종국 운영위원장의 즉각 사퇴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음 이사회에서 조 이사장의 사퇴 문제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논의해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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