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첼리스트' 한재민 "천재 아니고요, 한 번 파면 끝을 보는 성격"
히메노 음악감독 "한재민 같은 연주자 발전 지켜보는 것 영광"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첼로는 제게 또 다른 말을 하는 수단이에요.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첼리스트는 아니더라도 관객이 제 공연을 보고 '이 연주자는 정말 순수하고 진심 어린 마음으로 음악을 대하는구나'라는 걸 느끼도록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첼리스트 한재민(17)에게는 '천재', '신동', '최연소'라는 수식어가 늘 붙는다. 다섯 살에 첼로를 시작해 여덟 살에 원주시립교향악단과 협연했고, 열네 살이던 2020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최연소 예술 영재로 입학했다. 이듬해에는 루마니아 제오르제 에네스쿠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을 쓰며 주목받았다.
지난해 윤이상 콩쿠르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콩쿠르 결선에선 두 차례나 현이 끊어지는 위기를 맞았다. 포기할 법도 한데 그는 즉흥적으로 핑거링을 바꿔 연주를 마무리했다. 이름 석 자를 클래식계에 진하게 각인시킨 순간이었다.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러울 법하지만, 한재민은 의연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재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게 예술 분야인 것 같다는 생각은 해요. 하지만 전 천재는 아니에요. 천재였다면 하루에 2~3시간만 연습하고도 좋은 연주를 할 수 있겠죠. 그렇지 않기 때문에 연습도, 노력도 많이 해야 합니다."
오후 2~3시에 연습을 시작하면 오후 9~10시가 돼서야 첼로를 손에서 놓는다. 연습해야 할 부분을 더 발견했다면 새벽 2~3시까지 연습을 이어갈 때가 있다. 한번 파기 시작하면 끝을 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어린 나이에 경쟁의 세계에 발을 들인 탓일까.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성과를 냈음에도 준비 과정에선 행복감을 찾지 못했다. 당분간 콩쿠르에 출전할 계획도 없다. 그는 콩쿠르를 마친 후 음악적 자유를 찾았다고 했다.
"연주할 때 제가 더 좋아하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됐죠. 결국 연주도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거잖아요. 콩쿠르는 심사위원들 7~8명 앞에서 최대한 호불호 없이 연주해야 좋은 성적을 받아요. 연주자의 만족도와는 무관하죠. 튀는 해석, 나만의 아이디어보다 보편적인 연주를 해야 하는데…음악으로 등수를 매긴다는 것 자체가 좀 그래요."
그는 내면을 잘 다져가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흔히 말하는 초심을 잃지 않고 정말 내 음악을 단단하게 만드는 게 음악가로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연주회를 마친 뒤에는 독일로 향한다. 한재민은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전문 연주자 과정을 밟는다. 그는 "클래식 본고장에서 공부하는 데다, 학생들도 다들 대단한 아티스트라 점에서 기대가 된다"고 했다.
한재민은 이달 구스타보 히메노가 지휘하는 룩셈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전국을 돌며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을 협연한다. 오는 24일 아트센터인천을 시작으로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26일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 28일 대구콘서트하우스 무대에 선다.
그는 연주곡에 대해 "첼리스트라면 한 번쯤 해보고 싶은 곡"이라며 "첼로가 대규모 편성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관객들의 희열도 클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해외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재민은 히메노와의 만남에 대해 "영상으로 찾아봤는데, 타고난 감각이 있는 것 같아 기대된다"고 했다.
룩셈부르크 필하모닉의 내한은 2003년 이후 20년 만이다. 1933년 설립된 룩셈부르크 필하모닉은 독일, 프랑스와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점을 살려 이들의 음악적 특성과 전통을 담고 있는 악단이다.
2015년부터 음악감독으로 룩셈부르크 필하모닉을 이끌고 있는 히메노도 젊고 유능한 연주자와의 무대에 기대감을 표했다.
서면으로 만난 히메노는 "하루빨리 한재민을 만나고 싶다"면서 "한재민과 같은 연주자들이 예술가로서 발전하는 것을 보는 것은 큰 기쁨과 영광"이라고 말했다.
룩셈부르크 필하모닉은 이번 내한 공연에서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도 선보인다. 히메노는 "드보르자크와 차이콥스키 모두 정말 좋은 낭만주의 음악"이라며 "룩셈부르크 필하모닉과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히메노는 악단의 강점으로 유연함을 꼽았다. 룩셈부르크 필하모닉은 20개국에서 온 98명의 연주자로 구성됐다.
"다양한 문화와 성격이 한데 모여있기 때문에 더욱 열린 마음으로 연주할 수 있어요. 결과적으로 음악 또한 유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을 귀 기울여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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