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수의 치정 문제가 만든 나비 효과에 발목이 잡힌 손준호, 그저 갑갑한 상황만

김태석 기자 2023. 5. 1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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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축구 선수를 향한 한 여자의 무서운 보복의 여파가 손준호에게까지 미쳤다. 걱정스러운 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인 손준호를 구명할 수 있는 지원 루트가 사실상 막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중국 공안에서 발표하게 될 수사 결과 이외에는 내막을 알 길이 없다. 문제는 이 수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느냐다. 손준호는 물론 클린스만호, 나아가 대한축구협회 모두가 당혹스러운 일이다.

손준호가 지난 12일부터 중국 슈퍼리그 클럽 산둥 루넝 타이산이 연루된 승부조작 및 뇌물수수 혐의로 중국 공안에 구류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손준호는 지난 12일 중국 상하이 공항에서 귀국하려다 게이트 앞에서 해당 혐의 때문에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손준호는 주중 한국 대사관과 에이전시를 통해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손준호와 관련된 조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그리고 어떤 처분으로 이어질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중국 관련 법규에 따르면 손준호는 최장 30일이 넘는 기간 동안 현재 상태에 묶일 수 있어 더욱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산둥 루넝과 관련한 승부조작 관련 소식은 지난 3월부터 수면으로 떠오른 바 있다. 산둥에서 뛰고 있는 중국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우싱한의 내연녀가 공개한 승부조작 스캔들에 의해 촉발됐다. 진천이라는 이 여성은 당시 우싱한이 자신에게 공개 사과하지 않으면 우싱한이 연관된 슈퍼리그 내 승부조작은 물론 연령별 국가대표 시절 나이 조작 등 각종 어두운 이면을 폭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진천은 우싱한에게 애정 문제는 물론 돈까지 갈취당했다며 이러한 일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고구마 줄기처럼 다른 선수들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우싱한 이외에도 중국 국가대표인 다린, 진징다오 등 산둥 소속 선수들이 대거 체포됐으며, 상하이 선화 소속인 주젠룽, 쑨스린, 친솅 등 다른 팀 선수들도 모조리 잡혀갔다. 

당시 <시나닷컴> 보도에 의하면, 중국 공안은 마치 조직폭력배 소탕 작전처럼 비밀리에 산둥을 비롯한 여러 슈퍼리그 클럽 훈련장을 일거에 급습해 관련자들을 체포했다. 다만 이 사건은 리티예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중국 축구계 고위 관계자들의 부패 사건과는 별개라고 한다. 즉,  중국 공안은 오래 전부터 중국 축구계 내부에 암적인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승부조작 관행이 이번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고 보고 대대적인 수사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좋지 못한 여파가 손준호에게까지 미친 것이다. 문제는 한국에서는 손준호를 구명하는 방법이 주중 한국 대사관의 영사 협조 이외에는 실질적으로 없다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최종 엔트리 승선 멤버이자 클린스만호 중원의 한 축을 담당할 손준호와 관련된 소식이 외부에 전해진 지난 15일부터 손준호 측, 주중 한국대사관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 

중국축구협회에 협조 공문을 보낸 것으로도 전해졌다. 그러나 천슈위안 전 회장, 두자오카이 전 부회장 등 고위진까지 줄줄이 공안에 체포되어 사실상 식물 상태가 된 중국축구협회가 대한축구협회의 협조 요청을 받아들일 처지가 아니다. AFC에 협조를 구한다고 해도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승부조작이든 뇌물이든, 축구계 부정부패 사건을 척결해야 한다는 대전제는 중국은 물론 AFC에도 매우 중요한 이슈다. 중국 공안이 먼저 부정부패 사건 혐의를 씌운 만큼, AFC가 중국 측에 목소리를 내어 손준호만 구하기에는 명분이 약하다는 것이다. 결국 공안의 수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 세워야 하는 처지다.

그래서는 절대 안 되겠으나, 만약 모두가 우려하는 수사 결과가 외부에 발표됐을 때는 더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대한축구협회가 상벌위원회를 통해 손준호에 대한 처분을 논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인데, 중국 공안이 발표하게 될 수사 결과를 100% 신뢰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외교적 해법을 통해 손준호를 어렵사리 귀국시켜 대한축구협회나 한국 수사 당국의 조사를 통해 제대로 진실 규명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 더 갑갑하다.  이 일은 중국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일부 중국 매체에서는 2023시즌 중국 슈퍼리그에서 산둥이 부진한 것을 빌미로 손준호가 부정부패 사건에 가담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으나, 해당 사건은 시즌 개막 전인 3월에 이미 터진 상태였다. 올해 중국 슈퍼리그는 4월에 개막했으며, 이번 시즌 산둥의 부진은 시즌 개막 전 체포된 하오웨이 감독을 비롯한 일부 주축 선수들의 체포 때문이라고 봄이 더 합리적이다. 산둥의 이번 시즌 부진이 핵심 선수인 손준호의 태업성 플레이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중국 매체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체포된 옌벤 출신 조선족 선수인 진징다오와 친분이 깊다는 걸 주목하나, 단순한 친분을 두고 부정부패 사건으로 엮는 건 너무 무리한 추측이다.

일부 중국 매체들이 제기하는 시나리오대로 생각해도 가능성은 떨어진다. 왜냐하면 손준호가 잃을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손준호는 중국 슈퍼리그에 진출하자마자 2021시즌 우승을 달성하며 대륙에서 최고의 선수 중 하나로 평가받았었다. 카타르 월드컵 당시에는 중국 슈퍼리그 소속으로 유일하게 대회에 뛰는 선수로 중국 매체로부터 뜨겁게 조명받기도 했다. 게다가 리그 내 손꼽히는 고액연봉자다. 손준호 측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펄쩍 뛰는 이유기도 하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중국 매체 <시나닷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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