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 경기 ‘승률 0.750’, 롯데의 초절정 ‘가성비 야구’ 키웠다

안승호 기자 2023. 5. 1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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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점차 이내 경기 15승5패 단연 1위
승부처 1점 싸움에서 독해진 패턴
투수 운용은 한 박자 빠른 움직임
롯데 노진혁이 지난 11일 사직 두산전 10회말 2사 1루에서 끝내기 2루타를 치고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구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게임이다. 안타를 훨씬 적게 치고도 승리하는 팀이 자주 나온다. 가령, 1안타만을 때리고 5안타를 맞더라도 1-0으로 이길 수 있는 경기다. 또 비슷한 전력의 팀간 경기일수록 승부는 효율성의 싸움으로 가려진다.

올해 프로야구 롯데는 최고의 ‘가성비 야구’를 하고 있다. 개막 이후 외국인투수 2명이 모두 부진한 가운데 최근에야 살아났다. 타선에서는 리드오프 황성빈 등 주력 선수의 부상 공백이 있었다. 투타 세부 지표를 기반으로는 잘해야 중위권을 오르내릴 정도였다. 16일 현재 팀 평균자책 8위(4.31)에 팀타율은 4위(0.260), 팀 OPS는 5위(0.690)를 기록하고 있다. 수비력 평가 잣대 중 하나인 수비효율(DER)은 0.668로 9위다. 그런데 롯데의 팀 순위는 16일 현재 20승11패(0.645)로 전체 1위다.

롯데는 승부 앞에서 최고의 효율을 끌어내고 있다. 올시즌 초박빙 경기의 승률을 통해 얼마나 가성비 좋은 야구를 했는지 입증하고 있다.

롯데는 올시즌 박빙 경기가 잦았다. 31경기를 치른 가운데 3점차 이내로 끝난 경기를 20차례나 벌였다. 롯데는 박빙의 20경기에서 승률 0.750(15승5패)을 기록했다. 1점차 승부에서 4승1패(1위), 2점차 승부에서 7승3패(2위), 3점차 승부에서 4승1패(1위)를 각각 기록했다. 박빙 승부의 고승률은 강팀의 전형적인 지표이기도 하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그러나 개막 이후 30경기가 넘도록 ‘우연’ 또는 ‘행운’이 지속되지는 않는다. 이 같은 각각의 지표가 가리키는 곳은 롯데 야구의 변화다.

그간의 롯데 야구는 분위기를 타면 연승을 타다 가도 다시 바로 무너지는 패턴이었다. 힘이 있을 때는 이기다가도 체력이 떨어질 즈음이면 바로 경기력으로 나타나는 팀이었다. 올해 롯데는 분위기로 야구를 하고 있지 않다. 승부처에서 강해졌다. 1~2점으로 결과가 갈리는 경기 또는 1~2점으로 흐름이 바뀌는 장면에서 움직임이 매우 빨라졌다.

16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롯데 야구의 변화를 읽을 수는 있는 장면이 몇 차례 나왔다. 안타가 적잖이 나왔지만 매듭을 짓지 못하면서 공격 쪽에서 잘 풀리지 않는 경기였다. 그렇게 1-0으로 겨우 리드하던 8회말 선발투수 찰리 반즈가 선두타자 오선진에게 2루타를 맞았다. 너무도 잘 던지던 반즈의 투구수는 92개. 이전 같으면 한번 더 결과를 보고 불펜을 움직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롯데는 바로 구승민으로 투수를 바꿨다. 구승민은 브라이언 오그레디 타석에서 대타로 나온 박정현의 헬멧 챙을 맞히는 헤드샷으로 퇴장했지만, 대기하고 있던 김상수가 올라왔고, 아웃카운트 2개가 잡힌 뒤에는 마무리 김원중이 등판했다. 김원중은 정은원에게 동점타를 맞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롯데 마운드의 8회 움직임은, 올시즌 투수 운용 변화를 설명한다. 박빙 경기에서는 한 박자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그것이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롯데는 1-1이던 연장 10회초 터진 노진혁의 우월 투런홈런으로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연장 10회 무사 1루, 5번 전준우 타석에서 보내기 번트로 1사 2루를 만들려는 시도를 했다. 번트 작전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초박빙 승부처에서는 누구라도 희생번트를 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가성비 야구’의 근원적 동력일 수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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