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글로벌 향하던 ‘P2E 게임’... 정치 쟁점화에 ‘사행산업’ 낙인 우려
정치권에서 번진 국회의원 가상자산 보유 논란의 불똥이 게임업계로 튀었다. 해외에서 블록체인 게임 사업을 추진하던 국내 게임사는 ‘입법 로비’ 의혹을 받으며 검찰 수사와 소송까지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코인과 연계된 플레이투언(P2E) 게임 전반에도 부정적 프레임이 덧씌워지는 양상이다.
국내 게임사 상당수는 블록체인 기술과 연계한 게임을 미래 먹거리이자 이용자 권익증진 수단으로 낙점했다. 올해를 기점으로 글로벌 시장에 다양한 신작을 선보이며 차세대 ‘웹3’ 생태계 선두주자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국내 정치 쟁점화에 직격탄을 맞았다. ‘사행산업’으로 낙인 찍힐 위기에 처하며 그동안 이뤄지던 합리적 논의와 정책 마련 움직임까지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블록체인·웹3에서 미래 찾는 게임사
게임업계는 첨예한 공방이 이뤄지는 정치권 이슈에 P2E 게임이 거론되면서 대중에 왜곡된 여론이 형성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한다. 이미 입법 로비라는 표현과 함께 P2E 게임을 싸잡아 ‘다단계’, ‘도박’, ‘바다이야기’로 매도하는 여론까지 형성된 실정이다.
현재 P2E 게임은 국내에서 서비스가 제한됐다. 게임산업진흥법상 사행성과 경품 관련된 금지 행위에 해당한다는 해석에 따른 것이다. 다만 해외에서는 다르다. 올해 미국에서 열린 ‘게임개발자콘퍼런스(GDC 2023)에서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탈중앙화된 웹3 생태계와 게임의 접목이 핵심 주제로 집중 조명됐다. 이용자가 게임을 즐기며 투입하는 시간과 자원에 적정한 보상을 주고 게임 속에서 얻는 아이템과 장비, 캐릭터 등에 대한 소유권을 보장하기 위한 기술과 각종 블록체인 응용 사례가 소개됐다.
국회의원이 보유한 위믹스 코인으로 논란에 휘말린 위메이드는 물론이고 넥슨,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컴투스, 네오위즈 등 대형 게임사와 여러 중소·중견 개발사가 게임 지식재산(IP)에 블록체인 기술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높은 게임성과 재미로 흥행에 성공한 신작의 글로벌 버전에는 P2E 기능과 대체불가능토큰(NFT) 기술을 도입해 선보이는 추세다. 국내 법·제도 정비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규제가 없거나 제약이 덜한 해외에서 먼저 성과를 내며 미래를 준비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글로벌 신작 러시... 성과 본격화
올해가 글로벌 시장에 블록체인 기능을 접목한 국내 게임사 신작을 대거 선보이는 원년이라는 점에서 정치쟁점화로 인한 부정적 여파가 뼈아프다. 당초 업계는 P2E 기능을 탑재한 대형 신작이 본격 출시됨에 따라 상당한 수준의 해외 매출 성과와 이용자 지표 확보를 기대했다.
넷마블이 10년만에 선보인 ‘모두의 마블’ 후속작 ‘모두의 마블2: 메타월드’는 국내를 제외한 해외에서만 출시가 이뤄졌다. 인게임 경제 생태계 기본 골격 자체가 블록체인 기반 P2E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맨해튼 등 세계 유명 도시의 실제 지적도를 기반으로 구현된 메타버스 공간 ‘메타월드’ 또한 부동산 콘텐츠를 NFT와 결합했다.
위메이드는 국내 양대 앱 마켓에서 매출 1위에 오른 신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나이트 크로우’를 연내 위믹스 플레이를 통해 글로벌 출시한다. 또 다른 신작 ‘레전드 오브 이미르’ 역시 블록체인 기반 토크노믹스에 최적화된 형태로 선보일 계획이다. 위믹스 온보딩 게임 라인업은 100개를 달성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북미, 중동, 대만, 홍콩 등 전세계 게임사와 온보딩 계약을 체결했다.
넥슨이 준비 중인 ‘메이플 유니버스’와 카카오게임즈가 3분기 출시 예정인 ‘보라배틀’ 등도 모두 해외를 타깃으로 했다. 컴투스는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글로벌 버전에 엑스플라(XPLA) 블록체인 기반 거래 시스템을 도입한다. 대작 MMORPG로 준비 중인 ‘제노니아’ 역시 블록체인과 접목 예정이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정치권 코인 논란을 잘 들여다 보면 가상자산 투자 측면에서의 부당이득과 재원이 문제이지 실제 게임이나 P2E, 블록체인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해외 시장에서 주요 신작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조속히 사안이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쟁 아닌 ‘정책’ 논의 계기 돼야
정치권발 논란이 불거진 이후 게임업계가 가장 아쉬워한 대목은 블록체인과 P2E 관련 국내 가이드라인 마련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기술 발전과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춘 관리감독 규정과 정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는 P2E나 NFT 기능이 접목된 게임의 국내 서비스는 막고 있는 동시에 해외 진출 웹3 게임 제작은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미래 게임산업에서 주요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법·제도 변화가 이를 적기에 따라잡지 못해 생긴 양면적 모습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산하기관과 학계가 참여하는 P2E 게임 TF를 지난해 8월 출범해 운영 중이다.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혁신단 또한 ‘게임산업 규제 개선 및 진흥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NFT 활용 P2E 게임 문제점 및 선결과제 파급효과 등 조사에 나섰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정치적 사안이 산업계까지 확산돼 피해를 입히는 일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P2E 게임 또한 무조건 막을 게 아니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관리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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