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먹고 싶다는데 어쩌죠?"…초등생 엄마들 '걱정 태산'
먹방 유튜버 '자극적인 먹방' 영향도
무분별한 섭취로 위염 등 위험성 지적
"아이가 요즘 주말만 되면 친구들이랑 마라탕을 먹으러 가네요. 마라탕은 특히 자극적인 음식인데, 어린 나이에 매운맛에 중독될까 봐 걱정입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를 둔 학부모 A 씨는 "아이가 유명 유튜버의 '마라탕 먹방(먹는 방송)을 보고 난 뒤로 흥미가 붙었는지 요즘 마라탕밖에 안 찾아서 걱정이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비슷한 목소리를 내는 건 다른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초등생 3학년 아이가 마라탕 노래를 부르는데 '한번 먹는 게 소원'이라고 할 정도", "아이가 유튜브에서 마라탕 먹방을 보더니 자기도 도전해보겠다고 난리다", "'먹방' 유튜버 따라서 제일 매운맛을 먹겠다고 고집부려서 걱정이다" 등의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인다.
어른들의 '맵부심'(매운맛+자부심)의 아이콘이었던 마라탕이 초등학생들의 '드림푸드'가 됐다. 지난해 배달의민족이 출간한 '배민트렌드 2022'에 따르면 2021년 배민에서 10대들이 가장 많이 주문한 메뉴 1위를 마라탕이 차지했다. 네이버의 '2022 블로그 리포트' 분석 결과에서도 10대 여성들의 1위 관심사 키워드는 '마라탕'이었다.
최근에는 영유아를 타깃으로 하는 유튜브 채널에서도 마라탕 먹방이 등장할 정도다. '히밥', '흔한남매' 등 최근 초등생들이 열광하는 유명한 유튜버뿐 아니라 '자본주의 초딩 입맛 마라탕', '초딩의 마라탕 첫 도전기', '마라탕 좋아하는 초딩의 브이로그' 등 초등학생 유튜버들의 마라탕 먹방 콘텐츠도 줄을 잇고 있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함께 좋아하는 재료를 골라 담은 마라탕을 먹는 게 특별한 날의 필수 코스가 됐다. 최근에는 자녀들의 생일파티를 위해 마라탕 전문점을 예약하려는 학부모들의 경쟁도 치열해졌다는 후문이다. 마라탕을 찾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학교 급식 메뉴로도 등장했다.
맵고 강렬한 마라탕, 반짝인기 넘어 초등학생까지 점령
마라탕은 중국 쓰촨 지역에서 시작된 요리다. 고추, 산초, 초피나무 열매, 팔각, 정향 등 향신료로 향을 낸 기름에 육수를 부은 뒤 청경채 등 채소, 고기, 버섯, 어묵, 해산물, 두부 등의 식자재를 넣고 끓인 대표적인 중국식 요리 중 하나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마라탕이 얼얼하고 중독적인 매운맛에 인기를 끈 지는 수년이 흘렀지만, 이제는 초등생들까지 마라탕을 찾는다는 점에서 더욱 대중적인 음식이 됐다는 평이다. 수십 가지가 넘는 재료 중 원하는 재료들을 원하는 만큼 골라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조리를 요청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최근에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창업 전문가들도 '요즘 뜨는 학교 앞 창업 아이템'으로 마라탕 전문점을 추천하고 있다.
맵고 자극적…위생 우려도
고기와 해산물, 채소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지만, 마라탕은 맵고 자극적이며 기름진 음식이라는 점에서 아이들의 무분별한 섭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학부모는 학부모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초등생들 사이 마라탕이 인기를 끄는 것과 관련, "몸에 좋은 거면 모를까 허세로 매운 거 먹는 거 같다"며 "내 아이도 자주 먹어서 (마라탕을 계속 먹으면) 용돈을 끊어버린다고 하니, 아이가 '그럼 자기는 친구랑 놀지도 말란 소리냐'고 하더라"고 토로했다.
이에 다른 학부모들은 "마라탕이 애들 성장에 안 좋다고 들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가 좋아하니 안 먹일 수도 없고, 위생 문제와 배탈이 걱정된다", "어려서는 맵지 않게 먹는 게 좋을 텐데, 매운맛에 중독되지 않게 신경을 좀 써야 할듯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마라탕에 사용되는 강한 향신료와 높은 염분도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다. 마라탕에 들어가는 화자오, 정향, 육두구 등 다양한 종류의 향신료는 소화기관을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자극이 계속 반복될 경우 설사나 위염 등의 각종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마라탕은 중국에 비해 향신료의 비중이 낮은 편이지만, 나트륨 함량은 2000~3000mg 정도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이 2000mg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그릇에 일일섭취량 이상이 포함된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된 '마라탕 전문점'의 위생 문제도 부모들의 걱정을 더했다.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라탕 등을 조리해 배달·판매하는 음식점 총 3998곳에 대해 17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집중적으로 점검한 결과,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51곳(1.3%)이 적발됐다.
마라탕 먹방 콘텐츠의 인기와 이를 보고 따라 하는 초등학생들이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어린이들은 장기가 성숙이 안 돼 있어서 무분별하게 따라 마라탕 등 자극적이고 매운 음식을 따라 먹으면 큰 탈이 날 위험이 있다"며 "무조건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말라고 막기보다, 아이가 '건강하게 잘 먹을 방법'을 고민해야 하고, 이를 현명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아이가 매운 음식을 친구들과 함께 먹어보고 스스로 경험해야 (해당 음식에 대한) 가치판단이 설 것"이라며 "또래와 함께 어울리며 성장을 해야 하는데, 그 매개물이 최근 들어서는 마라탕이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서 무조건 못 먹게 막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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