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체험 ‘꿈 탐정단’… 목공소·동물원·베이커리·도서관 맘껏 누벼요[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인지현 기자 2023. 5. 1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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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 대구 청곡종합사회복지관 ‘꿈틀’
교육 취약계층 아동 대상 운영
성격유형 맞춰 직업군 찾은 뒤
기관 방문하거나 강사초빙 교육
“직업 체험 후 꿈이 더 명확해져”
방임에 위축됐던 학생 자신감도
지역사회 재능나눔지원단 결성
품앗이 코칭 등으로 적극 응원
대구 수성구 청곡종합사회복지관의 체험형 진로 탐색 프로그램 ‘꿈틀’에 참여한 꿈 탐정단 아이들이 지난해 6월 16일 대구 시내 목공체험장을 찾아 목공 제품이 만들어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제 손으로 직접 나무 조명을 만들게 되다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에요.” 지난해 6월 18일 대구 시내의 한 목공체험장을 찾은 아이들은 ‘일일 목공 디자이너’가 됐다. 각종 목공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직접 지켜보는 것은 물론, 손수 강아지 모양의 나무 조명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낯선 체험에 어색해했던 학생들의 얼굴에 어느새 웃음꽃이 피어났다. 그런가 하면 지역 내 동물원을 찾아 토끼에게 먹이를 주는 등 동물들을 손수 돌보는 동물 사육사가 된 날도 있었다. 하루는 빵집에서 직접 쿠키를 만들면서 제과제빵사가 돼 보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꼬마 사서’가 돼 책들을 분류하거나 찾아보기도 했다. 바로 대구 수성구 청곡종합사회복지관의 체험형 진로 탐색 프로그램 ‘꿈틀’ 덕분이었다. 청곡종합사회복지관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지원을 받아 저소득층 등 교육 취약 계층 아동을 대상으로 지난해 다양한 진로 체험 확산에 앞장섰다.

지난해 5월 청곡종합사회복지관 강당에는 수성구 지역 내 초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꿈탐정단’ 10명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평소 가족 단위의 진로 체험 경험이 부족했던 꿈 탐정단 아이들은 이날 MBTI 성격유형 검사를 통해 자신의 성격 특성을 알아보고 그에 맞는 직업군을 찾아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아이들은 이를 기반으로 세상에는 어떤 직업들이 있는지 그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직업은 어떤 것인지 고민했다.

지난해 9월 꿈 탐정단 아이들이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벽화를 그리고 있는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6월부터 꿈탐정단은 진로 체험기관을 찾아가거나 복지관에 초빙된 강사들에게 교육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직업의 세계로 초대됐다. 청곡종합사회복지관은 이를 위해 개인의 성격 특성 및 관련 직업군을 6개로 구분한 홀랜드 진로코드 유형을 활용했다. 현실형, 탐구형, 예술형, 사회형, 진취형, 관습형 등 6개 유형에 해당하는 10개 직업군을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거나 배워가는 시간을 갖도록 한 것이다.

아이들은 이 활동을 통해 동물원, 목공체험장 등 여러 직업군이 일하는 다양한 현장을 방문하기도 하고, 직접 복지관을 찾아온 직업인들과 만나는 시간도 가졌다. 꿈탐정단 소속의 초등학교 4학년 한 학생은 복지관을 방문한 유튜브 콘텐츠 제작 PD와 만난 후 “원래 유튜브 개인 채널이 있을 정도로 영상 제작에 관심이 많았는데, 직접 관계자를 만나 직업 체험을 해보니 꿈이 더욱 명확해졌다”며 “나중에 어른이 되면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꿈탐정단에 참여한 한 초등학생 자매는 어머니의 방임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전력이 있을 정도로 그간 가정을 통한 교육적 활동을 누리지 못해 위축돼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다양한 직업 체험 활동을 하며 직접 만든 쿠키를 주변 친구들에게 자랑하거나 피아노 연주까지 하는 등 변화된 모습이 포착됐다.

아이들이 지난해 7월 대구 한 빵집에서 제과제빵 체험을 하면서 직접 쿠키를 만드는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그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내에서 진로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재능 나눔 부모지원단’을 결성해 아동에게 개별 면담 및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품앗이 진로 코칭’도 이뤄졌다. 10월 수성구 매호천 일대에서 열린 ‘꿈틀 진로축제’에서는 아이들이 희망 직업종사자와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고, 각종 진로 탐색 및 체험 부스도 운영됐다. 아이들이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벽화 그리기, 사진 전시회 등의 행사도 열렸다.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여에 걸친 꿈탐정단 대장정의 끝은 ‘토크 콘서트’였다. 이날 그간의 활동 내용을 기록한 영상물이 상영됐고 관련 내용을 문서로도 제작한 ‘꿈틀북’을 지역사회에 배포하는 시간도 가졌다. 청곡종합사회복지관에서 꿈틀 활동을 담당한 김민정 씨는 “아이들의 진로 탐색은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외부 환경의 자극에 의해 변화되고 발전되기 때문에 어른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하다”면서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연계해 교육 취약계층에 있는 아이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꿈을 찾아갈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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