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위로해준 11년 벗… 앞으로도 함께하자[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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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가 널 발견하면 큰 소리로 "혜원아!" 하고 불렀어.
그럼 너는 늘 그랬듯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달려와 나를 꼭 안아줬어.
또 내가 젤리를 너와 나눠 먹고 싶어서 창문으로 던지면 네가 받아서 먹었잖아.
2∼3시간에 걸쳐 너랑 나랑 둘이 들어갈 만큼 넓고, 내가 들어가서 앉았을 때 안보일 만큼 깊게 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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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나와 함께한 친구 혜원이에게
길을 가다가 널 발견하면 큰 소리로 “혜원아!” 하고 불렀어. 그럼 너는 늘 그랬듯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달려와 나를 꼭 안아줬어. 너와 함께한 시간도, 고마운 일도 많은데, 생각해보니 네게 직접 말한 적은 없는 것 같더라고. 11년 동안 말 못 했던 고마운 마음을 오늘 용기 내서 전해보려고 편지를 써.
우리가 처음 만난 게 3살 때였나? 엄마한테 듣기로는 어린이집에서 처음 만났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그때 찍었던 사진을 보면 항상 둘이 붙어있더라. 학교에서 선생님이 가장 친한 친구를 생각해보라고 하면,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네가 생각났어.
코로나 확진자랑 접촉해서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을 때, 네가 제일 먼저 괜찮냐고 문자를 보내줬어. 매일 핸드폰하고, 먹고, 자고, 숙제하는 날을 보내며 집에서 쉴 수 있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좋았어.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에 점점 지쳐 밖을 나가고 싶어졌을 때, 너한테 전화가 왔지. 방에만 있을 내가 심심할까 봐 이것저것 사서 문 앞에 두고 간다고 말했잖아. 언제나 날 생각해주는 친구가 있어 참 행복했어. 선물로 준 화분과 간식은 내 마음에 쏙 들었어. 또 내가 젤리를 너와 나눠 먹고 싶어서 창문으로 던지면 네가 받아서 먹었잖아. 아마 격리했던 사람들 중에서 내가 가장 재미있게 지냈을 거야.
초등학교 3학년 때에는 네가 수업 시간에 편지를 썼다면서 종이 한 장을 내게 줬었어. 나는 별생각 없이 편지를 읽다 갑자기 눈물이 고였어.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우리 전학 간 학교에서도 잘 지내고 네 친구여서 고맙다는 내용이었을 거야. 편지를 쓰며 네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감동 받았어. 널 생각하면서 열심히 적은 이 편지가 네게도 감동이었으면 좋겠어.
최근 너희 삼촌이 운영하는 펜션에 갔었잖아. 첫날에는 조금 늦게 도착해서 네가 낚시하는 거 구경하다가 밥 먹고 나서 바다로 나가서 놀았는데 땅을 엄청 열심히 팠잖아. 2∼3시간에 걸쳐 너랑 나랑 둘이 들어갈 만큼 넓고, 내가 들어가서 앉았을 때 안보일 만큼 깊게 팠지.
다음날은 아침을 먹고 함께 ‘씨 글라스’를 주우러 갔는데 나는 처음에 씨 글라스가 뭔지 몰랐어. 사람들이 버린 유리병이 파도에 깎여서 돌처럼 된 게 씨 글라스라고 부른다는 걸 네 덕분에 알게 됐어. 조만간 내가 주웠던 씨 글라스를 가지러 네게 찾아갈 거야. 우리, 추억이 또 하나 늘었네?
편지에 적지 못한 특별한 추억이 많지만, 나는 너와 함께한 추억이 모두 소중해. 내 친구들 중에서 나를 가장 잘 아는 친구라고 생각해. 코로나가 끝나고 우리가 지금보다 어른이 되면, 함께 우정 여행 가자!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우린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을 테니까. 네가 나의 친구라는 게 자랑스럽고 고마워. 앞으로 그 누구보다 너를 잘 이해하고 응원하는 친구가 될게. 너의 특별한 친구 태연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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