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전 직면한 시대… 고전읽기 더 필요하다”

박세희 기자 2023. 5. 1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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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위대한 개츠비' '앵무새 죽이기' 등 30여 권의 영미 작품을 번역해온 원로 번역가 김욱동 서강대 영문학과 명예교수에게 인공지능(AI) 시대 번역가가 사라지겠느냐고 물었다.

김 교수는 "'아' 다르고 '어' 다른 게 문학 작품 번역"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과학기술의 도전에 직면해 있는 지금, 인간은 독서로 그 도전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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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욱동 서강대 영문학과 명예교수 ‘내가 사랑한 서양·동양 고전’ 출간
“인공지능 번역 일반화될수록
문학 번역가 필요성 더 커져”
“요약본, 인스턴트 음식 같아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어야”
“不讀 시대 창의적 사고 중요
고전은 미래 준비 위한 장비”
김욱동 서강대 영문학과 명예교수는 “직면한 과학기술의 도전에 인간은 독서로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과 바다’ ‘위대한 개츠비’ ‘앵무새 죽이기’ 등 30여 권의 영미 작품을 번역해온 원로 번역가 김욱동 서강대 영문학과 명예교수에게 인공지능(AI) 시대 번역가가 사라지겠느냐고 물었다. 그의 답은 ‘아니오’. 김 교수는 “‘아’ 다르고 ‘어’ 다른 게 문학 작품 번역”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과학기술의 도전에 직면해 있는 지금, 인간은 독서로 그 도전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가장 기억에 남고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 100편을 골라 ‘내가 사랑한 서양 고전’, ‘내가 사랑한 동양 고전’(연암서가)을 펴냈다. 책은 작품의 내용 자체보다 집필 과정, 역사적 배경이나 사회적 환경 등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맥락에 초점을 맞췄다.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음식에 빗대자면 메인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전채 요리와 같은 역할이라고 말했다.

책엔 덴마크가 낳은 최고의 동화 작가 안데르센이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문법과 맞춤법이 엉망이었으며 그 탓에 그가 쓴 연극 대본은 거절되기 일쑤였다는 이야기부터, ‘오만과 편견’ 속 베닛 부인이 왜 조금 지나치다 싶을 만큼 딸들을 결혼시키려 안달했는지 그 배경에 관한 이야기 등이 담겼다.

그는 요즘 시중에 많이 나오는 다이제스트 형식의 요약본에 대해 읽지 않는 것만 못하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요약본을 읽는 것은 배가 고프다고 인스턴트 식품으로 요기하는 것과 같죠. 입맛만 버려 막상 맛있는 요리가 나와도 제대로 먹지 못합니다. 요약본 수십 권을 읽는 것보다는 고전 한 권을 제대로 읽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김 교수는 집필보다 오히려 수많은 작품 중 100편을 선정하는 작업이 더 힘들었다고 했다. 선정 기준은 “서가에 꽂아두고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내가 사랑한’이라는 구절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그는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 내 삶에 중요한 의미를 준 작품을 골랐다”며 “앞으로 계속 읽을 작품이라는 점에서 ‘내가 사랑한’ 작품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작품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고 덧붙여 말했다.

김 교수는 이 100편의 고전이 자기 삶에 나침반 역할을 했다고 했다. “젊은 시절 ‘일리아스’를 보고 우정에 대해 다시 생각했고, ‘삼국지연의’를 읽고 처세술과 대인관계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를 배우게 됐습니다.”

이어 그는 꽤 알려진 우스갯소리 하나를 전했다. 한 학생이 친구에게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어봤냐고 물었더니 ‘전쟁’은 읽었는데 ‘평화’는 읽지 못했다고 대답했다는 이야기다. “무독(無讀)의 시대, 부독(不讀)의 시대입니다. AI 도전에 맞서는 창의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를 기르기 힘든 시대입니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이 두 가지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이 독서입니다. 삶의 지혜가 담긴 고전은 미래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장비가 되어줄 것입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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