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김대리 “어른이지만 어린이보험 듭니다”
성인용 상품보다 보험료 싸고
보장한도는 높아 2030에 인기
암 진단비 최대 1억5000만원
업계 “특약내용 등 잘 따져야”
30대 직장인 A 씨는 최근 회사 동료들로부터 어린이보험 가입을 추천받았다. 암과 같은 중대질환은 물론이고 각종 질병·상해가 보장되는데 성인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얘기였다. 어린이보험 가입이 막히는 30대 중반이 되기 전에 막차를 타야 한다고 재촉하는 동료도 있었다. 고물가에 주머니가 빠듯해지면서 보험료 지출이 아깝다고 생각했던 A 씨는 독감 등 항바이러스 치료비가 보장되는 상품도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어린이보험이 성인보험보다 가성비가 좋다는 말은 사실일까.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어린이보험은 고령층에 비해 유병률이 낮은 연령의 특성을 감안해 보험료 대비 혜택이 좋은 구조를 갖고 있다. 낙상·삼킴 등 어린이 응급사고나 작은 질병부터 ‘암뇌심’으로 불리는 3대 질환(암·뇌·심장)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지급한다. 성인보험에 비해 보장 한도가 높은 편인데, 가령 성인보험의 암 진단비 최대한도가 통상 1억 원이라면 어린이보험은 1억5000만 원으로 더 높은 보장성을 갖고 있다. 여러 담보 중에서 본인 맞춤형으로 골라서 설계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외에도 어린이보험이 성인보험과 비교해 혜택이 좋은 측면은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아프면 보험료를 더 내지 않고 보장은 계속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납입면제’의 범위가 넓다. 보험사들은 가입자가 특정 질병 진단 시 보험료 납입을 면제해주는데, 성인보험은 뇌졸중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중증·급성 질환에 대해서만 보험료를 면제해준다. 이에 비해 어린이보험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뇌혈관, 허혈성 질환 진단 시에도 보험료를 면제하도록 설계돼 있어 더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보험료 면책 기간이나 감액 기간 조건이 없거나 짧은 점도 이점이다. 이는 소비자가 보험을 가입하고 약정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적게 지급하는 기간을 말한다. 대개 성인보험은 가입 후 1년 내에 암 질환 판정을 받을 경우 보험료 50% 감액 등 조건을 두고 있다.반면 어린이보험 상품 대부분은 90일 면책 조건 외에는 별도의 규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망보장이나 상해후유장해 등 보험 가입 시 의무적으로 부과되는 기본계약 및 연계조건이 완화돼 있기도 하다.
최근 보험사들은 앞다퉈 어린이보험의 가입 연령을 늘리는 추세다. 2004년 국내에 첫 상품이 출시됐을 때만 해도 가입 가능 연령이 14세였으나 30세, 35세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저출산으로 어린이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잠재적 인구가 줄자 연령층을 확대해 가입자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보험사의 수익성 신장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2030세대는 실손보험에는 관심이 있지만 다른 보험 상품 가입률은 4050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보장성 높은 상품으로 젊은 연령층을 끌어들여 장기 고객으로 유치하려는 것이다.
롯데손해보험이 지난해 5월 어린이보험 ‘let: play 자녀보험Ⅱ(토닥토닥)’의 가입 연령을 35세까지 높인 것을 시작으로 속속 가입 최대연령을 높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KB손해보험·DB손해보험·메리츠화재가 연달아 가입 연령 확대에 나섰다. KB손해보험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젊은 세대에게 인기몰이 중인 오은영 박사와 함께 출시한 ‘KB금쪽같은 자녀보험플러스’는 뇌졸중 전조질환 증상인 ‘일과성 뇌허혈 발작’의 진단비와 노로바이러스 등 9대 전염병 진단비도 보장한다. 메리츠화재의 ‘내Mom같은 어린이보험’은 전이암 진단비 특약을 추가했다. 이달 들어서 생명보험업계도 가세했다. 한화생명은 지난 1일 ‘한화생명 평생친구 어른이(어른+어린이) 보험’을 출시했다.
어린이보험 가입 연령층을 넓히는 대신 2030세대에 특화된 보험 상품을 내놓는 회사도 있다. 현대해상은 20세부터 40세까지 가입 가능한 ‘굿앤굿 2030종합보험’을 지난달 출시했다. 중대질병은 물론이고 운전자 관련 보장과 배상책임 담보를 추가할 수 있다. 삼성화재는 30대 전용상품 ‘내돈내삼’을 출시했다. 60세부터 보상금이 2배로 늘어나고, 통원 치료비도 보상받을 수 있다. 합리적인 보험료라는 어린이보험의 기본 설계를 따오되 청년층만 분리해서 새로운 상품을 만든 것이다. 가입 연령 확대로 인한 기존 소아·청소년 가입자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어린이보험은 기본 담보 외에 수백 가지 특약 담보가 있다”며 “정형화된 형태가 없는 만큼 여러 상품을 비교해보고 그중에서 본인에게 꼭 필요한 것을 골라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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