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코인` 강제수사 가속…핵심 포인트는

거래소 계좌 압수수색…새 국면 전환 가능성
대량입금·미공개정보 이용·게임업체 결탁 등 여부 살펴볼 전망
FIU 혐의거래시스템 설계자 "자금세탁 혐의 가능성"

김남국 의원이 지난 14일 오전 국회 의원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출근 후 페이스북을 통해 탈당을 선언했다. 연합뉴스 제공.

'코인 논란'이 불거진 김남국 무소속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전일 오후 김 의원의 거래 기록이 남아있는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와 빗썸, 카카오의 전자지갑인 클립 등 계좌내역을 압수수색한 만큼 이번 게이트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달 초 김 의원의 수억원대 가상자산 보유 정황을 밝힌 첫 보도(5일) 이후 그간 김 의원 명의로 된 개인 지갑 계좌는 온체인 데이터 전문가와 언론에 의해 과거 기록이 추적된 바 있지만, 가상자산거래소의 오프체인 계좌는 보안 문제로 공개된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확보된 거래소 계좌를 통해 제3자 지갑에서 특정 코인이 대량 입금된 흔적 등을 살펴볼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프라이빗 세일(특정 투자자 대상 비공개 판매)이나 에어드랍(무상으로 신규 코인 제공) 수취 여부는 물론 '비주류 코인'과의 담합 가능성도 추적할 수 있다.

앞서 김 의원은 비트토렌트와 마브렉스, 메타콩즈 등 비주류 코인을 저가에 대량매수하며 미공개 정보 의혹을 산 바 있다. 특히 거래소 상장 전에 특정코인을 다수 보유하는 것은 프라이빗 세일 등 특혜를 통하지 않고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블록체인 전문가는 이번 수사가 그간 제기됐던 코인 에어드롭이나 입법 로비와는 별개로 자금세탁 혐의에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1호 전산학 박사로, 지난 2004년 당시 금융정보분석원(FIU) 혐의거래 색출 시스템을 설계 및 구축하는 과정을 총괄한 문송천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FIU 혐의거래 색출 시스템 작동원리를 토대로 분석해 보면 자금세탁 의혹이 유력시된다"면서 "이것만으로도 자금세탁 혐의가 충분히 성립된다는 점이 핵심이며, 코인 거래 자체나 단순 이체 여부는 본질과 동떨어진 사안"이라고 밝혔다. FIU가 의심거래로 판단해 검찰에 통보한 것 자체가 현금 인출 정황을 발견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정훈 FIU 원장도 "저희가 분석할 땐 세 가지 가장 기본적인 케이스(불법재산·자금세탁·공중협박자금조달 행위)가 있다"면서 "그런 사안들에 대해 형사사건 관련성이 있을 때 의심거래로 보고 정보를 제공하게 돼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를 전제로 문 교수는 "지난해 초 위믹스 코인만 80억~100억원가량 보유하고 있다는 점과 김 의원이 의혹 초기에 해명한대로 현재 9억원가량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놓고 단순 계산해보면, 4개월간 이상거래 탐지 기준 액수인 1000만원 이하로 900만원씩 적어도 하루 7회씩 현금 인출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조력자가 존재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문 교수는 "FIU에서 혐의 여부는 현금 인출 횟수와 규모를 분석해 판단하며, (인출 주체도) 본인에만 국한하지 않고 친인척·단순 지인 외에도 70여개 세부항목을 기반으로 한 인적 데이터를 통해 연관 대리인의 인출까지 파악해 혐의 여부를 파악한다"고 말했다. 이를 기술적으로는 '동의어 처리'라고 표현한다.

이 외에도 수사 과정에서는 김 의원이 위믹스를 첫 보유하게 된 경위와 구체적인 투자금 조성 방법을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P2E(돈버는 게임) 업체와의 로비 의혹을 해소하려면 코인을 발행하는 게임업체에 대한 압수수색 또한 빠른 시일 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해당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에는 위믹스 코인의 사기 의혹사건도 함께 배당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위믹스 이익공동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는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학회장은 "검찰수사 착수로 베일에 싸여 있던 부분을 해소 할 수 있게 됐다"면서도 "다만 증거 인멸 가능성 등이 있는 만큼 관련 코인 발행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함께 진행해야 정치자금 이슈라든가 뇌물죄 성립 여부가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수사가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보유현황 전수조사로 이어질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현재 여야는 공직자 재산등록 대상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내용으로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는 데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지만, 법 개정에 앞서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보유현황이나 이해충돌 여부에 대해 전수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재산공개와 정보공개 제도개선 네트워크'(재정넷)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의혹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함께 가상자산 보유현황 전수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촉구했다. 법만 개정할 경우 기존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던 국회의원은 부패행위나 이해충돌 의혹은 규명이 불가해진다는 주장이다.

최재혁 참여연대 간사는 "공직자윤리법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단순히 등록재산에 가상자산을 포함시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전통자산 대비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의 특수성을 고려해 등록 하한 금액 기준을 없애는 한편 실거래에 가장 가까운 금액이 신고 되도록 (가상자산의) 신고범위도 변동신고를 하도록 하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