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교사정원 확보는 새로운 교육 위한 마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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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5년 차 중학교 교사다.
최근 교육부는 '미래 교육 수요를 반영한 중장기(2024~2027년) 교원수급계획'을 통해 올해 3000여 명의 교사 정원을 감축한 것도 모자라, 2027년까지 교사 채용 규모를 최대 30% 가까이 줄이는 방침을 내놓았다.
학급 당 학생 수를 줄이면서 교사가 학생들 한 명, 한명을 더 촘촘하고 세밀하게 교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방향을 교육부도 이미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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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5년 차 중학교 교사다.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더 어렵다는 임용시험은 애당초 선발하는 교사 수 자체가 적기 때문에 경쟁률이 매우 높다. 4~5년 공부는 기본이고, 재수나 삼수도 운이 좋다고 할 정도다. 그런데 교사가 돼서 학교 현장에 와 보니 더 놀라운 일이 펼쳐지고 있었다. 정작 학교에서는 가르칠 사람이 부족해 기간제 교사를 뽑거나, 교사가 보따리장수처럼 여러 학교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전공과목이 아닌 수업을 맡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교사가 될 만한 충분한 자격과 열정이 있는 사람들은 노량진과 고시촌에서 줄을 서고 있고,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가 부족해 전전긍긍하는 현실. 이처럼 극적인 불균형과 부조화가 또 어디 있을까? 결국 양쪽 모두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는데, 이를 조정해야 하는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걸까?
흔히들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드는데, 교사 수도 줄어드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한다. 한마디로 배울 아이들이 없으니 더 뽑을 필요가 없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왜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가 더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을까? 핵심은 학교와 교육이 예전과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으로 비유되듯 학습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는 게 관건이었다면, 지금은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하고 각자의 주체성을 어떻게 하면 높여줄 것인지가 교육의 핵심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수천개의 상품을 찍어내는 기계는 하나만 있어도 상관없지만, 사람을 길러내는 일에는 총 천연한 삶과 경험이 충만한 어른들, 즉 교사 개개인이 교육과정이 돼 학생들을 만나는 것이 필요한 시대라는 뜻이다.
문제는 교사 정원 감축이 이런 방향과 정반대로 가는 정책이라는 점이다. 최근 교육부는 ‘미래 교육 수요를 반영한 중장기(2024~2027년) 교원수급계획’을 통해 올해 3000여 명의 교사 정원을 감축한 것도 모자라, 2027년까지 교사 채용 규모를 최대 30% 가까이 줄이는 방침을 내놓았다. 사실 이런 해법은 교육부가 지금껏 내놓은 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 최근 5년간 자료만 보더라도 학생 수는 줄었지만 학교 수는 353개, 학급 수는 4563개가 늘었다. 학급 당 학생 수를 줄이면서 교사가 학생들 한 명, 한명을 더 촘촘하고 세밀하게 교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방향을 교육부도 이미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 정원을 다시 줄인다면, 현장의 요구와 사회적 여론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교육의 새로운 미래가 더욱 요원해질 뿐이다.
전문가들은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교육의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한다. 오히려 교사 정원을 늘려 선진교육시스템을 앞당기자는 것이다. 학생들의 성장 과정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는 충분한 관찰 시간과 상담 활동을 보장하고, 코로나19 이후 심각해진 교육결손에 대해 개별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는 연구와 분석의 기회를 교사들도 절실히 바라고 있다. 그러자면 수업과 평가, 학급 운영, 교무행정, 학부모 및 학생상담 등 과거보다 비대해진 교사들의 역할을 함께 나눌 동료 교사가 더 많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그것이 학생들에게 훨씬 이롭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아무쪼록 교육부가 산술 계산에만 기대 2023년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과 학부모들, 그리고 현장 교사들의 염원을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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