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연일 ‘포털 때리기’…뉴스 배열·편집·수익까지 손 본다
국민의힘이 포털의 기사배열에 대한 심의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포털 규제 관련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고 있다. 정부도 포털 뉴스의 편향성·불공정성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포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언론계 전문가들은 포털 뉴스서비스의 사회적 책무 강화와 투명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인 것은 맞지만, 충분한 검토 없이 규제적 관점을 앞세우는 것은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포털 뉴스서비스를 겨냥해 최근 여당 의원들이 내놓은 법안은 두 개다. 먼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네이버 등 포털 사업자가 뉴스서비스로 벌어들인 광고 수익 등을 정부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포털의 신문법 10조(인터넷 뉴스서비스사업자의 준수사항) 이행 여부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신문법 10조는 포털(인터넷 뉴스서비스사업자)에 대해 “기사배열의 기본방침이 독자의 이익에 충실하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어서, 포털의 ‘기사배열’ 곧 뉴스 편집 과정을 정부가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지난달 3일 발의된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의 신문법 개정안은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법안은 아예 기사배열 기준 등 포털의 뉴스서비스 전반에 관한 심의를 맡는 ‘인터넷뉴스진흥위원회’라는 기구를 대통령령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기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관과 단체의 추천을 받아 각 포털이 꾸려야 하는데, 여기서 기사배열 기준을 심의하고 기사 공급 과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거나 시정권고를 내리면 포털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수용해야 한다. 윤 의원 법안과 마찬가지로 이 법안 또한 결과적으로 정부가 포털 뉴스서비스 운영에 개입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포털 뉴스서비스에 대한 여당의 적대적 태도는 지도부의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9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겨레> 기사 등을 거론하며 “내일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인데 (네이버 뉴스는)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비난 기사로 도배됐다. 이건 알고리즘이 아니라 ‘속이고리즘’”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를 근거로 “편향성이 도를 넘었다. 포털 뉴스 개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도 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같은 회의에서 “이제 네이버는 더 이상 방치해둘 수 없는 괴물이 돼 가고 있다”며 거들었다.
여당이 연일 포털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자 문체부도 일요일인 14일 포털 뉴스의 편파성·불공정성에 관한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출범한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과 미디어특별위원회’에서 포털 뉴스서비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나선 것과 흐름이 같다.
정부·여당이 경쟁적으로 포털에 대한 규제 일변도의 법안과 공세적 발언을 내놓는 것과 관련해 언론학자들은 포털 뉴스서비스에 대한 규제 역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에 해당하는 만큼 무턱대고 입법 논의를 앞세울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포털 뉴스서비스 이용률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높고 네이버와 카카오 등 거대 포털의 영향력이 개별 언론사를 압도하는 언론 생태계의 현실에 비춰볼 때 포털에 사회적 책무 이행을 요구하는 건 마땅하지만, 이를 법제화나 정부가 주도하는 규제로 접근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먼저라는 지적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여당 시절인 2022년 4월 포털 뉴스 아웃링크 전면 도입과 포털의 기사 편집·배열 금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을 때도, 여러 언론학자와 언론단체는 이 법안이 이용자의 선택권과 더 나아가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거나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 바 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16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뉴스 유통 등 표현 영역에 대한 입법적 규제는 표현의 자유와 영업의 자유 등 기본권과 밀접하게 연관된 영역이기 때문에 헌법 합치성에 대한 판단과 규제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영향성을 검토하는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입법안은 그 자체로 시장과 사회에 위축 효과를 가져오는 만큼 좀 더 성숙한 입법 문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인터넷뉴스진흥위원회 설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김승수 의원 법안과 관련해 “포털이 개별 언론사에 견줘 수퍼갑인 것도 맞고 불공정 거래 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건 맞다. 다만 포털이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해서 이를 법제화한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자율적으로 운영한 결과가 부족하다면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부터 고민하는 게 먼저”라고 짚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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