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데리 아저씨’ 떠난 금양, 결국 ‘불성실공시법인’ 지정…‘밧데리 아저씨’ 픽 8종목 향후 향방은? [투자360]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자사주 처분 계획에 관한 발표를 지연공시한 금양이 결국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 벌점과 공시 위반 제재금을 부과받았다. 유튜브 방송에서 한 관련 발언에 이 같은 결과를 낳은 ‘밧데리 아저씨’ 박순혁 금양 홍보담당 이사는 제재를 앞두고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증권가에선 이번 일이 과거 ‘증시 테마’에 맞춰 정관상 사업 목적을 수시로 변경·추가해 온 금양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기에 박 이사가 찍은 8개 종목의 향후 수익률에도 어떤 변화가 올 지 주목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금양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면서 벌점 8.5점과 공시 위반 제재금 8500만원을 부과해다고 공시했다.
금양은 이른바 ‘밧데리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최근 2차전지 투자 열풍을 주도한 박순혁 IR 담당 이사가 재직했던 회사다.
박 전 이사는 지난달 한 유튜브 방송에서 금양이 17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각할 방침이라며 장내 매도와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교환사채(EB) 발행 등을 매각 방법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공시 외 방식으로 특정 매체를 통해 자사주 처분 계획을 공개했다면 공시 의무 위반이라는 논란이 일자 2주 만에 관련 내용을 뒤늦게 공시했다.
박 전 이사는 지난 15일 금양에 사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이사는 “당시 유튜브에서 한 발언은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 향후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자사주 처분이 적절할 것 같다는 등의 대략적인 계획을 투자자들에게 알리는 취지였다”며 “공시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전날(15일) 금양에 사표를 냈고 수리도 됐다”며 “금융감독원 등에서 금양에 모종의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고 있고, 회사 측에 해를 끼칠 수 없어 물러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거래소 측은 “공시 체계를 잘 정비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본래 역할을 한 것”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2차전지 테마주’로 엮여 주가가 올해만 2.4배가 오른 금양의 ‘과거’에 대한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주가가 8만9500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 4월 10일엔 금양의 시가총액은 무려 5조1955억원에 이르기도 했다.
증권가에선 금양의 이 같은 성장의 배경엔 유튜브를 중심으로 팬덤을 형성한 박 전 이사의 활발한 대외 활동도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금양 주가는 전날 박 전 이사의 사표 소식에 9% 넘게 내렸다.
금양의 최근 20년 사업 흐름을 살펴보면 ‘증시 테마’와 함께 움직인 모습도 확인된다.
1955년 설립 후 수십년 간 화공품 제조업과 금속도금업을 주업으로 삼았던 금양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대 주주와 소액주주 연합 세력이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2000년대 초반엔 ‘닷컴 버블’에 올라탔고, 닷컴 버블이 꺼진 후엔 한동안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다 ▷2016년 건강보조식품 제조·판매업 ▷2019년 2차전지 ▷2021년 연료전지 관련소재·부품 제조·판매와 전자상거래업 ▷2022년 배터리·소재의 개발, 제조·판매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오늘날의 모습을 갖췄다. 오해는 해외 자원개발사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기도 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현 최대주주인 류광지 금양 대표의 역할이 컸다. 서울증권 출신인 류 대표는 1998년 금양 입사 뒤 재무기획팀장 등을 거쳐 2001년에 대표이사에 올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각종 증시 테마에 발 빠르게 올라타며 금양의 주가가 오른 것에 비해 두드러진 실적이 나오진 않고 있다는 평가가 업계에선 지배적”이라며 “향후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대부분인 2차전지 부문에서 금양이 어떤 성과를 거둘 지가 주목 받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 전 이사가 찍으며 투자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2차전지 관련 8개 종목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 전 이사는 유튜브 방송과 지난 2월 펴낸 ‘K배터리 레볼루션’이란 책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에코프로비엠, LG화학, 포스코퓨처엠, 나노신소재, 에코프로, 포스코(POSCO)홀딩스를 투자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8개 종목 중 연초 대비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400.91%가 상승한 에코프로다. 그 뒤를 에코프로비엠(145.18%)이 따랐다.
나노신소재(64.14%)와 포스코퓨처엠(61.88%)의 주가 상승률도 돋보인 가운데, 포스코홀딩스(36.21%), LG에너지솔루션(21.08%), LG화학(15.07%), SK이노베이션(14.19%) 역시 상당한 수준의 오름폭을 보였다.
이들 기업의 1분기 실적 역시 대부분 우수하게 나타났다. 다만, 향후 주가에 대한 증권가의 평가는 기업별로 엇갈리는 모양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퓨처엠의 경우 점유율 확대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상의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 효과, 대규모 장기계약에 따른 성장성 등을 평가 받아 대부분 증권사들이 목표가를 상향 조정했다.
반면,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의 경우 목표가는 상향 조정했지만 투자 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거나, ‘매도’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지나치게 먼 미래의 성장성을 선반영하고 있다는 평가 때문이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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