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에 시조시인 등단한 의대 교수 정평림씨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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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의 길을 걷다 정년퇴직 직전에 시인으로 등단한 정평림(鄭坪林) 전 연세대·인하대 의대 교수가 16일 오전 11시10분께 인하대병원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가슴 속 깊이 숨겨뒀던 시인의 꿈을 되살린 것은 인하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교수로 있던 200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하면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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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의대 교수의 길을 걷다 정년퇴직 직전에 시인으로 등단한 정평림(鄭坪林) 전 연세대·인하대 의대 교수가 16일 오전 11시10분께 인하대병원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84세.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난 고인은 어릴 때부터 시인을 꿈꿨지만, 자신의 '문학적 소양'에 자신이 없어서 시인이 아니라 의학자의 길을 걸었다. 강릉상고에 다닐 때 문예반장을 했고, 서울대 생물교육과를 다닐 때는 자신의 시조가 대학신문에 실리기도 했지만, 연세대 보건대학원을 거쳐 1983년 미국 미시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은 의용패류학과 동물생태학.
국내외에 연구논문을 100여편 발표했고, '환경생태학'(1984), '한국의 담수패류'(2003) 같은 전공 서적을 펴냈다. 2001년부터 한국생태학회 이사로도 활동했다.
가슴 속 깊이 숨겨뒀던 시인의 꿈을 되살린 것은 인하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교수로 있던 200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하면서부터. 낙방하긴 했지만 당시 심사위원이던 윤금초(尹今初) 시인이 심사평에 "정평림의 '개오지 설화'는 말 뽄새가 녹록지 않은 사설시조였는데 감성경화에 걸려 억지 제스처만 무성했다"고 적어놓은 것을 발견하고 희망을 품었다.
자신보다 세 살 어린 윤 시인을 스승으로 모시고 1년여 동안 사사한 끝에 다음해인 2003년 5월 '씀바귀꽃'이라는 작품으로 샘터시조상 가작을 받았고, 같은해 8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월정사에서'와 '접시꽃 코허리' 등의 작품으로 '시조시학' 신인상을 받으며 '늦깎이 등단'의 꿈을 이뤘다. 2004년에는 전북중앙신문 신춘문예에 입선했다.
퇴직 후 인하대 의대 외래교수로 일하는 틈틈이 시조집 '거기 산이 있었네'(2005, 동학사), '메밀밭으로 오는 저녁'(2013, 책만드는집), '가을 헌화가'(2017, 고요아침), '유빙의 바다'(2018, 책만드는집)를 출간했다. 2012년 제4회 열린시학상을 받았다. 고인에게 시를 가르친 윤금초 민족시사관학교 대표는 "의대 교수 생활을 오래 하셔서 그런지 시의 소재가 남달랐고, 시를 학술적으로 접근해서 시 문맥 속에 보통 사람과 다른 교양이 흘러넘쳤다"고 말했다.
유족으론 부인 유문자씨와 사이에 1남3녀로 정현순(시너지힐앤놀튼 대표이사)·정명순(김앤장법률사무소 미국변호사)·정희순(언어병리사)·정현철(아리스타 네트웍스 SW엔지니어링 매니저)씨가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 발인 18일 오전 6시40분, 장지는 평창 선영. ☎ 02-2227-7550
chung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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