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유니폼 입은 김수지 “우승 퍼즐 한 조각이 될게요”[창간 특집]

김하진 기자 2023. 5.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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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으로 이적한 김수지 선수가 8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극생명 연수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김수지(36)는 지난 3월 말부터 2022~2023시즌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에서 SBS스포츠의 특별 해설위원으로 경기를 바라봤다.

그의 소속팀이었던 IBK기업은행은 정규리그 6위로 봄 배구 없이 시즌을 마감했다. 플레이오프부터 해설위원으로 코트를 찾은 김수지는 한국도로공사와 흥국생명의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입담을 뽐냈다. 그리고 챔프전 우승은 한국도로공사의 차지였다.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던 흥국생명은 통합 우승을 눈 앞에 두고 고배를 마셨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김수지는 흥국생명이 바라는 목표를 위한 퍼즐 한 조각이 됐다.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으로 이적한 김수지 선수가 8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극생명 연수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김수지는 지난달 중순 총 보수액 3억1000만원(연봉 2억7000만원, 옵션 4000만원)의 조건에 흥국생명과 3년 계약에 합의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흥국에서 활약했던 김수지는 2016~2017시즌 정규리그 1위에 기여하는 등 힘을 보탰다. 김수지로서는 6시즌만에 다시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FA 시장이 막을 내리고 휴식기를 가지고 있는 김수지는 최근 스포츠경향과의 창간 인터뷰에서 “시즌을 마치고 나서 해설위원도 갑자기 하게 돼 정신이 없었다. 그 기간이 끝나면 생각을 해볼 수 있겠지 정도였는데, ‘이적을 해야지’ 이런 고민 자체는 없었다. FA 협상 기간이 시작되다보니 흥국과 맞아서 계약하게 됐다”라고 이야기를 전했다.

흥국생명이 먼저 김수지에게 영입 제의를 했다. 김수지에게 “언니 역할을 해 줬으면 좋겠다”며 베테랑으로서의 역할을 제안했다.

김수지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36경기에 모두 나왔고 블로킹 득점 5위(세트당 0.693개)를 기록했다. 흥국생명은 블로킹 득점에서는 세트당 2.058개로 7개 구단 중 6위에 그쳤다. 김수지는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적임자였다.

그리고 함께 FA 자격을 얻은 ‘절친’ 김연경이 흥국생명에 잔류하게 된 것도 김수지의 이적에 영향을 미쳤다.

김연경은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화두에 올랐던 선수다. 시즌을 마치고 은퇴 여부를 놓고 관심이 쏠린 가운데 김연경이 현역 생활 연장을 선언하면서 FA 시장도 뜨거워졌다. 그리고 김연경은 흥국생명에 잔류하기로 했다.

김수지는 “(김)연경이가 계약하면서 나도 ‘이 팀에 왔을 때 어떤 역할을 하면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은 쉽게 결정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돌이켜봤다.

이번 계약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둘은 간단히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정도로 서로의 마음을 도닥였다. 김수지는 “자세하게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등의 이야기보다는 ‘어떻냐, 기분 괜찮냐’라는 이야기를 했다. FA 계약이 끝나고도 큰 말 보다는 그냥 ‘고생했다’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워낙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다보니 한 팀에 뛰게 된 것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김수지는 “지금 팀에 합류해서 같이 훈련을 한 것도 아니고 여느때처럼 가끔 얼굴 보고 그냥 늘하던대로 연락하는게 다다. 그래서인지 같은 팀에 소속되어도 실감이 아직은 안 나는 것 같다”며 웃었다.

두 명이 다음 시즌에도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는 이유는 같다. 우승을 향한 열망 때문이다. 김수지는 코트 밖에서 절친이 통합 우승을 앞두고 좌절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김수지는 “처음 해설을 할 때에는 피해가지 않게 잘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경기가 진행될 때는 몰랐는데, 어쨌든 끝이 있지 않나. 챔프전 마지막 장면을 볼때는 코트가 아닌 박에서 보면서 그걸 이야기해야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다보니 조금 많이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도 좀 더 시즌을 잘 치렀다면 저기서 뛸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시즌에 대한 다짐을 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해설위원을 할 때까지만해도 그 팀에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김수지는 이제 핑크색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되었다. 그는 “이렇게 오게 된 만큼 마지막에 조금 부족했던 부분을 내가 잘 채우려고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흥국생명은 6월부터 본격적으로 다음 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김수지는 “내가 어느 정도를 채울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채울 수 있을만큼 열심히 준비를 해야될 것 같다”라며 “다른 선수들도 봤을 때 팀적으로 좋아질 것 같은 부분이 많이 있더라. 그런 부분도 많이 기대가 되고 시즌 개막 후에는 어떤 팀과 매치업이 됐을 때 어떻게 풀어나가야되는지도 빨리 더 생각을 해봐야 될 것 같다”고 게획을 밝혔다.

지난 시즌 여자부 흥행의 축은 흥국생명이었다. 흥국생명이 원정 경기를 갈 때에도 핑크빛 물결이 관중석에 이어졌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 17번의 홈 경기에서 총 7만5598명을 동원했다. 평균 관중은 4447명이다. 여자부 평균 관중 2476명보다는 약 2천명이 많다. 남자부 평균 관중인 1553명과도 큰 차이가 있다. 김연경이 흥행의 중심에 섰지만 도쿄올림픽의 주역이었던 김수지 역시 팬몰이를 할 수 있는 스타다. 김수지 역시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팬들을 만날 생각을 하면 설렌다.

IBK기업은행에서도 많은 팬들의 사랑을 느꼈던 김수지는 “화성에 있을 때에도 많은 팬분들이 오셨다. 화성에 있는 IBK기업은행 홈 경기장이 좀 오기 힘든 곳에 있지 않나. 원정 경기갈 때에도 모든 경기를 따라와주시는 팬분들도 계셨다. 그런 분들을 보면 굉장히 감사하다,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산월드체육관에 왔을 때에는 ‘오늘도 매진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분들이 오셨다”라고 떠올려봤다.

팬들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건 성적이다. 김수지는 “우리를 아이돌처럼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있다”면서도 “아이돌 가수도 무대에서 예쁜 모습도 보여주고 춤도 잘 추고 이래서 인기가 많지 않나. 우리는 선수로서 받는 사랑이니까 기회가 있는만큼 코트에서 열심히 해야된다는게 생각이고, 그만큼 감사함을 느껴야된다고 생각한다. 찾아오시는 팬들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경기력도 좋아야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좋은 경기력은 결국 우승을 향한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다. 우승에 대한 열망에 대해 100%라고 표현한 김수지는 “흥국생명은 누구보다 지금 우승에 목말라하는 팀이다. 다른 선수들과 시너지 효과가 있을 수 있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도움을 주고 싶다. 모든 선수들도 ‘100%’여야 가능하다”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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