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에는 국적이 있다 [프리스타일]

김은지 기자 2023. 5. 17.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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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7일(현지 시각)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했다.

화제를 낳았던 지난해 12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도 영어로 진행됐다.

'한·미 동맹 70주년' 취지에 맞게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에 고마움을 표했다.

'그런데 한국 대통령은 왜 미국 의회에서 연설했나?' 청자를 만족시키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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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4월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손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4월27일(현지 시각)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했다.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이라는 제목으로 44분간 발언했다. 영어로 한 연설이라는 이유로 더욱 이목을 끌었다.

외교는 내용만큼이나 형식도 중요하다. 상대국 언어로 말함으로써 메시지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전략을 택할 수 있다. 화제를 낳았던 지난해 12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도 영어로 진행됐다.

문제는 평가가 영어 사용 자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과 같은 “토플로 치면 한 960점대(토플은 120점 만점이다)”라는 평가는 본질을 가릴 수 있다.

대통령실이 밝히길, 윤 대통령은 미국 의원 500여 명 사이에서 60차례 박수를 받았다. 그중 기립박수가 26번이었다. 한국만큼이나 파당화돼 양당이 싸우는 미국 의회에서 모두의 환호를 받았다.

내용을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한·미 동맹 70주년’ 취지에 맞게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에 고마움을 표했다. “현대 세계사에서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발돋움한 유일한 사례인 대한민국은 한·미 동맹의 성공 그 자체”라고 밝혔다.

미국적 가치의 의미와 성과를 증언함으로써 미국의 자부심을 자극했다. 안 그래도 예전 같지 않은 미국의 ‘슈퍼파워’에 반기를 드는 이들이 느는 이때, 미국 의회로서는 반가운 이야기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나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미·중 사이를 오가며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한다.

“배터리, 반도체,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미국에 진출한 글로벌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라는 대목에서 반응은 절정에 이르렀다. 텍사스의 삼성전자 공장은 이미 미국 내 일자리 1만 개를 만들었고, 2024년부터 조지아의 현대차 공장에서 수많은 일자리가 생길 예정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연설은 눈앞의 청중을 기쁘게 하는 데는 성공했다. 여기에서 질문을 한 단계 더 들어가보자. ‘그런데 한국 대통령은 왜 미국 의회에서 연설했나?’ 청자를 만족시키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만족한 상대를 대상으로 우리 몫을 얻어오기 위한 연설 아니었나. 그 지점에서 윤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을 따져봐야 한다. 외교에는 국적이 있기 때문이다.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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