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기처럼 꼭 필요한 가스 측정표준

정진상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가스분석표준그룹장 2023. 5. 1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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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1분이라도 숨을 쉬지 않으면 살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중요한 가스를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길이를 잴 때 정확한 자가 기준 역할을 하듯, 가스 측정에서는 표준가스가 기준이 돼 준다.

수입된 천연가스 농도가 1%만 달라져도 막대한 금액이 추가로 지불될 수 있어, CRM을 이용해 천연가스 농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수소 분야에서도 표준가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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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상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가스분석표준그룹장

"사람은 1분이라도 숨을 쉬지 않으면 살 수가 없습니다."

필자가 대학원 면접을 볼 때 하고많은 분야 중 왜 대기를 선택했냐는 질문에 한 답변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삶과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 대기, 즉 가스 분야다.

그렇다면 이처럼 중요한 가스를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길이를 잴 때 정확한 자가 기준 역할을 하듯, 가스 측정에서는 표준가스가 기준이 돼 준다.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측정표준 대표기관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에서 인증표준물질(Certified Reference Material, CRM)의 형태로 다양한 표준가스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가스 CRM의 활용 분야로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분야는 대기환경이다. 자동차의 배기가스나 공장,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가스에는 여러가지 오염물질과 온실가스가 포함돼 있다. 이 배출가스는 그 양을 법으로 엄격히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농도 측정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쓰이는 것이 바로 배출가스 CRM이다. 배출가스뿐 아니라 대기 중 유해가스 CRM 역시 국가 대기질 관리를 위해 개발·보급되고 있다.

가스 CRM은 대기환경뿐 아니라 산업 분야에도 필수적이다. 에너지 분야를 예로 들어 보자. 가정 난방을 대부분 책임지는 천연가스는 주로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작년 기준 그 수입 규모가 67조원에 달한다. 천연가스 수입 후 대금 지불 시에는 발열량을 기준으로 단가를 산정하는데, 이 때 기준이 되는 것이 천연가스 CRM이다. 수입된 천연가스 농도가 1%만 달라져도 막대한 금액이 추가로 지불될 수 있어, CRM을 이용해 천연가스 농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수소 분야에서도 표준가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수소는 국내의 경우 대부분 천연가스와 원유정제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에서 생산된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를 수소차 등에 사용하려면 그 품질을 엄격히 검증해야 한다. KRISS는 수소의 품질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수소 내 불순물 표준가스 CRM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 중 하나인 반도체 분야에서는 어떨까. 반도체는 최첨단 산업으로 공정에 사용되는 가스의 품질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일본으로부터 이 가스를 공급받았지만, 몇 년 전 일본과의 무역분쟁으로 반도체 공정 가스의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반도체 공정 가스의 국산화와 더불어 수입국 다변화를 적극 추진했지만, 대체 가스의 품질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국내 반도체 업체가 이를 채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KRISS는 반도체 공정 가스의 품질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 CRM을 개발해 지원했다.

KRISS 가스분석표준그룹은 가스 CRM뿐만 아니라 대기질 개선을 위한 다양한 측정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과거 2018년 중국발 미세먼지 기원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었을 때 KRISS 가스분석표준그룹은 미세먼지 중 지표물질을 분석해 중국에서 발원된 고농도 미세먼지가 장거리 이동해 한반도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최초로 규명하기도 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공기처럼, 가스 측정표준은 산업과 일상 곳곳에서 측정의 신뢰도를 높여주고 있다. 앞으로도 KRISS는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표준을 제공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매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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