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 5월의 광주(光州)와 '산 자'들의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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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5월은 가정의 달이다.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 신군부에 의해 자행됐던 끔찍한 만행으로 인해 가족들을 잃은, 그래서 5월이면 한 집 건너 한 집이 제사를 지내는 곳, 바로 광주(光州)이다.
전향적인 모습을 보인 전우원 씨와 달리 5월의 광주정신과,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는 유족들의 43년간의 다짐을 여전히 모욕하거나 폄훼하는 불순한 세력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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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그래서 5월이면 많은 사람들이 육친의 정을 나누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래서 5월은 고맙고 행복한 달이기도 하다. 그런데 5월이 가정의 달이어서 오히려 더 슬프고 아픈 곳이 있다.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 신군부에 의해 자행됐던 끔찍한 만행으로 인해 가족들을 잃은, 그래서 5월이면 한 집 건너 한 집이 제사를 지내는 곳, 바로 광주(光州)이다.
그 길은 모든 시간을 길이로 나타낼 수 있다는 듯이/ 직선이다./ 그리고 그 길은, 그 길이/ 마지막 가두 방송마저 끊긴 그 막막한 심야라는 듯이/ 칠흑의 아스팔트다./ 아, 그 길은 숨죽인 침묵으로 등화 관제한 第一番街의, 혹은/ 이미 마음은 죽고 아직 몸은 살아남은 사람들이/ 낮게낮게 엎드려 발자국 소리를 듣던/ 바로 그 밑바닥이었다는 듯이, …후략…
- 황지우, 「흔적Ⅲ·1980(5.18×5.27cm) 李暎浩 作」 중에서
제목만으로도 80년 5월의 광주를 연상시키는 「흔적Ⅲ·1980(5.18×5.27cm) 이영호 작」(『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문학과 지성사, 1983)은 당시 광주에서 민주화운동에 가담했다 구속되어 곤욕을 치르기도 했던 황지우의 시이다. '마지막 가두 방송'마저 끊긴 '제1번가(第一番街)', '칠흑의 아스팔트'에 덩그러니 남겨져 군인들의 군홧발 소리를 들으며 공포에 휩싸였을 당시 광주 사람들의 심정이 '직선의 길'을 통해 곧바로 전달되는 듯하여 시를 읽고 있으면 '막막'해진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3월, 5월이면 광주를 슬프게 하는 원흉인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 씨가 우여곡절 끝에 5·18 민주화 운동 희생자 묘지에 참배하고 그 유족들에게 울먹이며 사죄했다. "저의 할아버지 전두환 씨는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라며 그 죄인의 가족 일원으로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그를 보며 유족들 또한 눈물을 흘렸다. 유족들이 흘린 눈물의 의미를 '치유'나 '화해', 혹은 '용서'로 읽어내는 언론 보도들이 많았다. 그러나 여전히 온갖 날조와 악의적인 유언비어들로 인해, 또 어떻게든 흠집을 내보려는 세력들로 인해 아직 광주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고 있다.
전향적인 모습을 보인 전우원 씨와 달리 5월의 광주정신과,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는 유족들의 43년간의 다짐을 여전히 모욕하거나 폄훼하는 불순한 세력들이 있다. 그들은 이러한 불순한 행위들을 통해 이익을 얻고, 그러한 이익을 제공해 주는 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5월이면 그들은 기꺼이 '호모 조롱투스'로 퇴화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성숙한 인간으로 진화하지 못한 그들로 인해 광주의 상처는 치유되지 못하고 해마다 덧나고 있다.
5·18 민주화 운동 공식 추모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정부 부처에서마저 논란의 대상으로 만들고자 했던 어처구니없는 때가 있었다. 그러나 결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권력을 찬탈한 신군부에 저항하며 민주화된 '새날을 위해 앞서서 나간 자'들이 분명 1980년 5월 광주에 있었다. 그들을 위한 '산 자'들의 최소한의 예의는 바로 애도와 묵념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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