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집에 관한 짧은 생각

현경미 시인 2023. 5. 1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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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탐구 집이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있다.

건축 전문가와 함께 집의 건축을 관찰하며 주인의 삶도 함께 풀어가는 형식이다.

저마다의 사연들이 얽히고 설켜 그들만의 집이 건축되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설계도처럼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집에 대한 생각이 이전보다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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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미 시인

건축탐구 집이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있다. 건축 전문가와 함께 집의 건축을 관찰하며 주인의 삶도 함께 풀어가는 형식이다. 저마다의 사연들이 얽히고 설켜 그들만의 집이 건축되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설계도처럼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집에 대한 생각이 이전보다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인지 더 흥미롭다. 지금 내 앞에 펼쳐지는 '7평의 기적' 편은 더 나를 사로잡는다.

7평이라니! 50대 부부가 실제 살고 있는 집이 맞다. 좁아서이기도 하겠지만 허투루 쓰이는 공간이 없다. 단지 고정되지 않은 벽이라든가 가구에 바퀴를 단다든가 넓은 곳에서는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아이디어들이 동원될 뿐이다.

직장생활에 시달리던 남편은 머리가 빠지고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하더라는 것이다. 급기야 집을 팔고 캠핑카로 여행을 떠나고자 마음먹게 되며 실행에 옮기기에 이른다. 2평 남짓한 캠핑카에서도 생활할 수 있다는 걸 그때 알게 됐다고 한다.

해남 시골마을에 7평 둥지를 튼 부부의 삶은 억지스러움이 없다. 좁은 집에서 살아내느라 찌든 모습이기도 할 텐데 이도 아니다. 누가 봐도 흡족해 보인다. 집을 넓혀야만 뭔가 해결되리라 여기던 나에게는 적잖은 놀라움과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그에 비해 나는 집이 짐처럼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넓은 평수를 고집하면 할수록 더 그렇다. 세태나 형편을 타박하다 보니 삶도 심드렁하다. 영혼은 메말라 생기가 없어져만 간다. 이대로 가다간 건물만 덩그렇게 남아 온기를 잃은 집이 되고 말겠구나 싶다.

집이란 사전적 의미 외에도 저마다 형편과 처지에 따라 각양 다른 의미로 해석될 것이다. 7평이 기적이라는 이름을 달게 된 건 무엇 때문일까. 집 평수에 아랑곳하지 않고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이들 부부, 집주인이 가진 정신의 평수에서 비롯된 것이라 여겨진다.

"날개를 달아주고 싶었어요!"

아내는 살고 있는 너른 집의 평수를 떼 내어 남편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었나 보다. 그 마음이 용기를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마침내 작아도 충분하고 충분해서 매일 행복해 할 수 있는 집을 탄생시켰으리라. 결국 남편을 향한 아내의 사랑이 그 근원인 샘이다.

작다 크다 이전, 욕심이 빠졌나 사랑은 깃 들었나, 잣대로 먼저 집을 측량해 본다면 어떨까. 자칫 짐이 될 수 있는 집이 사람을 살리는 본연의 몫을 거뜬히 해낼 수 있으려나, 생각해 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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