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법안이냐 포퓰리즘이냐…학자금무이자 대출법안에 갈등 불씨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일정 소득이 발생할 때까지 이자를 면제해주는 내용의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으나 정부와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갈등의 불씨가 남았다.
정부와 여당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들과의 형평성 문제, 도덕적 해이 유발 가능성이 있다며 비판적이지만 야당은 청년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필요한 입법이라고 주장해 입장이 극명히 갈리고 있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원회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강행 처리에 반발하며 모두 불참했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ICL) 제도는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학자금 지원 8구간 이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자금을 대출해주고, 졸업 후 일정 소득(상환 기준 소득) 이상을 올릴 때부터 대출 원리금을 갚도록 한 제도다.
올해 기준으로 연 2천525만원 이상을 벌면 대출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
개정안의 핵심은 상환 기준 소득을 올릴 때까지 발생하는 대출 이자를 면제하는 데 있다.
지금은 대출 당시부터 이자가 계속 붙는 구조지만, 개정안이 최종적으로 국회를 통과해 시행될 경우 취업하더라도 소득이 상환 기준을 밑도는 기간에는 이자가 불어나지 않는다.
학생 1인당 혜택 연 10만원대…"정부·여당 인색"
민주당은 상당수 청년이 사회 진출 초기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에 종사한다며 안정적인 직장을 얻을 때까지 이자를 감면해 청년들을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4차 산업혁명, 디지털 대전환으로 인재 양성이 중요해지는 만큼 고등교육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이자 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실질적으로 학생 한 명이 받는 혜택이 크지 않다며 정부와 여당이 지나치게 인색하게 굴고 있다고 본다.
올해 기준으로 취업 후 상환 학자금 제도로 학생 1명은 생활비를 최고 35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대출은 소득 구간에 따라 차등 지원되는 국가장학금을 제외한 만큼 받을 수 있다.
국가장학금 지원 한도(올해 기준)는 ▲ 기초·차상위 계층 700만원 ▲ 소득 1∼3구간 520만원 ▲ 소득 4∼6구간 390만원 ▲ 소득 7∼8구간 350만원이다. 국가장학금 지원이 적은 소득 7∼8구간 학생의 대출 규모가 큰 셈이다.
4년제 대학 연평균 등록금(680만원·올해 기준)으로 가정해보면, 소득 7∼8구간 대학생은 등록금 대출로 국가장학금 지원 차액인 330만원과 생활비 대출로 350만원 등 총 68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올해 학자금대출 금리 연 1.7%를 적용하면 이 학생은 연 11만5천600원의 이자를 면제받는다.
대출 금리 변동 가능성이 있으나 졸업 후 일정 소득 이상의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5년이 걸린다고 가정해도 학생 1인당 감면 효과는 60만원 안팎인 셈이다.
"월 소득 1천만원 넘는 학생도 혜택"…재정부담 과소 추계 가능성도
반면 정부와 여당은 대학생과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 간, 소상공인 대출 등 정부의 다른 대출 제도 간에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출 대상인 소득 8구간 학생들의 경우 소득과 재산을 환산한 월 소득 기준액이 1천만원을 넘어 취약 계층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청년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선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 제도를 손보는 대신 다른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더욱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법 개정으로 수반되는 재정 부담에 대해서도 야당과 시각이 엇갈린다.
정부와 여당은 학생들이 대학 재학 중 추가 대출이 가능하고, 졸업 후 계속해서 상환 기준 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대출자도 있어 재정 부담을 과소 추계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개정안으로 연간 840억원의 재정이 더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으나, 이자 면제 혜택이 확대되면 가수요가 생겨 재정 부담이 불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정부와 여당은 예상한다.
예컨대 등록금을 대출받지 않아도 되는 학생들이 무이자 혜택을 노리고 학자금대출에 손을 벌리고, 정작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은 은행에 예치해 예금 이자를 받는 방식으로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개정안이 아직 상임위를 통과했을 뿐 이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표결을 남겨둔 만큼 국회와 충분한 논의를 해나간다는 입장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개정안 통과 직후 "제도 취지와 맞지 않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추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제도의 취지가 잘 살아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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