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빌런에 맞선 자동차액션…'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거대한 구형 폭탄이 이탈리아 수도 로마 도심의 비탈을 타고 고속으로 구른다. 육중한 폭탄에 부딪힌 버스가 산산이 부서진다.
자동차 한 대가 무모하게도 폭탄을 차체로 막아 세우려고 따라잡는다. 차에 탄 사람은 전설의 레이서 '돔'(빈 디젤)이다.
카 체이싱 액션 영화의 대명사와 같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 열 번째 작품이 나왔다. 17일 국내 개봉한 루이스 리터리어 감독의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Ride or Die)'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2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일부 등장인물의 변화가 있었지만, '돔'과 그의 아내 '레티'(미셸 로드리게스), 동생 '미아'(조다나 브류스터), 동료 '한'(성 강) 등 '돔 패밀리'의 핵심 멤버는 그대로다. 그동안 이 시리즈를 계속 봐온 관객이 새 작품의 도입부에 돔 패밀리가 한자리에 모인 장면을 본다면 옛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뉴 페이스'도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인물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 최강의 빌런으로 등장한 '단테'(제이슨 모모아)일 것이다.
단테는 돔 패밀리가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2011)에서 몰락시킨 브라질 마약왕의 아들이다. 10년 동안 복수를 준비한 그가 돔 패밀리에 마수를 뻗친다.
말투와 몸짓에서 희극적 요소를 풍기는 단테는 '배트맨' 시리즈의 빌런 '조커'를 연상케 한다. 사이코패스인 그는 돔에게 고통을 줄 수만 있다면 대도시가 초토화돼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에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카 체이싱 액션이 몇 차례 나오지만, 이 중에서도 로마 도심에서 구형 폭탄을 쫓는 액션은 백미로 꼽을 만하다. 이 액션은 컴퓨터 그래픽(CG)에 의존하지 않고 로케이션 촬영으로 현실감을 극대화했다고 한다.
이번 작품도 로마뿐 아니라 영국 런던, 포르투갈 리스본 등 세계 곳곳을 무대로 액션을 벌인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최강의 무기는 역시 자동차다. 장갑차, 헬리콥터, 전투기도 자동차를 못 이긴다.
최고의 드라이버인 돔이 이번에도 도로를 질주하며 헬리콥터와 사투를 벌인다.
이 작품은 돔의 마지막 질주라고 하지만, 막상 엔딩은 마지막 질주의 이야기가 이번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을 암시한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무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나아가 우주로 확대됐다. 동시에 영화의 주제는 '가족애'로 응축됐다.
"늘 가족을 생각하며 산다면 길을 잃지 않을 거야", "가족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 거야"라는 극 중 대사가 잘 말해준다.
첫 작품부터 중심에 있었던 빈 디젤의 모습도 많이 변했다. 반항아의 기운이 넘치던 그도 50대가 된 지금은 눈매가 부드러워졌다. 가족을 지키는 책임감 있는 가장의 역할에 잘 맞는 얼굴이 됐다. 그는 이번에 주연 배우뿐 아니라 제작자로 참여했다.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에서도 멋들어진 자동차가 등장할 때 나오는 힙합과 메탈 중심의 배경음악은 상대를 위협하는 듯한 엔진 소리와 어우러지며 곧 펼쳐질 질주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특히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에 방탄소년단(BTS) 지민이 참여해 화제가 됐다. 지민은 미국 힙합 아티스트 코닥 블랙과 NLE 초파가 작업한 이 영화의 주제곡 '엔젤 파트 1'(Angel Pt.1)에 보컬로 참여했다.
'분노의 질주'의 신작이 나올 때마다 자동차 마니아들의 관심은 엔진의 굉음을 내며 맹수처럼 돌진하는 영화 속 자동차에 집중되는데, 이번에 돔은 전기차 '닷지 차저 데이토나 반시 SRT'를 몰았다.
이 영화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개봉한다. 북미 지역 개봉일은 이달 19일이다.
17일 개봉. 140분. 15세 관람가.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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